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아무리 유명한 예술 작품도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텅 빈 감상이다.”


이 한 문장으로 이 책을 표현했다. 평범하고도 당연한 말이 정말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면, 나 역시 그림 보는 눈(이를 심미안이라 하나?), 그림이든 나든 서로 말을 주고받는 소통이 없다면, 그저 장식물일 뿐, 어느 날 집 안 갤러리 카페에 들렀다가 한눈에 들어온 수묵화 텅 빈 공간을 내 기분에 따라 채워 넣을 수 있겠다. 마음에 드네, 하고 조심스레 주저주저하면서 그림값을 물어봤더니, “0”이 여러 개, 그런데 누가 작품값을 매기나, 시장이란 게 이런 건가. 0 숫자를 헤아리다 결국은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보는 순간, 이미 그 안에 넣어두었던 내 상상은 달아나고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위 문장의 의미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그때의 기억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의식 속에 남겨둔 아쉬움이었을까?


기자와 작가 그리고 학자의 길 등 다양한 경험의 지은이 송주영은 예술의 입맛을 잃은 당신에게 이 책이 우연히 찾은 만난 괜찮은 밥집이면 좋겠다고 말을 꺼낸다. 


책 구성도 7부로, 7가지 방법을 일러두는 듯하다. 맛있게 먹는 방법 하나, 개인 취향 존중 시대의 그림 감상법에서는 스토리텔링, 형식과 내용, 무제의 그림 보기를, 둘 오래전 미술 다시 보기에서는 반전 있는 선사시대 미술 이야기, 물감이 된 미라 머미 브라운의 비밀, 바니타스 정물화, 무늬 없는 백자대호를, 셋, 반전 있는 그림 보기, 넷 근현대 미술 다시 보기, 다섯 동시대 미술 보기, 여섯, 그림 속 여자, 그림 그리는 여자, 일곱 내일을 위한 미술교육


미술사와 미술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알면, 그림 보는 눈이 열릴까? 


유명한 작가, 걸작이라고 평하는 그림, 우리 눈에는 도통 어디가 그렇게 대단한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술에 조예가 없으니, 보는 눈이 없으니, 그럼 미술의 역사나 작품에 얽힌 스토리를 알면 작품이 좀 더 달리 보일까?, 이른바 “개안(開眼)”이 될까? 누구에게 이런 속내를 말할 수 없는 사람도 부지기수이지 않을까?, 그림을 모른다고 품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린 강아지 그림은 보기에 따라서는 심술궂게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슬퍼 보이기도, 혹시 내 감정 상태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고, 느낌 또한 달라지나, 이게 맞나?, 맞다. 지은이는 이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예술 능력은 있다. 그게 그림이거나 음악이거나 말이거나 할 뿐이다. 


그림을 너머에 있는 작가의 세계관까지 엿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 또한 훈련과 재능의 결합이다. “표현”, 미술평론가들의 현란한 글들, 철학적 토대가 어쩌고저쩌고하는 순간에 주눅이 들어버린다. 이때 지은이가 한 말 “아무리 유명한 예술 작품도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텅 빈 감상이다.”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작품의 관점은 예술가에서 감상자에게, 예술가는 작품을 창작하는 전문가일 뿐, 감상자가 중요하다는 지은이의 말, 20세기 중반부터 지식인들의 서구 사회의 남성 중심적 역사해석을 철회, 창작자보다는 감상자가 주인공이 되는 예술이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술 작품이란 결론과 해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텍스트’로 인식됐다. 오리무중, 아 이 그림은 이런 의미로군요라는 전문가라는 벽에 가려진 심리적 왜곡 즉, “예술가는 평범한 우리와 다르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보고 느끼는 대로 시쳇말로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저 좋아서, 보면 편해서,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영감이랄까. 이게 맛있는 반찬이고 밥이라고 말하면, 예술을 이해 못 하는 무식쟁이라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그저 아는 척 할 뿐, 이제 이런 부담감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지은이가 왜 그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했을까, 어렴풋이 알 듯하다. 


천재예술가는 우리의 체면이 만들어 낸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맛있게 그림 보기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림 이야기다. 지식과 상상력 모두가 필요한 그림 보기라는 대목, 작품에 관련된 지식을 알고자 조사하고 학습하며 그 위에 개인의 상상력을 더 할 때 ‘의미 있는’ 개인의 취향이 완성된다고. 작품 너머 그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훈련을 한다면 21세기의 화두 ‘크리에이티비티’ 즉 창의력과 독창성이 전문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미술의 역사와 작품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다. 한편씩 읽어가면서 상상력을 동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