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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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커피 사회는 피로 사회를 보듬어 준다


커피 매니아 이명신의 신조어 “커피 사회”는 재독 사회학자 한병철의 <피로 사회>와 멋진 대조를 이룬다. 130여 쪽의 작은 책 ‘피로 사회’는 빨리빨리의 경쟁 터널 속만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성찰을 조언한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억압과 다른 사람의 눈치와 외부 환경에 나를 맞추는 동안 쌓이는 스트레스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신호이기도 한데, 한병철은 부정성이 아닌 긍정성의 과잉에 의한 탈진과 소모가 심리적 불안정을 유발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피로 사회는 불안을 일으키는 외부 환경과 자신의 내적 조화가 깨진 상태다. 


이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은 역시 커피타임이다. 하루의 피로를, 커피 사회와 피로 사회는 동전의 양면인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 녹아든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커피, AFP통신은 얼죽아, 아아를 로마자로 표기 이른바 고유명사 취급해서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사랑을 집중 조명했다지만)를 들고 뛰는 젊은이들,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여유 있게 앉아서 따듯한 커피 한 잔 즐길 여유도 허용되지 않는단 말인가, 이런 풍경의 커피 사회는 피로 사회의 한 꼭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커피는 노동 음료, ‘생존 커피’


이명신은 커피의 의미를 “노동 음료” “생존 커피”라고 한 마디로 압축했다. 일하다가 한 잔 마시는 커피, 믹스커피(전원일기에 등장하는 다방식 커피를 나는 ‘양촌리’스타일이라 한다)는 새로운 에너지 원이다. 정신 차리기 시간이다. 동료와 수다도, 직장 상사 뒷담화까지, 사소한 잡담, 떠들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니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웃고 떠드는 잡담 속에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기도 하니, 우리 사회의 인사말 ‘커피 한잔할까?’ ‘커피 어때’ ‘아메리카노로 할 거지’ 놀랍게도 에티오피아 사회의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니. 한국은 프랑스(551.4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인당 커피 소비량(367잔)이 많은 나라다. 세계 평균 161잔의 두 배가 넘는다. 1년 365일 하고 이틀이 남으니, 3 식3 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 먹고, 후식은 커피라니, 채산이 맞나 싶을 정도지만, 그래서 문화인 것이다. 


커피 사회 휴머니티로 흐른다, 모두가 커피 앞에서는 평등하니


한국 사회가 “커피 사회”이고 달곰한 믹스커피에서 피어나는 많은 사연, 에피소드와 서사가 “커피 문화”다. 아이스 브레이크(얼음장 깨기, 첫 만남의 어색함을 덜어주는 것들)이기도 하다. 커피로 하실래요. 아아, 뜨아, 라떼.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로, 


이 책은 독특한 에세이집이다. 지은이가 고른 18가지 커피음료, 여기에는 호모 코페아(커피마시는 인간)로서 느낄 수 있는 인간다움의 가치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커피의 종류와 역사 등을 간단하게 건드리고 지나가면서, 커피숍 모임 자리에서 나를 조금은 똑똑하게 보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콩알 지식 “데일리 커피 익스프레스”와 “커피와 음악” 소개에 지면을 할애해두고 있다는 데서 호모 코페아 커뮤니티 입문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구성은 ‘각성’ ‘향유’ ‘우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 에티오피아의 다도(茶道)인 분나 마프라트 하루에 3번 한 번에 3잔씩, 첫째 잔은 아볼 ‘우애’ 두 번째 잔 후렐레타냐 ‘평화’, 그리고 세 번째 잔은 베레카 ‘축복’이다. 


커피는 ‘각성’과 ‘향유’ 그리고 ‘우애’를 담는다


첫 번째 이야기 ‘각성’에서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믹스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터키시 커피, 달걀 커피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때로는 서글프다. 농촌 들녘에서 마시는 양촌리스타일, 베트남에서 우유를 구하기 어려워 달걀노른자를 크림으로 만들어 커피에 넣었던 것이 달걀 커피의 유래라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지혜라 할까, 


두 번째 이야기 ‘향유’는 누림과 즐김이다. 여기서는 시간의 밭에서 인내를 심는다는 표현으로 더치커피처럼 하루 동안 찬물로 내리는 동안, 한 잔을 마시기 위한 기다림을, 마키아토, 낯선 것에서 유쾌한 호기심을 즐길 수 있는 가향 커피, 카페인이 쥐약인 사람들을 위한 디카페인, 이 역시 대안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표현한다. 300원으로 낭만 300도 올리기의 자판기 커피, 그리고 더치커피와 콜드브루의 비교, 차이점까지, 거기에 자신만을 표현하는 것도 이른바 셀피 커피다. 자신의 얼굴을 커피 표면에 나만의 커피인 셈이니 ‘누림’이다. ‘여유’, 기다림의 커피를, 마치 다도와 겹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 번째 이야기 ‘우애’에서는 드립커피를 다른 사람을 환대하며 삶의 허기를 채우다는 표현을 했다. 2022년 여름을 달군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의 핵심 키워드는 ‘환대’였다. 드립 커피 한 잔으로 환대를 나타낼 수 있다면, 물을 내리는 과정에 정성이. 카페라테의 부드러움, 빼놓을 수 없는 캔 커피는 따뜻해야 한다. 차게 한다는 논쟁이 있을 정도다. 아직도 답은 모르겠다. 또, 이어지는 공정무역 커피의 씁쓸한 이야기, 인도네시아에서 만드는 것인데, 아시아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콩으로 만든 코피루왁, 서로를 품는 공존의 지혜라면 지혜다. 지속 가능한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커피를 위한 대체 커피, 아모토 커피, 대추 씨, 치커리 뿌리 따위를 섞어서 만든 카페인 없는 커피, 디카페인을 찾을 때 좋지 않을까, 일본에서 민들레 뿌리를 말려 갈아 만든 대체 커피가 나돌기도 했는데.


커피 사회에서 커피 세계 속으로까지, 단순한 기호 음료,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에티오피아에서 약으로 썼다고도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른바 커피도(珈琲道: 다도(茶道)에 조응하여 커피도로 쓸 수 있으니, 애초 커피의 한자표기(가차)는 일본에서 커피(珈琲), 1945년 이후, 중국은 일본식 표기를 버리고, 咖啡(kāfēi)로 쓴다)

커피 사회, 노동 음료, 에너지원, 생계 커피는 피로 사회가 진전하지 않도록 하는 작은 방패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커피 사회와 커피 문화, 지은이는 커피 한 잔으로도 모두가 연결되는 호모 코페아 커뮤니티, 즉 휴머니티, 휴먼과 코뮤니티는 커피를 매개로 생각한다.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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