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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람이 그를 흔들랴
백시종 지음 / 한국사이버문학관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어느 바람이 그를 흔들랴?
여든 나이에도 해마다 책을 펴내는 소설가, 평생을 공부하는 연구자처럼, 쉼 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백시종 선생, 그의 친필이 담긴 책을 받았다.
솔직히 이 소설은 작가의 이야기와 친구의 이야기가 섞인 듯한 느낌, 소설은 논픽션이 아니라 허구란 사실은 어디론가 가버리게 만든다. 주요 등장인물 백동일, 소설 속에서는 배동일?, 그리고 나 두섭, 그리고 김영구와 곽미순, 그리고 사기꾼 김춘복, 동작동 국립묘지, 한보보험과 한보 문고 창업자,
한국전쟁 후, 북에서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남으로 내려온 김영구는 여당도 야당도 싫다. 새로운 당을 만들어보겠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3번이나 출마했다가 낙선한다. 북에서 내려올 가져왔던 돈, 이게 동작동 국립묘지 터를 산 종잣돈이 됐다.
서대평 한보보험창업자, 소설가를 꿈꾸다 자신의 건물 지하에 한보 문고를 연 문화예술의 지원자, 장학재단으로 작가를 돕기도, 그가 준 장학금으로 대학을 마친 많은 대한민국 사회 인사들,
50년도 훨씬 지나, 나이 80줄에 만난 고교동창생 “백종일”이야기
소설은 한 편의 어두운 현대사를 5.16 총성으로 시작된 경제개발과 수출 입국 와중에 정권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들의 역사이기도, 김영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거푸 떨어지면서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됐고, 동작동의 5만 여평의 땅을 김춘복 등에게 사기당해 빼앗겼다. 결국 이 땅의 주인은 한보보험창업자 서대평의 손에, 이를 되돌려 받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 곽미순을 만나 그녀를 수양딸로 삼아, 빼앗간 땅을 찾기 위해...
두섭은 소설가로 문단에 데뷔를 했고, 백종일은 은행에 들어가서 한참 승승장구를 시작할 무렵, 두섭은 전세들어 살고 있던 녹번동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생겼다며 집주인은 그에게 싼 값에 사라고 꼬드기고, 대출을 부탁하기 위해 종일이 근무한 은행을 찾아갔는데...
인간의 물욕은 한이 없고, 선과 악의 뚜렷한 경계 또한 없으니,
소설의 후반부는 김영구의 땅을 찾기 위해 종일의 도움을, 대출도 대출이거니와 하다 못해 집까지 날려버리고 은행까지 그만둬야 할 정도였는데, 그는 한가닥 희망의 줄을,,, 이미 썩어빠진 동앗줄이라는 걸 알면서도,
서대평은 한국 재벌의 성장기의 한 대목을 연출한 장본인이었다. 시민운동을 하는 변호사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는 노동조합 간부도 모두 서대평에게 연줄을 대고, 돈을 받았다고, 백종일의 말년, 그가 지금까지 쫓던 무지개빛 환상, 인생 80을 사는 동안... 그는 소설가 두섭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한다. 소설을 탈고하면서 비평가에게 소설 해석을 부탁했건만 신통치 않은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문학계까지도 검고 더러운 돈의 위력에 할 말 못하고 재갈이 물린 작가들.
해방 이후, 60년대에서 새천년 24년이 될 때까지 60여 년 세월 동안 왜곡되고 지워져 폐기된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거기에 역사를 담는다. 결국에는 돈을 좇던 김영구도 하숙비를 내지 못해 아침밥도 못 얻어먹고 쓸쓸히 죽어가고, 김영구의 돈을 좇아 가축 사육하듯 김영구를 사육했던 권미순 또한 행려병자로 죽음을 맞이하고, 신군부의 재벌 길들이기 덫에 걸려, 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했던 서대펑은, 김영구를 땅을 빼앗기 위해 세웠던 작전과 김영구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반성을 하기보다는 가운데 끼어 그를 도왔던 이들에게 돈 좀 쥐여줄걸... 그리 못했다고 자신을 타박하는 장면,
교보의 창업자 신용호를 정면으로 공격한다. 세상은 있는 자에게나 살 맛이 나는 세상이지 없는 자에게는 지옥이라고,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그들 역시 뒤로는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세상에 주인은 “돈”... 이 시대 작가의 존재론을 묻는다. 이 시대 작가의 사명을 묻는다. 문학의 힘은 물폭탄보다도 바다 해일 이른바 쓰나미보다도 무섭다. 펜과 붓놀림 하나로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니 말이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백시종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깔고 작품을 쓰는데, 그렇다면 이 소설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재벌, 명실상부한 대기업 교보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불행하게도 경제개발로 압축성장을 끌어내고 끌고 가려던 독재자 박정희의 죽음으로, 잠시 반짝, 그리고 또다시 서울의 봄은 서울의 겨울로 가고, 겨우 봄이 왔을까 싶을 때도 여전히 체감온도는 빙점 아래... 여전히 오늘의 서울 또한 봄과 겨울을 오가면서... 정치와 법조와 경제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불패에 삼위일체를 이 소설을 통해 또 본다.
어느 바람이 그를 흔들랴, 승자의 역사만이 기록된다는 작가의 말은 진실의 흑역사는 공존하지만, 실제 살아남는 것은 승자의 역사일 수밖에 없음을, 이 소설의 메시지는 승리의 역사 속에 담긴 어둠과 패자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가 바로 작가다, 작가의 사명은 그러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