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통합암치료 해법 “새로운 패러다임”
한의사인 유화승의 <미국으로 간 허준>(2013)의 후속작이다. “허준”이란 지은이 설명을 보태지 않더라도 조선 시대의 명의 허준 개인이 아닌 그의 후예들인 한의(韓醫) 집단을 상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의사(韓醫師)가 곧 허준인 셈이다.
이 책의 핵심은 “통합암치료”이며, 아직 통합암치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한국 사회에 통합암치료의 목적과 지향점, 동서양의 의료기술을 융합, “환자 중심주의”를 실현해보자는 주장이 담겨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서양의학의 질병과 치료에 관한 인식과 사고체계와 동양의 것의 융합이다. 질환부를 외과 처치(수술 등)로 직접 도려내는 등의 치료를 하지만, 동양의학은 침구와 탕약 등으로 자가 회복력(면역력 강화, 즉 회복력을 길러 병마와 싸우는)을 높이는 간접방법으로, 이런 단편적이고 이분적 구분법은 전체상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암을 도려내거나 방사선 항암치료로 심신의 부담을 주기보다는 고통 완화와 심신안정을 유지하는 치료법을 융합(황묘백묘론처럼, 쥐를 잡는 게 고양이, 환자 중심의료지향)론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첨단 의료센터에서 적어도 20여 년 전부터 해 온 “통합암치료”의 배경은 거칠게 말하면 위에서 말한 사고가 작동한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한의학(韓醫學)은 한의학(漢醫學)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를 독자적인 체계로 구성하려는 시도에서 한나라 한(漢)을 나라 한(韓)으로 바꿔쓰게 된 듯하다. 우선 한의학의 관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근대 이전의 동양 사회에서는 의술(醫術)을 펴는 자를 의자(醫者) 혹은 의원(醫員)이라 했고, 서양의학을 받아들인 후에는 동양 사회(여기서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옛 중국의 영향력이 미친 곳)에서는 중의(中醫)와 양의(洋醫)로 구분, 서양의학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썼다. 동의학(東醫學)이란 개념도 함께 쓰고 있다. 이는 동양의학으로 몽골의 전통의학으로 치료하는 의사를 몽의라고 하니... 일본의 경우는 의료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양의와 한의(漢醫), 중의(中醫)의 구분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의사는 양의를 말하며 한의사제도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 대신에 의료기사로서 침구사가 있다.
이 책<하버드로 간 허준>은 지은이가 12년 전, 1년 동안 미국 휴스턴의 MD 앤더슨 암센터 통합의학부서에서 연구한 후, <미국으로 간 허준>을 통해 “통합암치료”를 소개하고, 대한통합암학회를 결성하는 등의 활동을, 다시 두 번째 연구년에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연구소에서의 6개월 동안 지켜본 통합암치료 시스템에 관한 글로, 한국에서도 “통합암센터”가 정착과 확산의 희망을 담았다.
책은 6장 구성이며, 1장 ‘다시 미국으로’ 2장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암연구소’에서는 다나파버의 5가지 핵심가치와 연구소의 통합의학센터를 소개한다. 3장 ‘자킴 센터의 통합암치료 프로그램’, 4장 ‘하버드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통합암치료 연구’, 5장 ‘자킴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6장 ‘하버드로 간 허준’에서는 지은이의 하버드 다바파너 암연구소에서의 활동상을 담았다.
하버드 다나파버의 5가지 핵심가치
암연구소는 암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비전 아래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천명했다, 영향력(연구와 임상 치료, 교육, 지지와 옹호로 현재와 미래의 질병에 대한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변화를 만든다), 우수성(최고의 행동기준을 준수, 지속해서 성실히 우수함을 추구한다), 연민과 존중(우리는 치료를 받는 사람과 또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탐구(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면서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탐구 문화를 조성한다), 평등과 포용성(우리는 모든 일에서 모든 사람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그 누구도 다른 사람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자킴 센터에서는 어떤 원칙에 따라 통합암치료를 하는가
2000년에 설립된 자킴 센터는 환자들에게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스턴 최초의 암통함센터로 “하버드 다나파버 자킴 센터 핵심 원칙”에 따라 활동한다. 첫째는 근거기반치료(과학적 연구를 통한 검증), 환자 중심 접근(삶의 질과 치료 효과 개선), 다학제 팀 협력(의사, 한의사, 영양사, 운동치료사 협업)
센터는 침 치료와 마사지를 위한 개별치료실, 상담실, 요가 및 운동 수업을 위한 스튜디오 등, 환자들의 항암치료 부작용을 줄여주고,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표준치료와 표현예술치료, 창의 예술(종이접기), 명상과 마음 챙김, 춤과 활동, 요리 수업, 영양사와 대화 등 다양한 종류의 통합암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다학제 팀 협력은 국내 병원 중 경희의료원처럼(의과대학, 한의과대학을 갖춘 곳) 양방과 한방진료를 함께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지만, 지은이가 말하는 통합치료체계의 콘셉트와 같은 협진 등 통합의료서비스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암 환자들에게 더는 수술도 방사선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없으니,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라는 말 대신에 심신의 건강 유지를 통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환자 중심의료”의 세계로의 전환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하버드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5대 핵심가치인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과 우수성, 그리고 연민과 존중, 탐구, 평등과 포용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한방이니 비과학적이라고 백안시하거나 멀리하는 태도 양방만이 최선의 해결책(솔루션)이라는 사고, 이른바 이분법적 사고는 이미 과거의 것이다. 니체, 푸코, 들뢰즈 등의 노력으로 우리는 다양성의 사고를, 흑과 백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