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5년 2월
평점 :
품절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다가오는 죽음 멀어지는 삶


한수경 작가의 소설<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관리인의 하루>, 제목을 보면서 여러모로 상상을 해봤다. 삼촌 장례식, 흙산인 공동묘지, 그곳에 삼촌은 묻힐 것이다. 지금까지 주인공 수영을 돌봐주던 삼촌이 세상을 뜨자, 혈혈단신의 사고무친 그 허망함과 슬픔은 사치일 정도로 그의 삶은 궁핍하다. 들어온 부의금만 가지고는 장례식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수중에 남은 돈을 다 떨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할부로 장례비용을 치르려고 접수처로 향하는 발길은 천근만근이다. 가장을 잃고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의 무게가, 근처 나무에 아무렇게나 붙어있는 구인광고 “무덤 관리인”, 그 옆에 쓰인 월급이 수영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죽음으로 삶의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눈앞에 보이는 삶의 끈


주인공 수영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실자였다. 장례비를 치르러 가던 그 순간까지, 구인광고를 보는 순간 탈출구를 봤다. 순간순간 뭔가를 상실하기도 하지만, 또 순간순간 희망을 얻기도 한다. 아마도 이것의 삶의 과정이지 않을까, 죽음과 삶의 경계의 상징적 공간이자 무대인 공동묘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간직한 저마다의 사연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태워 묘지에 묻고 가슴에 묻고 눈 속에 간직한다. 


무덤은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상실을 겪은 참배객, 이들을 고객이라 부르며,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덤 관리인, 이들에게 이곳은 삶의 현장이다. 밤에 귀신이 나온다며, 용돈 벌이를 위해 심령사진을 만들어 내 고객들에게 파는 일도, 묘지라는 무대에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묘지는 귀곡산장, 납량특집의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온갖 상실을 경험하면서도 어느 한순간 얼굴에 번지는 웃음은 행복이다.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는 여전히 살아야 하는 그런 세계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니라 죽어가기도 하고 살아가기도 하는 역설이다. 죽음을 막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죽음 맞이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할까, 


소설은 무덤 관리인이라는 생소한 일의 세계로, 을씨년스럽고 소름 끼치는 산 사람이 머물 수 없는 죽음의 영지, 눈에 보이는 광경과 다르게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웃고 즐기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다투기도 하고,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이란 뜻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


그저 곁에 있다가, 함께 밥을 먹고 집이란 공간에서 때로는 떨어져 살지만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함께한다고 믿고 안심한다. 이른바 동시대를 산다는 의미에서 하지만 죽음 바로 거기 그곳에 중단을. 상실로 볼지 삶의 한 과정으로 볼지는 세계관과 가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죽음이 죽은 이와 살아있는 이를 갈라놓을 수도 갈라놓지 못하는 수도 있다.. 죽은 이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또 살아내고 있다면... 죽은이를 가슴에 묻고 살지라도 어느 한순간은 그 존재를 잊을 만큼, 아니 가슴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밀어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 어떤 형태로든 다가오는 죽음, 그렇다면 멀어지는 삶을 좇아 발버둥 처 보는 건 어떨까?. 


장례식장 너머 늘 무덤을 보고사는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 그곳 또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들이 살다보면 일어나는 일이 일어나는 그런 곳이다. 제목만큼이나 지루할 틈이 없이 이일 저 일로 바삐 돌아가는 고즈넉한 무덤과 바삐 사는 무덤 관리인이, 꽤 흥미로운 발상의 소설이다.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은 삶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무덤 관리인의 하루는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무덤의 역설이랄까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묘지를 감싸는 고요함 속에도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과 다를바 없이 뭔가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삶이다. "무덤"이란 멈춤과 끝의 상징이 아니라 새로운 움직임의 시작이다. 무덤을 둘러싸고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한데 얽혀 사는 모습은 삶이다. 죽음과 삶이 함께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읽기에 따라서는 꽤 철학적 사유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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