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산에 오를 적마다 이용했던 유일한 길은 이제 사라졌지만, 아직 화자의 것은 그대로였다. 무사했구나. 3호. 아직도 우주로 돌아가지 않았네, 미끈거리는 도마뱀 등껍질 같은 바람에 손을 대고서 이젠 너무도 익숙해진 길을 한 발씩 내딛어가며 산에 올랐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화자는 부대에 있는 사람들이 저녁을 먹을 시간쯤 돼서 전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나텔로 4. 내가 좌표 하나 불러줄 테니까, 받아 적도록 해...아니면 외워버리든가...
화자에게 남은 시간이란, 착각과 오해란, 갑자기 나타난 이름 모를 산, 그곳은 화자와 그녀에게만 보였던 산이었을까? 마지막 전령에게 받아적으라는 좌표는 ?
장르 소설인지는 헷갈리지만, 회상과 현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반복되는 것들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모호하다. 짐작의 여지를 남긴 표지, 플레이 거꾸로 쓴 되감기 또 플레이 그리고 거꾸러 쓴 작가의 이름과 카세트 테이프가 돌아가는 듯한 추상적인 그림들, 떠오르는 것을 구상할 뿐 구성하지 않는다. 쓸 것을 밖에서 찾기 보다는 안에서 찾는다는 작가의 말과 묘하게 어울리는 듯한 느낌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