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 장자 - 자연의 피리 소리 ㅣ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권으로 읽는 장자, <장자>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서
만화로 동양철학과 문학의 재창조라는 이름이 따라붙는 채지충의 작품들, 그는 15세에 전문 만화가가 됐고, 1999년에는 네덜란드의 프린스 클라우스상을, 2011년에는 황금 만화상 평생 공로상을 받은 대만의 만화가다.
이 책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 8권 중 도가사상(4권~6권)중 4권 장자: 자연이 피리 소리다. 장자라는 이름은 귀에 아주 익숙하다. 장자와 제자들이 함께 지었다고 전해지는 <장자>는 제자백가의 치열한 사유들이 빚어낸 중국 선진(先秦) 철학사의 정수가 녹아 있는 철학서로 여겨지는가 하면, 상처 입은 삶을 위로해주는 지혜가 담긴 우화집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특유의 도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신화적인 사유의 보고이자, 문학서로서 이해되기도 한다. 보기 나름이다. 다원적, 다각적인 접근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장자>는 내편(內篇) 7편, 외편(外篇) 15편, 잡편(雜篇) 11편 등 총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편은 통상 장자가 직접 쓴 글이라 본다. 외편과 잡편은 장자 제자들이나 장자를 흠모하는 사람들이 쓴 글로 여긴다. 장자 사상의 본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내편 7편 <소요유(逍遙遊)>, <제물론(齊物論)>, <양생주(養生主)>, <인간세(人間世)>, <덕충부(德充符)>, <대종사(大宗師)>, <응제왕(應帝王)>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들 한다. 이 책의 구성은 33편을 155컷으로 담아냈다.
제물론
이 중에서도 <제물론>이 가장 중요하다. 장자서 전체의 이론적 틀을 담당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자> 33편 글 중 유일하게 ‘론(論)’이라는 말을 제목에서 사용한다. 그런데 장자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중도에 독해를 포기할 정도로 <제물론>은 그 내용이 난해하기 짝이 없다. 이런 마당에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학자가 굳이 장자를 왜 연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소통의 맥락에서 유불선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전통 사상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우리들의 소통 수단인 감각과 그 연장인 언어에 관한 내용이 유불선 사상의 중심 부분을 관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물(齊物)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物)’을 ‘제(齊)한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제(齊)한다.’라는 것은 ‘같게 하다’, ‘가지런히 하다.’, ‘하나로 하다’란 의미를 지니기에 제물이란 ‘사물을 고르게 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세상 만물은 크기나 색깔, 또 그 느낌마저 다르므로 사물이 제물 상태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드러난 외형은 다를지라도 우리들의 마음에서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제물론>은 중국 철학사의 최고봉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 사상서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빼어난 내용으로 구성된 사상의 으뜸가는 보고이다.
소요유(逍遙遊)에서 열어구까지
'소요유'는 '자유롭게 노닌다.'라는 뜻으로,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장자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다. 소요유는 단순히 물리적인 자유를 넘어, 정신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인 성공이나 물질적인 풍요를 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는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 소요유의 궁극적인 목표다. 우리가 사는 사회, 즉 현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조직, 심지어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걸린 문제다. 현대 사회에서 소요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정신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아마도 이 대목이 유유자적, 음풍농월, 치열한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는 피해가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뭔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글쎄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대종사(大宗師)
진인이란? 이란 대목을 보자, 진인(眞人=도를 깨친 사람), 진인은 실패해도 낙망하지 않고 성공했다고 해서 교만하지도 않으며 어떤 일을 억지로 꾀하지도 않는다. 때를 놓치고도 후회하지 않았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자만하지도 않았다. 살아있음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으며,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고, 잔꾀로 도를 손상하지 않으며 인위적인 행위로 본연의 성질을 해치지 않는 자가 바로 진인이다.
진인은 자연스럽다. 물 흐르듯,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고, 물속에서 젖지 않고, 불에 타지도 않는다. 지식이 도와 융합하는 경지에 도달해야 이렇게 될 수 있다. 그림 한 컷에 담긴 모든 것, 진인이 되기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진인이 하는 일의 반대되는 일을 한다. 그것이 출세라 여기고, 입신양명의 길이라 생각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역지사지하지 않고 오로지 내 처지에서 현상과 사람을 예단하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것, 거꾸로 지금 하는 것을 반대로 하면 진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아지경, 백리해의 무아
백리해는 소를 키우는 자신을 운이 없다고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탄하지 않는다. 오로지 소를 키우는 일에 몰두한다. 이를 본 진목공<秦穆公)은 그를 오고대부(五?大夫)로 책봉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했다. 벼슬에 올라서도 소를 키우듯 열심히 했다. 뽐내거나 유세를 떨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다. 뭘 하든 자신의 처지를 온전히 잊을 수 있는 “무아” 벼슬이든 작위든 마음에 두지 않고, 재물도 원하지 않고 공을 자랑할 마음조차 없으니 나라를 잘 다스릴 수밖에 없음을.
장자의 몇 구절만 보아도 뭔가 와 닿는다. 이 책으로 장자입문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소요유란 무엇이며, 진인이 되려면, 무아란 무엇을 말하는가, 제아무리 해석하고 해설해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장자가 고전인 이유는 고금을 따지지 않더라도 보편타당한 말을 담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