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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평점 :
* 네이버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서야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의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참으로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사랑이니, 이별이니 하는 영역의 감정과 담을 쌓고 사는 건지, 한 권의 소설이 뭐라고 금세 내 무미건조한 감정이 가랑비에 젖듯이 젖어 들었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 "입에 담는 순간 그것의 본질은 왜곡되고 재단되고 말거야" 아무래도 이 소설의 감상은 이렇게 밖에 달리 할 표현이 없다. "너와 헤어지지 않는 이별은 없는 걸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하시겠는지, 여기서 동작그만형으로 잠시 눈을 감고 옛날로 돌아보자, 풋풋한 가슴설레는 세상이 온통 하얗게, 머리가 핑핑도는 딱 그런 시절의 그런 기분으로...
이치조 미사키가 왜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지. 너무 슬프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이 책으로 알게 됐다는 독자리뷰에 동감한다. 상상의 친구, 세상은 나만이 사는 게 아니라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청소년 시기의 풍부한 감정은 학업 중심의 학교와 교실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제대로 숨 쉴 수 없이 짓누르고 강요한다. 네 인생은 너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어른들의 말, 다 나도 겪어봐서 아는데, 공부하라고 할 때가 좋은 거야, 행복은 성적순이야, 적어도 이 세상은 말이지, 학교는 5%를 위해서 존재하는 거야 나머지 95%는 이들을 빛나게 하려는 장식품일 뿐, 인생 또한 그러하지, 영원히 이게 청소년 시절을 둘러싼 방어막이라면, “사랑”이란 어디에 있는 걸까, 위치하는 걸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은….
이 소설은 풋풋한 사랑, 이매지너리 프렌드, 본인에게만 보이는 특수한 ‘상상 속의 친구’를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만이 머릿속에서 거품처럼 떠오르다가 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은 아이, ‘아리마’, 주인공 히구치에게만 보이는 이매지너리 프렌드일까, 전학생이란다.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아리마는 어떤 비밀을 안고 사는지, 왜 이 학교로 전학 온 것인지, 히구치 옆에 앉게 된 것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다.
미나세 린은 히구치 친구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나세의 첫사랑인 히구치, 미나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둘 다 중학생이던 때였지만 히구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도 미나세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질 못했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실은 그렇게 전해 들은 날 미나세는 좋은 곳으로 갔다. 하지만 히구치는 그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알지도, 어느덧 히구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린 미나세는 중학생의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난다. 왜, 나타나는 걸까,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히구치, 아리마, 미나세, 이들을 둘러싼 가족 사연, 히구치에게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그에게만 보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살고 있을까, 왜 나에게 나타나는 것이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소설의 소재, 있을 법한 이야기, 이상하게 기시감이 드는 스토리텔링, 내가 이런 경험을 한다면 어땠을까 하는 감정의 이입으로까지, 나라면. 또다시 책 띠에 실린 독자 리뷰 중 이란 문장에 눈길이 간다. “너무 슬프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이 책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라는 글 말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사랑중독의 시대,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시대, 내가 너를 사랑해서라는 말로 간섭하고 억압하고 조정하려 드는 건, 사랑이 아니야, 진정한, 참사람을 모르는 거라는 말의 의미를 안다는 건 아마도 이 소설을 마음으로 읽은 사람이 아닐까, 많은 이가 참사람을 모른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니란다고 수없이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역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오늘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순정, 애정 소설이 아니라 참사랑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길라잡이다. 가슴이 저려온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은 이 소설을 읽으면 제대로 그 의미를 깨우치게 될지도 모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