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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 - 인종차별, 헛소리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기
박중현 지음 / 드루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인종차별이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
지은이 박중현은 그의 특이한 경력 때문에 세계 시민으로 15년을 외국에서 보냈다. 그가 일하던 현장, 특히 인사팀장이라는 일은 관계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한 눈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승진 후보자로 추천할 것인지 말지, 또, 어떤 업무에 적합한지 어떤지까지도 꿰뚫어봐야 실패없는 인사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니말이다. 물론 이는 그가 “인사팀장”으로 인간의 본성을 좀더 잘아기 위해 심리상담사 자격까지 취득할 정도였다는 전제에서 짐작해 본 것이다.
그는 “인종차별”에 관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인종차별에 관한 책들은 전문연구자나 혹은 이론 등 학문적 접근을 하고 있어, 일상 생활 솎에서 느끼는 인종차별은 그냥 차별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가치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것인가, 유색인종에 관한 배타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른바 호주의 “백호주의”의 근원은 어디에서 유래했는가 등을 파고들면 들수록 꼬꼬무가 되기 십상이다. 지은이는 일상 생활의 경험과 사례를 중심으로 인종차별을 설명하고자 한다. 주제는 무겁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가닥이 잡힐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어 서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8장 구성이다. 1장 ‘고정관념과 표현’에서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인종적 고정관념”이 다른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왜곡된 시선을 갖는지를 설명한다. 2장 ‘구조적 인종차별’에서는 사회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인종차별이 자리하는 지를 톺아본다. 3장 ‘편견의 근원’에서는 인종에 관한 편견이 과거 유럽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을 만들어 낸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4장 ‘미묘한 차별’에서는 지능적이고 음습해진 인종차별, 일상적이면서도 미묘한 상호작용에서 드러난다 착한 혹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이야기다. 의도치 않는 차별은 존재하는가(무의식일뿐이라고 주장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의도치 않는 차별이 사람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며, 자아에 영향을 미치는가 아마도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햘 대목이 아닌가 싶다. 5장 ‘식민주의의 유산’에서는 식민주의가 해방과 함께 종식된 게 아니라 일상을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심리적 구조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는 후천적유전에 관한 설명에서도 드러난 바있다. 아우슈비츠 학살의 생존자 가계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상 등이 말이다. 지은이는 여기서 한국과 일본사회에서 서구문화를 모방하고 받아들이려는 강한 압박감을 눈여겨본다. 6장 ‘유해한 남성성과 인종적 증오’에서는 남성성이 신체적 힘과 권력으로 정의되는 방식이 어떻게 인종에 관한 증오와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본다. 7장 ‘저항과 역인종차별’에서는 차별개념과 그 사회적 맥락을 다룬다. 과거에 차별을 경험했던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지, 이는 호되게 시집살이한 며느리가 독하게 며느리를 대하거나, 군대 내의 폭력의 확산과 전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상급자에게 호되게 당한 하급자는 새로 들어온 신입병사를 시쳇말로 엄청 갈군다. 마치 너도 당해보라는 듯이, 이런 일상에 인종 대신에 지역으로 바꿔놓아 보면 눈에 보인다. 8장 ‘인종적 트라우마’에서는 인종차별이 개인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다룬다. 특히 어린시절에 겪은 구조적인 차별이 어떻게 개인의 자아형성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 고정관념과 차별 극복방법의 시론을 제언한다.
이책은 “인종차별학”의 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 구조적, 심리학적 접근 또한 눈에 띈다. 하지만, 지은이가 이 책을 쓴 목적에 맞게 사례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 권에 책에 담기에는 너무 거대한 담론이 아닌가싶다. “인종차별론”의 다이제스트라고 해야할까, 요즘 한국 사회의 이슈인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배경의 이주민”, “전문직 배경의 이주민” 이주민세계 안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다국적”이란 말이 가치 중립적이기 보다는 우리와 너, 안과 밖이란 전제에서 또 다른 편견이라는 논의도 있다.
마이클 잭슨은 왜 피부색 하얀 백인이 되고 싶어했나?
백인에 대한 환상이라고 간단하게 말해버리면 편할 듯한데, 그렇지 못하다. 마이클 잭슨은 세계적인 가수로서 명성과 부를 이미 거머쥔 인기스타다. 그런 그가 왜 검은 피부를 하얗게 만들려고 했을까? 그는 왜? 라는 물음에 천착하면서 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유색인종에 대한 음습한 차별이, 이유도 없다. 그냥 차별하고 혐오한다. 여전히 백인들의 눈에 흑인은 노예일 뿐인 것인가?, 미국의 대법원의 인종차별의 반성이자 해소였던 "적극적 조치(어퍼먼티브액션)의 위헌 판결"은 또 다른 차별이 서막이 열렸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작가 최인훈의 문학세계 속에서 아시아를 다룬 “최인훈의 아시아: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쓰기”(장문석, 틈새의 시간, 2025)에서 저자는 1960년 소설 “광장”을 계기로 분단문학의 극복과 아시아의 극복은 세계 시민사회라는 인종과 지역에 관한 차별, 혐오의 시발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그리고 인종적 우월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민의식의 작용에 기인한 것이라고.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무의식적, 의식적, 혹은 선량한 차별주의자처럼 의도하지 않는 차별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인종차별론”의 입문서 혹은 교양도서로서 추천할만한다. 이 책으로 인권감수성이 1도라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