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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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무한정의, 정의는 무한한가? 유한한가? 


나카무라 히라쿠의 미스터리 소설, <무한정의>는 언제나 정의는 지켜야 하고, 또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내 문제로 떠안게 되면, 옳고 그름을 가르고, 악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믿음은 흔들린다. 정의가 나를 옥죄는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는 사형제도 존폐 찬반론과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공정하다는 착각처럼, 정의 역시 상대적인 게 아닌가, 절대적 정의, 심지어 소크라테스가 법을 지키기 위해 죽는다. 진짜 그랬을까, 왜, 그게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서, 


이 소설이 우리를 향해 던지는 질문은 “너도 나처럼 당해보면 평소 정의에 관한 소신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몰라, 정의를 지키려는 순간, 가정은 부서져 산산이 조각나버리고, 모든 가족이 그 고통을 제각각의 고통으로 간직하는 “트라우마”를 겪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일본의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형사물이다. 안방극장을 지켜주는 여전히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다. 묘하게 닮은 꼴의 등장인물들, TV 드라마에 나오는 순사부장(일본은 순사와 순사부장체제다, 가운데 끼인 순사장은 짬밥대로, 시험을 봐야 하는 건 순사부장부터다)과 경부보(경위), 경시청 수사1과 완전히 단골 무대다. 큰 사건이 터지면 지역담당 경찰서 형사들은 경시청에서 내려온 수사1과 형사들에게 사건을 넘겨주어야 한다. 이들을 지휘하는 1과장, 관리관, 담당 경찰서 과장, 계장(경감)- 춤추는 대수사선(우리나라 수사반장과는 느낌이 다른 형사물이다-딱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비질란테의 등장, 인간쓰레기를 치우는 ”성스러운 청소부 성소자(聖掃者)“


45세의 주인공 이케부쿠로 경찰서 형사다. 잘나가는 종합상사 우먼인 세 살 밑의 아내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으로 발레 유학을 준비 중인 딸, 그리고 사춘기 방황증을 심하게 겪고 있는 중학생 아들,


무한정의는 이렇게 시작된다. 못된 짓 하던 반건달(한구레), 진짜 건달도 아닌 파라미들이 이른바 정통 야쿠자 영역의 외곽에서부터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고리대금, 클럽, 나이트 등지에서 여자를 꼬여 유해업소에 팔아넘기고, 강간 뽕 이른바 물약을 먹여, 약점 잡고...이런 쓰레기들이 하나둘씩 죽어 나간다. 그들은 순식간에 반항할 틈도 없이 살인자가 쑥 찌르고 지나가면 죽어 나자빠진다. 죽은 이가 악마라는 의미의 X자 흔적을 남긴다. 이른바 범인의 시그니처라고 할까, ”반사회세력을 소리 없이 순식간에 죽인다. “당연히 죽을 짓을 했다. 더 죽어야 하지만, 목숨이 한 개라서일까, 


최근 OTT에서 방영된 ”비질란테“ 와 이 소설의 ”성소자“ 역시 자경단이란 말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거기에 유전이며 무죄 혹은 솜방망이 처벌이고, 무전이면 무죄가 될 수 없다. 세상의 법칙이 그러하니까,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바로 ”정의“다. 끝없는 정의 무한정의다.


모방범의 등장


연쇄살인 사건 해결의 열쇠는 ”모방범“일 수도, 성소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또 더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모방범“일까?


잘나가는 주인공 형사, 료이치는 이번에 진급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이미 경시청 수사1과 발령 예비명단에 올라있는 성실하고 일 잘하는 경찰이다. 정의의 사나이, 지금껏 어디서 뇌물을 받아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배경 또한 장인의 경제적 지원과 자신보다 한참 많은 아내의 수입 때문에 아이들을 교육하고 내 집도 마련했다. 이제 출세 가도, 본격적으로 달려볼 요량으로 연쇄살인범 “성소자”를 쫓는다. 


그날, 딸 아이에게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그가 이제껏 지켜왔던 신념과 정의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건 인간의 본능, 성악설이라고 해야 할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료이치는 그의 인생을 걸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진급을 앞두고 딸 아이와 관련된 사건이 알려지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방법 밖에는...우선 그 방법밖에 없다. 나를 지키고 내 딸을 지킬 방법을, 아내가 알면 안 된다. 쓰러질지도 모른다. 누구도 몰라야 한다. 오직 나와 딸 외에는,


이 소설의 전개, 결말은 반전과 반전이다. 류이치를 향한 눈길, 뭔가 있는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는 듯, 묘한 분위기다. 하지만, 류이치에게는 증거될 만한 그 무엇하나 없는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가 선택한 길의 끝에서 당신은 어떤 답을 내릴 것인가? 


이 소설은 독자를 향해 묻는다. 당신이라면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냐고, 우리에게 정의란 다양하게 다가온다. 내 문제가 아닐 때는 아주 근엄하고 원칙적이며 비타협적으로 굳건한 믿음처럼 ”정의”를 생각한다. 그 대척의 부정 자체를 지워버리려 한다. 하지만, 정의 역시 동전의 양면인 것을, 인간의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다. 완벽할 수 없는 원초적인 결여가 인간의 특징이기도... 아버지는 강하다는 메시지도 또한,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 류이치, 인지 기능 저하로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료이치의 아버지도 아들 료이치를 지키려하고, 장인 또한 딸의 남편인 사위와 손녀를 지켜려 하는데, ”가족이란 무엇인가“ 또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진다. 무한한 정의는 존재할 수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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