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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1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4년 11월
평점 :
내 감정의 주인은 나 선택권도 나에게
이 책은 출판 15주년, 양장 에디션이다. 2010년에 한국어판이 나왔다. 인간의 감정이란 본질적인 것으로 환경에 따라 발현 양상이 조금씩 다를 뿐, 진짜 원인, 즉 심층원인은 변하지 않는다. 감정은 뭘까, 희노애락이라 표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심연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지까지 들춰내 톺아보며 따져보는 것은 학문의 궁극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감정과 감정의 발현 형태나 현상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화 혹은 학습화를 통해서 고정된 관념들이 나 자신스스로를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내 감정의 중심잡기, 즉 내가 나임을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당신은 왜 감정의 노예를 사는가?하는 물음에 관한 답이 이 책이기도 하다. 내 감정은 내가 조절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감정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만족감이나 정신적 평화, 돈과 성공, 외모 같은 외적인 것에서 온다고 배웠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을 하고 나면 죄책감을 느끼도록 훈련을 받았다.
다른 사람이 원인을 제공했더라도 나한테 일어나는 감정은 그 누구도 아닌 내 것인데, 많은 사람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마치 내 감정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을 하더라도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즉, 자신의 기분을 흘러가는 대로 맡겨두는 것으로 알았기에 우리의 정신 상태는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종속되었다. 이 책은 부정적인 감정, 종속된 삶과 자유스러운 삶을 선택할 것인지는 나로 나 자신에게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 감정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내 탓이기에 말이다. 바로 여기서 지은이들이 당신은 왜 감정의 노예로 사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우선 감정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화를 내지 않아도 된다. 타인 지향의 사람, 지나친 자기애(나르시시즘),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자기중심을 잡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이 책의 지은이들 롤프 메르클레와 도리스 볼프는 부부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지식과 수많은 환자와의 경험에서 얻은 현장 실전 심리치료 방법과 조언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자기 중심 잡기를 위해서는 내 감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3부 13장에 걸쳐서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1부는 감정의 재발견, 2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법 여섯 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열등감에서 탈출, 두려움 극복, 죄책감을 떨쳐내기, 우울증 대처, 자신감 북돋우기와 분노 다스리기다. 3부는 이런 중심 잡기를 거쳐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법을 적고 있는데, 좀 더 성숙하게 사랑하기, 질투심 극복하기, 원만한 성생활 하기까지, 자신과 주변, 공, 사의 구분 없이 모든 관계에서 필요한 것들을 싣고 있는 치유의 심리학이다. 원원심리학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감정의 메커니즘과 층위
가족 상담의 권위 김용태는 자신의 책<가짜감정>(미류책방, 2023)에서 60가지의 감정을 분류하고 있는데, 기쁨, 즐거움, 편안함 같은 유쾌한 감정과 우리를 불편하게 한 감정들 화, 불안, 외로움, 열등감 등이다. 이런 감정은 관계에서 일어난다. 많은 사람이 밀착된 관계가 친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비밀이 없는 사이가 좋을까, 뭐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감출 일이 있냐, 서로의 비밀 존중의 벽이 무너지면, 즉 비밀을 터놓으라고 강요하면 인격적 관계가 강요된 관계로 바뀌게 된다. 밀착됐다가 갈등이 생기면 관계가 단절, 소원해지면 역기능을 일으켜 외로움을 느낀다. 열등감, 불안 등….
감정에는 층위가 존재한다. 이중 혹은 삼층 구조로 볼 수 있는데, 표면 감정과 이면 감정 그리고 이들 감정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심층 감정이 그것이다. 인간의 감정 근원인 수치심이다. 예컨대 사람이 “화를 낸다”라고 할 때, 외부로 표출된 현상과 감정표현(표면 감정), “화”지만 그 바탕 혹은 다른 면에는 외로움, 두려움이 자리하고,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수치심과 연결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 감정이 진짜 감정을 위장하는 가짜감정이라고 해서 나쁜 감정이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우리는 왜 화를 내는가,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 원인은 남이 아닌 내 안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이 수치심이라는 말이다. 표현을 달리하면, 부정적인 감정의 층위 맨 아래에 수치심이 있고, 그것이 표면적으로는 분노,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자존감 상실 혹은 위축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치심, 혐오, 모욕 등에 관한 관념은 꽤 다양하다. 법, 철학, 정치면에서 보자. 마사 누스바움은 <혐오와 수치심>(민음사, 2015)에서 우리 사회 법체계는 많은 부분이 혐오나 수치심 같은 감정에 기반하고 있으며, 감정을 배제한 순수한 법률 세계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혐오와 수치심은 분노나 두려움과는 달리, 개인의 존중과 자유를 가로막는 제도적 토대로 이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누스바움은 “지배하기보다는 상호 의존하는 관계를 즐길 수 있는 능력”과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불완전성과 유한성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해, 불평등하고 위계적인 사회관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부정적 감정 다스리기
자, 감정의 메커니즘과 층위에 관한 이해를 거쳐, 실전에서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방향만 바꿔주면 어떨까?, 이 책에 나오는 상상 연습,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능력을 습관화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주눅 들고 부담스러웠던 것들 해보는 것이다. 상상으로 건강한 생각을 끌어낸다면 더욱 좋다. 내 안에 있는 나에게 물어보면서 말이다.
이 책은 지은이들의 지식과 실전에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의 관계 속에서 공통으로 요구되는 “중심 잡기” 무턱대고 기죽을 필요 없다. 왜 열등감을 느낄까, 그 감정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내 자존감을 높이는 활동들 또한 그러하다.
사례 속에서 발견된 공통의 요소들을 정리하는 흐름과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서기 위한 글쓰기, 이를 이루는 밑바탕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감정 다스리기 혹은 감정조절 연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책에 각 예들이 실려있다.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연습해볼 것인가는 감정조절 연습 7단계(김용태의 제안)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선 1단계 느낌 알아차리기, 2단계 느낌 표현하기, 3단계 주제 찾기, 4단계 깊이 이해하기, 5단계 수용하기, 6단계 자기와의 싸움, 7단계 변화된 자신을 지속하는 가치관 갖기다. 실제 2단계까지만 잘해도, 문제가 생길 여지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자신의 감정 다스리기 혹은 조절 연습을 위해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를 찾는 게 쉽지 않을 때는 자문자답을 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오늘 너 기분 어떠냐고 묻는 데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