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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 그래서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지은이 김범석 의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젊었던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뒤따르는 채권자의 등장과 채무자의 모르쇠 또한 고인에 불편한 감정을 남기기도. 지은이는 이런 경험을 겪고, 의사가 됐다고, 아버지에게 담배를 끊으시라는 말을 한 번도 못 한 게 못내 억울하다고 했다.
지은이의 이 에세이<죽음은 직선이 아니다>에 암과 인식, 치료법의 진화 등 주요 의학 정보를 공유하면서 암 예방법을 강조한다. 기실, 의학의 발전과 보건 위생과 경제적 수준 향상 등으로 우리 사회의 평균수명은 100세 시대라 할 만큼 늘었다. 한 세대 전에는 환갑을 넘기면 노인이었지만 지금은 장년 수준이다. 노화 현상을 어떻게 늦출 것인가, 인체의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암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물과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안티에이징 즉 노화 지연법과 암 예방법은 똑같다. 우리가 아는 상식 바로 그 수준이다. 담배 피우지 말고, 술 먹지 말고, 유산소 운동, 균형 있는 식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다. 돈 들지 않는 운동 대신에 돈 들여가며 좋다는 영양제 사 먹는다고 오래 산다는 보장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암에 관한 서사,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온 걸까?”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지은이는 왜 암과 싸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암과 생을 공존하게 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있다. 예전에는 독으로 암을 죽였다. 이 과정에서 암만 죽는 게 아니라 인체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온다. 즉 부작용이 새로운 암을 키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암은 정복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5부 15장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낸다. 2부에서는 암 발생의 메커니즘과 암 정복의 과정을, 3부에서는 암은 살아남기 위해서 진화한다는 사실, 그리고 4부는 반전 우리는 시시각각 태어나고 시시각각 죽어간다. 5부 죽음 뒤집어 보기 전환과 공존에서 발상의 전환, “암과 함께 살아가기”, 완화의료, 죽음과 노화, 무엇과 싸우는가,
의학적으로 암 정복이 과연 제일 나은 방법일까
이 책의 핵심은 제5부 죽음 뒤집어 보기다. 관점의 전환, 암과 함께 살아가기, 우리는 항암 치료를 하면 암이 죽고 암 덩어리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환자는 당연하고, 의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좋아하지만, 실은 복잡하다. 항암 치료를 했다고 해서 모두 예후가 좋은 것도 아니고 항암 치료로 암 덩어리가 줄어든 것이 보이지만, 내성이 생긴 때는 별 효과가 없어 다시 암이 커지면 죽는다. 환자나 보호자나 항암 치료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건 알지만 손도 못 써보고 죽는다면 보호자(배우자, 자녀 등)는 서운함, 아쉬움, 죄책감 등의 트라우마를, 손을 쓴다면 이미 치료는 연명 수준 정도인데, 환자의 고통은 심해지다 결국에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 이는 당사자의 딜레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인식과 사회 문화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기에 말이다.
죽음에 관한 인식을 달리해보자. 이를 거시적으로 보면 어떨까?, 결국에는 암 크기를 줄이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더 커지지 않도록 억제하면서 심신의 부담을 주지 않고, 좀 더 오래 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발상에서 나온 치료법이 메트로놈 항암 치료와 적응 요법이다.
호스피스에 관한 제대로 된 인식
호스피스는 그저 이제는 손을 쓸 수 없어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한다. 2016년 <호스피스, 완화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제정됐다.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 죽음은 치료의 실패를 의미하고 절망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그래서 말기 암 환자의 죽음의 질은 2010년 <이코노미스트>에 발표된 ‘임종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2위로 33위인 말레이시아, 39위인 우간다를 가까스로 제쳤을 뿐이다. 2014년 같은 보고서에서 18위로 올랐지만, 의료 시설과 의료진의 질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살기 힘든 나라에서 죽기도 힘들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평온하게 죽는 일이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특권의 소수사람에게도 가난한 사람사람에게도 죽음은 평등하게 찾아온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며칠 전 폐암 환자인 지인이 죽었다. 표적항암치료약에 내성이 생겼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는데, 2년 넘게 살았다. 아니 연명했다.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너무 빨리 갔다고 서운해한다. 환자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그동안 함께 투병 생활을 해왔던 가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이런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죽음”이란 악일까,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것이냐며 불행과 박복함을 탓할 것인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 마음 챙김을 하는 것, 암과 싸우는 것일까, 나 자신과 싸우는 것일까, 많은 여운을 남기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