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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그 깊은 독백 -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박갑성 지음 / 예미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얘들아, 삼백육십오 일 남았어
박갑성 작가의 에세이집<정년, 그 깊은 독백>, 정년퇴직을 한 해 앞두고 제주에서 한 달 살 이를 하면서 지난 세월 익숙했던 것과 결별 연습, 생각보다 쉽지 않다. 관성이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일 정도이니 몸이 기억하는 루틴을 정년 후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바꾼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것, 익숙한 곳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자유나 해방감보다는 불안이 앞선다.
지은이는 정년이 다가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일에서 해방되면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는 현실 앞에 어떻게. 책 구성은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또 봄과 여름이다. 펜 끝 가는 대로 노트북 자판이 움직이는 대로 내 일상을 적는다. 이렇게 한 올 한 올 풀어내면 내 안의 루틴도 바뀌지 않을까, 사고법도 자연을 보는 법도 세상을 향한 눈길도 달라지겠지.
정년이 뭐지,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정년(停年) 停: 머무르다, 정해지다. 밀리다, 버스정류장(停留場)처럼, 사전에서 정년의 뜻풀이는 공무원, 회사원 등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퇴직하도록 정해진 나이다. 백세시대인데 정년연장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사회담론도 있지만, 애초 ”정년“이란 무엇이며, 누가 왜 정했는지, 미국 같았으면 ”연령차별“이다. 노인도 법적으로 그 나이를 정해 개념화하듯이, 정년의 이데올로기라고 해야 할까, 실제 정년이 생긴 지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기업 등의 인력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정년퇴직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고령자고용촉진법에 정년을 61세로 정했다), 그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들도 있는데, 연공급, 효율적 정년제, 노조 선택 등이 있다. 아무튼, 2033년부터는 65세 정년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독일에서 시작된 정년연장은 연금 수급개시 기간과 맞추기 위해서였는데, 일본 등으로 이에 따르는 추세다. 물론 정년연장 찬반논쟁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이제 국민 복지라는 담론 속으로
정년을 맞이하는 이들의 감정변화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까운 사람도 때로는 손익계산서가 필요하고 시퍼런 칼날을 겨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적당한 거리를, 불필요한 인연을 만들지 말라, 인연에 중독되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인연이란 바람과 같은 것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내 삶은 다른 사람의 것이 돼서 깨지고 상처 입고 주인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삶에 주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중요한 행위이면서 보석처럼 아름다운 일이다. 지은이는 노자의 생각과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기억해두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가볍게, 자중자애, 내 삶은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그리고 현실
온종일 국민 연금, 고용보험, 퇴직연금, 지역 건강보험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설명이 어렵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회사라는 우산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왔다. 최근에 파리바게뜨와 커피집을 방문할 때마다 가격표를 보면서 손길이 멈칫멈칫하는 내가 우습다는 지은이, 이것이 현실이다. 내 인생에 존재감을 보인 적도 훅 들어온 적도 없던 국민연금, 고용보험, 퇴직연금을 찾는 게 현실이다.
이번 역은 정년퇴직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환승역을 찾는 승객들, 이들은 하우스푸어가 될지, 리타이어 푸어가 될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내일이 무섭고 두렵다. 정년이란 괴물이 이렇게 내 인생에 훅 들어와 혼란스럽게 한다. 남의 일처럼 여겼던 정년, 환승역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정년퇴직 역에서 내려 곧장 나가야 할까?, 환승역을 타면 또다시 일터로, 정년의 한가로움과 불안감이 겹쳐 묘한 느낌을 즐겨볼 것인가, 아니면 몇 년 더 출근길을 나서야 할까?,
이 책 속에 글들은 오랜 세월 같이해 온 아내에 대한 고마움, 열심히 생활하는 자식들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이 종합선물세트가 되어 그에게 돌아온다. 명패도 내려놓고, 남은 명함도 쓰레기통으로 그리고 나선다. 내일을 향해, 환승역일랑 내일 또 생각하고, 오늘은 정년퇴직 역에서 내리자.
정년을 앞두고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뜨겁게 공감할 듯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일터와 자기 일, 가족과 함께 지내온 시간의 소중함을, 아마도 정년을 앞둔 이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이런 생각에 잠기지 않을까, 이런 깊은 독백은 정년에 이르러, 정년을 앞두고.
마음을 추스르고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실과 은퇴 우울에 빠질 수도, 한국 사회가 피로사회임을, 쉬는 것이 불안한 사람들, 죽는 날까지 내 힘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이즈음이면 모두가 철학자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