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앞에서 쓰기
김영주 지음 / 밑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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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커피 앞에서 쓰기


작가 김영주의 수첩 산문집이다. 그는 밑줄 수집가, 영상,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한다. 이 책은 늘 가지고 다니던 포켓 수첩 한 권에 그날그날 떠오른 생각을 적어둔 사유일 수도, 생각일 수도 감상일수도 일기일 수도, 감상문일 수도 있다. 독특한 글쓰기 유형이랄까,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설탕, 크림 대신에 생각을 한술 두술 넣어보자, 커피 향과 맛은 어떻게 될까? 흥미로운 상상을 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


우리의 하루 생활을 되돌이켜 보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보고, 듣고, 느낀다. 이글 모음은 바로 그 순간의 느낌을 잊지 않고 적어두었기에, 글쓰기 취재 수첩처럼 날 것 그 자체다. 또, 책 안에는 이 글을 읽고 생각나는 메모나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도록 마치 지은이처럼 해보라고 권유하듯 빈칸을 마련해두었다. 

책 구성은 따로 목차가 없지만, '여름'이란 계절이야기를 시작으로 '사라진 장소들', '주고받기', '아침, 도서관', '일요일' , '삶의 근력' 등으로 이어져 간다. '여름' 과 '주고받기'가 눈에 띈다. 


“여름”이란 장


마트에 갔더니...(중략) 한쪽 가득 수박이 쌓였다. 지은이의 기억은 슈퍼마켓 캐셔를 했던 스무 살 때로 소환된다. 한여름 커다란 수박을 싸게 팔기에 욕심껏 사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비를 만나 빗길에 넘어져 오지게 큰 수박 두 통을 깨버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처구니없었던 한 여름날의 헤프닝, 지은이는 그날 제대로 수박을 집으로 가져왔더라면 슈퍼마켓의 캐셔였던 기억도 잊혔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추억은 쓰기도 달기도 한 모양이다.


여름에 만난 사람은 모두 여름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만나는 날이 왔다면 그는 이미 꽤 가까운 사람이 된 것이니라... 이 대목이 맘에 든다. 한때 만났던 사람은 그때 그 기억 속에 갇히지만, 이어지는 만남은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이나 옷처럼 한 겹 두 겹 두꺼워져 간다는 말일까?


“주고받기”


주고받기에 관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자리매김한다. “줄 수 있다면,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 관계는 탁구처럼 주고받는 것이었다. 한쪽만 계속 서브하면 결국 지치게 된다“고, 나는 주는 것만 생각한다. 받을 때는 늘 기쁜 마음뿐이다. 주고서 뭔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가 불경스럽다. 주면 주는 것이지, 왜 받으려 하는지, 축의금과 조의금 등의 부의금에 관한 생각이 달라서일까? 어느 날 지인은 ”나는 그 사람 부친상 때 조의금을 보냈고, 문상까지 했는데, 어째서 그 사람은 내 딸 결혼식 때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지, 내가 그보다 못했기 때문인가, 왠지 무시당한 기분이라고...“ 줄때의 마음은 받기를 바라지 않았듯이 오면 오고 안 오면 말지, 인간사 새옹지마라 당신에게 그렇게 처신하는 사람은 또 누군가에 당신처럼 이야기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세요.라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글쓰기의 묘미라 할까, 책을 평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은 평할 수 없다. 그저 나도 ”전염“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니...


감히 평할 수 없다는 말이다. 또 보자. 지은이는 주고받기 중에 ”마음”을 주고받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다. 세상 이치는 묘해서 나는 마음을 주지만 상대에게 마음을 얻었는지, 내가 준 만큼 얻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지은이는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가 지금 내게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라고 적고 있다. 꽤 의미심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우리, 배려와 우정의 공동체를 생각하며


각자도생“ 자기 계산법에 따르는 요즘에, 이 대목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의 ”행복할 권리“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무조건적 배려의 의무감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회피의 합리화라는 구절이다. 불안정, 불확실성 시대에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품앗이, 배려와 돌봄, 연대는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각자도생 삶의 기법, 그래야 무조건적 배려라는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에서 벗어나도 죄책감이 줄어들기에... 박홍규는 그의 최신 책<우정이란 무엇인가>에서 우정공동체를 주장한다. 공동육아처럼 돌봄의 비공식적 돌봄의 문화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원천임을 재발견했노라고, 


작은 포켓 수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삶의 지혜, 순간순간 나는 잘살고 있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귀들, 아마도 이런 책을 두고 ”양서“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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