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영훈 엮음, 이나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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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군중(群衆)심리


한곳에 모인 많은 사람의 무리를 군중이라 하고 이들의 어떤 상태가 된 심리를 군중심리라 한다. 19세기 말 “군중심리”, 집단의 심리를 과학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연구서라는 평가를 받는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20세기 초 노벨 물리학상 후보가 될 만큼 자연과학 연구도 활발히 진행했던 의사 출신의 철학자요, 심리학자이면서 과학자였던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의 군중심리는 여러 판본이 나올 정도로 대중들에게 특히 정치인에게는 군중심리를 꿰뚫어 보면 지도자 반열에 올라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의 능력의 수준을 알게 해준다는 잣대가 되기도. 아마도 이는 르 봉도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닐까? 그의 생각과 달리 <군중심리>는 여러모로 응용되고, 또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아니 여전히 그리고 지속해서 현대 정치, 광고, 미디어의 설득 전략, 심리적 방아쇠 등을 분석할 때도. 하지만 그는 군중심리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반대로 보면 집단 심리, 군중심리는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건설하지는 못해도 파괴는 할 수 있다는 군중심리의 원천은 “무의식”이다. 한 민족의 정체성, 원시적 기억 속에 자리한 문화, DNA에 새겨진 그 무엇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3부 13장 체재이고, 1부 ‘군중의 정신’에서는 군중의 일반적 특징과 군중심리의 일체화 법칙을 논한다. 심리적 군중, 그저 많은 사람의 심리가 곧 집단 심리 군중심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군중이 보여주는 어떤 독특한 특징이 있어야 하고 이것이 나타나는 세 가지 원인을 지적했는데, 많은 사람의 어느 한곳으로 쏠리는 그리고 지배받고 조종되는 그 무엇이 들어가야 르 봉이 말하는 군중심리가 되는 것임을 설명한다. 2부 ‘군중의 견해와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가, 그 간접요인으로 그는 민족과 전통, 시간, 그리고 정치제도와 사회제도, 학습과 교육이라는 5가지를 들고 있다.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이미지, 단어와 경구, 또 환상, 경험, 이성의 4가지, 정치인 팬덤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군중의 지도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요즘 한국 사회의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3부 ‘군중의 다양한 유형 분류와 묘사’에서는 어떻게 군중을 분류하는지 이질적 군중과 동질적 군중, 범죄자로 분류되는 군중, 유권자 군중, 의회 군중 등 우리가 군중이라 부르고 군중심리라 구분 없이 부르는 그것 안에, 미묘하게 차이가 있고 때때로 결이 다름을 느낄 수도 있다. 


군중은 무의식에 지배를 받는다


무의식이 군중이 갖는 힘일지도 모른다. 자연에서 오직 본능에 의존하는 존재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행동을 보여줄 때 우리는 경탄한다. 이성은 인류에게 낯선 능력이다. 군중의 심리적 특성 중 일부는 개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지만, 군중에게만 절대적으로 고유하며 오직 집단에서 나 타는데, 아마도 예비군훈련장과도 같지 않을까 싶다. 같은 옷을 입고 신분도 직업도 모르기에 개인의 사회적 지위 등에 억눌렀던 본능이 표출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아무 데나 소변을 보고, 욕지거리하는 등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그 메커니즘은 집단정신의 공유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어떤 사람이든 각각의 생활방식, 직업, 성격이 비슷하든 그렇지 않든, 단지 군중의 일원이 됐다는 것만으로 구성원 모두가 집단정신을 공유한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혼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인데,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르 봉은 세 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첫째가 본능억제로부터 해방이다. 둘째는 전염이다. 셋째 피암시성이다. 즉 홀로, 개별적으로 활동할 때 나타나는 개인의 성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고유한 특성을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예비군훈련장이란 공간, 개개인이 모여 군중이 되는 순간, 자신을 억눌렀던 그 무언가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 이 해방감은 전염되고, 인간의 잠재된 또 다른 나를 끄집어내기에. 군중심리를 해부해 보면 바로 이런 것이다. 이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동물적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군중은 언제나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개인보다 지적으로 열등하다. 


모든 것은 군중이 어떤 방식으로 암시를 받느냐에 달려있다


군중을 범죄적 관점에서(부정적인 측면) 접근한 학자들은 군중이 상황에 따라 개인보다 더 나을 때도 있고 더 나쁠 때도 있다는 사실을 놓친 것이다(아주 단순하면서도 지나치게 극단으로 치닫는 이중적 특성이 존재하지만). 영광과 명예에 열광하며 음식도 무기도 거의 갖추지 못한 채 적들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어디서 나오며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군중이었다. 그렇다면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은? 군중에 속해 있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작동, 감정이 한층 격렬해지고 극단적으로 표출, 군중의 규모가 클수록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진다(태극기 부대, 트럼프 대선 후 미국의사당 침입과 서부지원 침탈 등에서 보이듯), 아울러 군중 안의 감정은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폭발하는데, 이런 경향은 원시시대 때부터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본능 때문이라는 르 봉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책임감이 강한 개인은 처벌이 두려워 이러한 본능을 억누르려 한다. 



감정적으로 고조된 군중에 불을 지피려는 연설가는 과격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남발해야만 한다. 과장하고 확언하고 반복하되 절대로 추론을 통해 그 무엇도 논증하려고 들지 말 것, 이것이 대중 집회 연설가, 선동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설득의 비법이다. 군중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영웅들 역시 감정을 극적으로 과장해 표현해주기를 바란다.



군중심리의 메커니즘, 이성도 지성도 작동하지 않는다


연극을 볼 때 주인공에게 현실에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용기, 도덕성, 미덕 등의 자질을 기대한다는 점은 이러한 군중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는다. 군중은 오로지 감정만을 과장하므로 지성은 절대 과장되지 않는다는 사실. 단순하고 극단적인 감정만 경험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이해는 이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눈에 보일 것이다. “군중심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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