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요양원으로 출근합니다
김혜숙 지음 / 피톤치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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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돌봄에 관한 또 하나의 생각


돌봄, 가사노동과 함께 여성 노동, 젠더노동 등 다양하게 부르는 자활노동은 먹고 입고 집 관리하고 아이를 길러내는 등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의 생존과 성장, 유지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일을 말한다. 그런데 자활노동은 여성의 성해방을 위해서 가장 먼저 안 하기로 작정하는 노동이 되어버렸다.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노동을 담당해야 한다는 성역할 규범을 거부하는 의미에서다. 왜냐하면, 자활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무임노동인 데다, 도덕적 언명까지 부착된 노동이기 때문이다(<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반비, 2021, 2강 시간의 재배열을 위한 기획들).


도덕적 언명까지 부착된 노동의 또 다른 이름 “돌봄”은 이제 무임노동의 사적 영역을 벗어나 공적 영역의 서비스로 옮아간다. 상징은 노인복지시설이다. 양로원(노인주거복지시설:이용료를 낸다)과 요양원(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등급 필요)의 구분도 제대로 못 하고 이 두 시설이 이름만 달리 부르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도 있다. 이 두 시설의 법적 근거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요양보호사라를 국가자격을 갖춘 돌봄 전문가들의 처우 또한 문제다. 재가방문이든 요양원이든 일하는 사람의 인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인권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과제다. 


아무튼, 이 책<나는 오늘도 요양원으로 출근합니다>의 지은이 김혜숙은 어린이집 원장을 하다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요양원을 운영 중이다. 부제가 심상치 않다. “어서 집으로 가자, 요양원이 내 집이지.” 이 한 문장에 담긴 함의는 수용의 장이 아닌 생활의 장으로, 노인들에게 우리 집이 된 요양원 이야기다. 돌봄, 노인복지법상의 다양한 노인복지시설 중 노인의료복지영역에 속하는 요양원은 고려장 이미지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집에서 살고 싶다. 90년 대에 들어 여성의 노동 시장진출로 홑벌이가 당연했던 사회에서 맞벌이가 표준이 된 시대로 접어들면서 어르신의 돌봄 또한 가족의 손에서 요양보호사의 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어르신들은 요양원은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고 죽어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어두운 수용시설로 관념한다. 이게 실상이다. 


유교 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있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효(孝)의 실현 모습은 변화 중이지만, 아직도 어르신 세대와 자녀 세대의 암묵지가 있다. 서로에게 돌봄을 원하거나 돌봄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느끼는 죄책감, 지은이는 이 딜레마의 틈을 좁히기 위한 노력으로 “진정성 있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양 세대에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과 돌봄을 넘어선 존엄이라고 했다. 삶의 마지막까지 보살핌을 받는다는 확신이 주는 안도감과 안정이다. 이 책은 돌봄의 현장에서 마주한 생생한 이야기와 그 안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담았다.


6부 구성의 이 책은 오늘도 출근합니다(1부)를 비롯하여 오늘도 요양원은 맑음(2부), 우리는 무슨 인연일까? (3부), 이런 요양원을 선택하세요(4부), 살아있는 마지막 날까지(5부), 나의 심장을 그에게 주세요(6부), 


이런 요양원을 선택하세요


에피소드, 지은이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들어와 내 집처럼 여기면서 편안하게 생활하시던 어르신의 자녀가 요양원을 열고, 어르신을 그것으로 모셔 가려 했는데, 그 어르신은 “여기가 우리 집인데 어딜 가? 라며 단호하게 거부했고, 우리 요양원에 계속 머물기로 하셨다. 그 어르신은 왜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했을까, 바로 ”이런 요양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가족을 요양원으로 보내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요양원은 죽기 전에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남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공간이다. 보호자는 어떤 요양원을 선택해야 할까? 우선 거리와 접근성이다. 보호자의 방문이 쉬어야 한다.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환경 그 자체가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음으로 청결과 안전이다. 난간, 미끄럼 방지 바닥, 응급호출 버튼 등 안전 설비와 채광 좋고 조용한 곳으로 쾌적한 환경인지도 살펴야 한다고. 서비스와 프로그램도 꼼꼼히 살펴야 하며, 비용과 정책도 현실적으로 중요한 요소이기에 기본요금 외에 추가 비용이 생기는 항목들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 지원 혜택이나 장기요양보험 적용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수용이 아닌 생활의 장으로 


요양원을 보는 사회의 눈은 차갑기만 한데. 학대나 부실 운영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는 지은이, 요양원은 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일까?, 첫째 많은 사람이 요양원을 ‘버려진 곳’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부모나 사랑하는 이들을 직접 돌보지 않고 요양원에 맡기는 것이 책임 회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요양원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셋째, 요양원의 환경은 병원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넷째, 경제적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지급한 비용에 맞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독일이나 일본은 재택돌봄 확대, 생활공간의 무장애화(BF), 긴급의료대응 가능한 진료 연결체계(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약 30분 이내에 의료, 요양, 예방, 거주, 생활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한정된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 고령자 생활을 지원한다.) 정비 등, 공급자시각에서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지은이는 요양원은 수용시설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바꾸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따뜻한 공간, 집처럼 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여기가 우리 집이라는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일상들, 작은 순간에 담긴 돌봄의 위대한 가치라고.


이 책은 요양원 운영자나 요양보호사, 노인복지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따뜻한 이야기다. 마을 공동체의 배려와 품앗이 문화의 전통의 긍정적 부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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