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과 크림빵 ㅣ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죽음과 크림빵
우신영은 혼불 문학상(14회, 2024년) 대상을 받은 신인 작가?, 신인 작가라기보다는 그간 칼을 벼리온 강호의 은둔 고수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작가다. 상을 받자마자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소설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업 작가가 됐나, 대학을 떠났다.
그가 혼불 문학상을 받은 <시티뷰>와 이번 작품<죽음과 크림빵>은 왠지 모르게 욕구불만에 찬 작가의 영혼을 살짝 비춰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티뷰>는 “저흰 보이는 게 밥줄이라서요.”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몸과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몸, 이 시대를 고스란히 투영하는 온갖 ‘몸’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여러 공간 가운데서도 특히 ‘병원’은 여러 계층의 삶이 교차하는 장소로서 기능한다. 병원을 운영하는 부유층의 삶, 외모 강박 때문에 극도로 식단을 관리하며 섭식장애를 겪는 삶, 산재로 병원에 갈 일이 잦은 육체노동자의 삶, 그리고 내면의 고통을 덜어낼 길이 없어 자해를 반복하는 삶까지. 병원은 온갖 종류의 삶이 모여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며, 각 삶의 흔적은 ‘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이기호 소설가가 짚었듯이 결국<시티 뷰>는 “몸으로 밀고 나간, 몸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죽음과 크림빵>은 어쩌면 몸에 대한 소설의 연작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에 가장 먹고 싶었던 군납용 보름달 빵 속 크림에 대한 욕구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 허자은,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날마다 불어나는 몸, 도대체 왜?, 몸 안의 균형통제기능 상실을 일으킨 그 무엇인가가... 그녀는 죽었다. 변기에 머리를 깊숙이 박은 채로 질식한 것인지,
외모지상주의는 대학이라는 학문의 장과 동네 헬스클럽, 강남의 고급 스포츠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제각각 몸 관리를 한다. “몸”은 신체가 아닌, 욕망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를 기대하는 그 무엇이고, 또 다른 아바타나 페르소나처럼 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도구다. 자본주의에 찌든 속물, 줄타고 출세하고 싶은 점잖지 않은 고양이 처럼, 그렇게 교수들은 모여 마치 암컷을 유혹하려는 숫컷들처럼 화려하게... 인간의 고독과 체제의 잔혹함을 대학이라는 구조 안에 녹여냈다. 삶의 부조리와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매혹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소설이란 평이 어울린다.
허자은이란 여성, 보통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대학교수, 게다가 30대에 임용됐으니... 허자은을 지도교수로 모시는 9년 차의 국문학과 박사과정의 조교 이종수가 본 허자은, 그리고 허자은 자신의 이야기, 목구멍이 찰 때까지 먹고 토하고, 거식증인가, 크림빵이 좋은 이유는 허리만 살짝 틀어도 나와, 혀를 마비시킬 듯이 달고 가벼운 크림, 들러붙지 않고 녹는 부피 없는 빵 피도 나도 그렇게 사라지고 싶어, 녹아버리고 싶어, 물거품이 되어서 변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허자은이 욕망하는 죽음의 방식.
그게 희망이라면 유일한 희망이었다면... 크림빵방 만큼이나 가까웠던 존재 이종수를 좋아했던 허자은, 발화하고 싶은 고통이, 메우고 싶은 구멍이, 맛보고 싶은 달콤함이 있었다는 것. 허기진 욕망과 그것을 채우려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몸짓. 오늘도 배고픈 이들을 위한 잔혹한 달콤함. 그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