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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1 : 관계의 분리수거 - 잘 지내려 애쓸수록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ㅣ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1
김경일 외 지음, 최설민 엮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잘 지내려 애쓸수록 상처받는 사람을 위한 심리학
이 책<관계의 분리수거>의 제목 자체가 놀랍다. “분리수거”라는 표현, 즉 쓰레기통으로 처박아 버려야 할 것들과 남겨야 할 것을 구별하라는 의미로 세긴다.
엮은이 최설민은 유튜브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놀심)” 운영자다. 지난 7년 동안 200여 명의 심리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 책은 유튜브의 간판과 같은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시리즈 첫 권이다. 여기에 실린 17명의 심리전문가,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교수를 비롯하여 TV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 자주 출연하는 김태경 서원대 교수와 현장에서 상담하고 진료하는 정신건강 전문의, 작가 등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책은 3부이며 1부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말라’ 에서는 무례한 사람을 쳐낼 용기를 비롯하여 내 마음을 내가 지키는 법 등 2개의 장을 실었다. 인간관계는 늘 상대적인 것, 나 마음을 지킨다는 우선 원칙이 없으면, 휘둘린다. 내 삶의 주인공 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 꼴이 된다. 다른 사람들과 정말 잘 지내고 싶은데 왜 그게 제대로 안 될까, 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고민은 쓰레기통으로, 냉정하게 보자 나를 지키는 바운더리(경계)를 설정하고, 건강한 삶을 지키는 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실천행이 어렵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눈치가 보여서, 거절할 것은 거절하면 되지만, 이를 더 슬기롭게 익히는 방법(유은정의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6가지 마인드 피트니스)도 실려있다.
2부 ‘관계에도 분리수거가 필요하다’에서는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을 골라내고,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불가근 불원근의 관계를 해야 할 유형들(함광성 심리상담사), 유형별 손절의 기준과 헤어질 결심(유은정 원장), 평생 곁에 둘 사람과 당장 멀어져야 할 사람의 차이(최명기 정신건강 전문의)를, 착하기만 한 호구가 되지 않는 법 등 4개의 장이 실려있다. 3부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라’에서는 1부와 2부에서 정리가 됐다면, 미래를 위해 방비를 해야 한다. 이른바 경계를 확실하게, 방법은 태도와 말하는 법(화법)이다. 다른 사람이 시선이 두렵고 버거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신고은, 작가), 절대 무시당하지 않는 강한 멘탈을 만드는 법(성유미, 정신분석클리닉원장) 그리고, 각 장 끝에는 ‘놀심의 한 줄로 배우는 심리학’에 인터뷰 핵심내용을 요약해서 적어두고 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우선 이곳을 훑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좋은 사람 같지만, 사살은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
비합리적 신념의 대표적인 예는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일수록 모든 게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계속해서 갈등을 만드는 악순환의 근원이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경일 아주대 교수는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은 공존대상이 아니라 말한다. 공존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기와 분위기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밖의 일은 내가 알아서, 당신은 안에서 살림이나 잘 살아주라고 경계를 긋는 순간, “강”이 생긴다. 즉 건널 수 없는 장벽이 말이다. 그는 “장난을 받아주는 사람과 함께하라”라고 조언한다. 장난은 맥락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장난을 걸었는데, 반응이 없다는 것은 딱 그만큼의 거리라는 말이다. 그러면 집착할 필요도, 일부러 친해지려는 노력도 상대방의 태도로 상처받을 일이 없다는 말이다. 진짜 쿨한 관계인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뭐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여행 갈 때, 각자 원하는 교통편을 이용해, 약속한 목적지에서 만나면 그만인 것을 굳이 함께 가야 한다고 서로를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나의 격을 높이는 행동
당당하게라는 말이다. 한창수 고대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내 주변에 믿을 사람 한두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건 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기 수용이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알아서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이 말이 핵심이다. 내 주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 눈치 저 눈치, 나중에는 불필요한 오해도 손가락에 지문이 없을 거야 저 사람은 하도 비벼대서, 라는 뒷말을 듣기도 한다. 정말 그건 아닌데, 억울한데. 이때 스스로 알아서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인생사 새옹지마다.
나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일러주는 박재연은 세상이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생은 버려지고 남겨지는 문제가 아니라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라 생각하자고 말한다.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 자체가 폭력이다. 작은 부탁이라도 먼저 해보는 게 어떻게...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과 당당하게 보이는 사람의 말버릇
김윤나 말마음연구소장은 “우리가 뭔가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서로 발도 굴러주면서 시소를 재미있게 같이 탈 수 있는 사람(중략) 서로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죠.” 편안한 사람과는 시소를 탈 수 있지만, 만만한 사람과는 시소를 타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무조건 “괜찮아요”라고 하지 말라. 당신의 감정을 표현하라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 내 선호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나에 대해 알 수 없고, 그러면 말의 담장이 낮아져서 나를 상대로 아무 말이나 툭툭 쉽게 던지게 되는 것이다. 즉, 경계를 명확히 하면 말의 담장이 높아진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내 바운더리를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거리 두기 해야 할 3가지 유형을 보자, 폭력적인 사람 물리적으로 나를 공격하는 사람, 죄책감과 수치심을 자극하는 사람은 무조건 아웃이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전형적인 사례가 되기에... 이 책의 내용은 서로 연결돼있으니, 관심 있는 곳부터 읽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