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스파이 전쟁 - 간첩, 공작원, 인간 병기로 불린 첩보원들의 세계
고대훈.김민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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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남북 스파이 전쟁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스파이 전쟁은 2013년 러시아로 망명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일 듯하다. 요인 암살 등 전형적인 블랙 요원은 아니었지만, 세계는 여전히 외교관 신분으로 대사관을 거점으로 주재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화이트 요원, 한국에서 화이트 요원으로 러시아에서 암살당한 최덕근이 처음일 듯싶다(공식적으로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한 사람 가운데), 


이 책은 중앙일보 고대훈, 김민상 기자가 1년여에 걸쳐 남과 북에서 양성한 두 스파이의 행적 추적한 기록이다. 등장인물은 북의 공작원 김동식과 남의 정보사 소령 정구왕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을 위해 허가받지 않고 일했다는 이유로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수미도 카메오로 등장한다. 스파이라는 가면만 걷어내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영화 <용의자>의 탈북 공작원들이 국가정보원의 보이지 않는 무력수단으로 북에서 온 사람을 잡으러 다니는 일을 한다. 왜, 살아야 하니까... 이이제이의 전형을 본다. 한편으로 인간이 나약하기도 하지만, 제 살길을 찾기 위해서는 서슴없이 살인도 한다. 인간의 이중성,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영화<야차>에서 중국 선전을 중심으로 각국의 스파이들이 활동하는 무대였는데, 이중 스파이가 될 확률이 높음을 읽어낼 수 있다. 


북의 김동식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남파 공작원 선발, 김일성 정치 군사대학 등지에서 10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 적구화 교육(남한 사회적응을 위한 말투를 비롯하여 생활양식과 인기 TV 드라마까지)까지 받았다. 아무튼, 결론은 남쪽에서 체포된 것이다. 한편 정구왕 소령은 중국 단둥에서 1998.3.13. 휴민트(민간 정보원 혹은 협력자)의 함정에 빠져 북으로 끌려가 이중스파이 역할을 강요받다가 220일 만에 귀국한 한국 초유의 사건(CKW-정구왕사건), 그의 공작 활동은 블랙 요원으로 북한 피랍, 탈출 및 귀환이며, 주요임무는 북, 중 접경지 동향파악과 현지 휴민트 포섭과 관리, 북한 장교 귀순 유도 등 이었다. 


토사구팽?


북의 스파이 김동구는 북의 고정 스파이 이선실을 무사히 북으로 데려간 덕에 “영웅”칭호를 받았다고, 그는 10년 동안 남파 공작원으로 특수 훈련을 받은 북의 소중한 자원이었지만, 김부겸 포섭 실패 등으로 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했다. 스파이의 임무 수행이 이리도 어설플까 싶은 대목도 다수 보인다. 정구왕 역시, 휴민트의 배반으로 북에서 보낸 자들에게 북으로 끌려갔다 돌아왔다. 이중스파이활동을 하기로 하고, 정보사는 그를 군무원으로 군에서 내보냈다. 한번 정체가 드러난 스파이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으니, 영화<베를린>에서 화이트 요원 하정우의 제거 이유도 황당하지만, 진짜 그런 것인가, 스파이세계의 참모습을 알 수 없지만, 합리적인 추론이 자주 빗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꼬꼬무다. 


남과 북의 스파이 씁쓸한 모습, 개운치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은 모두 스파이다. 그 정형으로 시야를 좁히려는 한 때문에 스파이는 보통사람과 전혀 다른 아주 완벽히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또 그렇게 이미지화돼 있다. 


김동식의 전향이유, 북한에서 교육받을 때 남한 사회는 썩었다고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고,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하고 반대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북한에서 노동당 간부 경험 또한 전향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는데, 신발 공장을 감독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보게 됐다고, 남한에서 잡힌 부부 스파이가 ‘북한에 있는 당신 가족이 모두 숙청됐다’라고 전한 말이 결정적이었단다. 김동식처럼 인간 병기로 만들어진 귀중한 남파 공작원의 사상과 신념에 대한 검증을 그렇게 소홀히 했을까?, 남한 교도소에 갇힌 빨치산 소년병은 끝내 북으로 송환해달라고 그렇게 해서 북으로 갔는데, 그들에게 사상과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김동식의 남한 정세파악과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얕았을까?, 


정구왕의 역시 군무원으로 정년까지 근무하고 나와, 이제 세상에 내 억울함으로 호소하겠다고, 그는 제대로 된 스파이 훈련을 받은 걸까?, 마치 영화<공작>처럼, 상사원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휴민트를 관리했다는데, 혼자서 활동하는 걸까, 팀은 없는가?, 북으로 끌려가 어떻게 하든 남한의 영관급 장교가 귀순했다고 하면, 정치적 이용 거리로서 가치가 있었을 텐데, 그렇게 풀어줬다. 모호한 태도로...


이 책을 읽는 동안 혼란스러웠다. 스파이의 모습은 지옥의 야차나 살인 병기라는 이미지보다는 그저 보통사람으로 사람들 틈에 제대로 숨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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