<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뉴욕으로 간 허준
지은이 김수담은 중국 베이징 중의학 대학에서 중의학 이른바 중국전통의학인 한(漢)의학을 공부한 중의사, 중의(中醫)라는 표현은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쓰기도 하는데, 여전히 서양의학에 본령의 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났거나 겨우 옆자리에 선 형국이다. 그는 <하버드로 간 허준>의 제자항렬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에서 공부했고, 한국에 돌아와 군 복무를 하던 중 ‘통합의학’에 관심을 두고 유화승이 연구하는 대전대학 한의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세계 3대 통합 암치료센터인 “뉴욕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에서 통합 암 치료를 배우고 돌아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박사후연구원, 이른바 포닥이다.
책 구성은 5장으로 돼 있고, 1장 ‘세계 속의 한의학’에서는 어린 시절 꿈의 시작으로 통합종양학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2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뉴욕의 암센터’에서는 암과 전통의학을 비롯하여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차세대 전문가를 만드는 센터, 그리고 평등과 다양성, 포용을 존중하는 센터의 모습을 그린다. 3장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통합 암 치료’에서는 암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과 완화를 위한 침 치료, 심신안정을 위한 마사지, 상상의 힘을 활용하는 심상 안내 등, 유화승의 <하버드로 간 허준>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하버드 다나파버암연구소의 방문학자로 다나파버의 5가지 핵심가치 등과 같은 맥락의 가치, 연민과 존중(우리는 치료를 받는 사람과 또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탐구(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면서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탐구 문화를 조성한다), 평등과 포용성(우리는 모든 일에서 모든 사람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그 누구도 다른 사람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통합 암치료센터의 사상적 지향점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4장과 5장에서는 지은이의 뉴욕에서 보낸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으로 간 허준>은 동의학 혹은 한(韓)의학, 중국 의학에 대비되는 한국의학과 서양의학의 협력은 ”통합종양학“ 암 치료에서 환부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되는 방사능 치료, 이런 유의 치료는 신체적 능력(이른바 치료를 버틸만한 체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육체에 더 이상의 부하를 주는 것은 질병이 낫기 전에 사람이 죽을 지경이 되니,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보는 시좌가 다르다. 자가 면역력 혹은 치료에 따르는 심신의 부하를 줄여주고 환자의 삶이 더 피폐해지지 않고, 오히려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 즉, 없애거나 제거해야 할 질병보다는 그 질병을 앓는 사람을 우선하는 태도, ”환자 중심주의“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서양의학의 처지와 동의학의 그것은 똑같이 치료다. 전자는 도려내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후자는 전자의 과정을 버틸 수 있는 심신 상태가 되게 하는 등 서로의 역할이 보합적임을 강조한다.
통합종양학, 통합 암 치료에 접근하는 태도
500년 전의 명의 허준을 현대로 소환하여 ”반이, 바니“(악성종양)를 없앨 방법을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현대의학의 각종 첨단 기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허준은 어떤 치료방법을 채택할 것인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도 20세기 초반까지는 통합 암 치료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은 별개였고, 대부분 병원은 서양 의학적 치료만을 제공했으니,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암에 대한 사고방식도 변화하면서, 암 환자의 치료목표가 단순히 생존율을 높이는 데서 삶의 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옮아가면서 ”통합 암 치료”라는 사고가, 2003년에는 미국 통합암학회 결성으로 이어졌다. 현재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는 침술, 한약, 영양 관리, 운동 요법, 마사지, 명상, 음악,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한다. 생존이 아닌 더 나은 삶을 목표로 하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자리를 잡아간다.
이 책은 통합암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그 얼개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치료방법이라는 점에 주의 환기를 요구한다. 특히,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단순한 의료서비스 수혜자와 제공자의 관계라는 건조한 관계가 아니라,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평등,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으로 재정의하는 대목이 기존의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