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 상.하세트 - 전2권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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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사가 되어서


1930년대 미국작가로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싱클레어 루이스의 초기 3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애로우 스미스>, 이 작품의 주인공 마크는 의학 소설이나 TV 드라마에 나오는 인류애 넘치는 의사의 모습이 아니다. 의학을 순수학문으로 접근하는 의사과학자로 묘사된다. 물리나 화학, 물론 기초학문으로써 익혀야겠지만, 의학과 어떤 구체적 관련성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듯한 시대에 어린 마크가 동네 할아버지 의사의 진료소에서 무급의 비공식 조수가 됐다는 데서 시작한 이야기, 낡고 오래된 진료소의 풍경은 이곳이 이발소였던가 싶을 만큼의 분위기, 예전에는 이발사가 외과 수술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아무튼 의술이 의학이 되는 과정과 작품 전개가 맞물려 전개된다. 


두 갈래의 선택과 갈등


주인공 마크는 두 개의 가치관 속에서 선택의 갈등을 느끼는데, 페스트 치료와 관련된 놀라운 연구성과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응용이냐, 학문적 완벽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당장에 치료제로 쓰자는 제약사의 요구와 성과를 발표하자는 연구소, 실전으로 나아가자는 병원의 제안, 치료를 다 해달라는 페스트 감염 지역민의 요청 속에서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완벽한 검증을 하지 못한 치료제, 전염병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또 일어날 수 있는 감염병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3년 전에 겪었던 코로나 19 대유행과 이 작품 속 페스트 창궐이 겹쳐지기도 한다. 


임상 의사냐 기초의학자냐, TV 의학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는 질병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는 의학자들, 코로나 19 팬데믹때 그 존재가 각인됐지만, 의사는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은 임상 의사를 이미지한 것이다. 마크의 의대 동기들,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듀어나 전형적인 모범생인 어터스, 뚱보 파프처럼 실력은 없지만, 인성이 좋은 의사, 아마 의학계의 분포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은 의학 드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묘미가 있다. 의대 시절 마크의 스승 막스 고틀립, 이 작품의 가치관을 관통하는 듯하다. 가치관을 순수학문에 맞춘다. 맥커크 연구소의 웨켓 또한 고틀립과 같은 학구적인 인물, 이들은 마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아무튼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의학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의사 분류의 전형처럼 보인다. 

지금 한국 사회의 의료대란의 뿌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현대 의학은 기초과학에서 얻는 성과를 임상 의학에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서 발전해 온 것이다. 


100년 전 미국의 의대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80년대의 의과대학의 교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90년대 임상의의 필요성 때문에 의대의 커리큘럼은 기초과학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졸업 후의 의사 사회는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다. 당대의 미국 의료계의 실상을 녹여낸 게 아닌가 싶다. 곳곳에 드러난 임상 의학에 대한 비판과 학문으로서 의학에 관한 철학은 의학자문을 했던 이의의 그것이지 않았을까, 또한 도움도 컸겠지만, 작가 루이스의 필력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의사과학자라는 이미지는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라기보다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과학자에 가깝다. 선천적으로 학구적인 의사들, 기초과학을 선택하는 이들은 100명이라면 1~2퍼센트 이내가 아닐까, 1~2명 정도, 아주 드문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인데, 


루이스는 왜 이 소설을 쓰게 됐을까? 왜 이 시기에 의학과학이라는 세계를 소재로 삼았을까? 하는 꼬꼬무가 작동한다. 아마도 의학자문이었던 미생물학자 폴 드 크라이프가 당대 임상의학이 과학적인 기반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한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인데, 


아무튼, 이 소설은 의학 세계의 블랙 코미디다. 아울러 옮긴이 가톨릭의대 감염내과 교수이자 한국의료과학(Journal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장 유진홍 선생도 한국의 의료대란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 듯하다.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는 루이스의 다른 책은 한국어본으로 소개됐지만, 이 작품은 초기 주요작품임에 의외로 한국어 번역 출간된 적이 없었다. 제목에 의사과학자라는 생소한 낱말을 붙인 것만으로도 한국 의료계의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듯하다. 적어도 기초과학자가 멸종되는 위기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상, 하권 800여 쪽에 이르는 분량, 읽는 동안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응용이냐, 순수학문이냐라는 가치의 갈등이 생각보다 꽤 중요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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