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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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역설


지은이 양미는 수도권에서 사회운동, 정당 활동, 그리고 생업 전선에서 비정규직을 거쳐 정규직, 서울 은평 신문기자, 독립영화 제작, 여성과 노동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한 민주시민교육을 하면서 두루 한국사회의 모순을 경험했다. 2015년에 시골로 터를 옮겨 아이들에게 “인권”과 “환경”을 주제로 수업과 놀이, 글쓰기, 텃밭 일구기를 하면서 가끔 임금노동을 하면서 생활한다. 


그에게 비친 시골, 농촌의 풍경은 외지인의 주마간산이라면 늘 풍요롭고, 온화하고 인심이 넘치는 그런 이상향이겠지만,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시간에 한 번 오는 농촌 버스, 장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오자니 돌아오는 길에 다 녹아버리고, 수박 한 덩이 사 오려 해도 무거워서 낑낑거려야 하니, 차가 있다고 해도 경운기나 몰 줄 아는 어르신들은 운전면허가 없다. 


한디디<커먼즈란 무엇인가>의 저자나 더 촘촘한 민주주의를 위하여라는 이라영의 추천의 글 속에 이 책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 보이지만, 아무래도 말이 어렵다. 차라리 시골은 은퇴해서 가는 곳이 아니며, 귀향 귀촌, 귀농이라는 의미불명의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시골에는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고, 삶을 엮어가는 무대 그 자체다. 


한국의 시골 생활 속에서 그저 시골이니까가 아니라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기에, 이동권 보장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시골살이, 시골은 어떤 면에서는 도시보다 더 정치적이다. 물론 나쁜 의미로서 말이다. 시스템은 무능하거나 부패했다. 시골은 군수나 군의원, 공무원, 지역유지, 이권단체 등이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왕국이다. 도시는 감시자가 있어(시골이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대놓고 해먹을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기에 적당히 눈치 보면서 사는데, 시골은 아예 대놓게 해 먹는다. 시골에서 기후 위기, 환경, 동물권은 호강에 초치는 소리쯤으로 들린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6부다. 왜 시골로 가기로 했는지(1부), 시골에 온 이후 내가 만난 시골의 민낯을, 2022.6.부터 2023.8.까지 전북 무주, 진안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내용(2부)인데 가장 관심은 ‘이동권’이었다. 그다음으로 돌봄의 장소가 필요하다(3부)에서는 주거관과 농촌 현실을, 빈집은 많지만, 살 수 있는 집을 구하기 힘든 현실, 이를 이용해 이권을 얻는 사람들과 손 놓고 있는 행정에 관한 이야기를, 생존권을 넘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4부) 에서는 시골 여성과 청년 이야기를, 그리고 ‘기여’는 어떻게 정치가 될 수 있을까(5부), 행정이 기여와 활동을 생계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제도적 착취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지금 시골에는 민주주의가 절실하다(6부). 정치 혹은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군수와 지방의원들에 관한 이야기, 수상한 조례 내용과 조례가 만들어지는 진행 상황도 담았다. 지은이는 민주주의를 좋은 삶, 좋은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에 시골에서 다시 꿈꾸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의식을 적었다. 


정치적 시골살이가 왜 필요한가?


도시중심의 지방자치제도, 지방분권을 향해가지 못하고, 현상 유지다. 분권 의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읍면동에 있는 자치위원회는 본디 무엇을 하는 것인고라는 의문이,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읍, 면, 동장의 자문기구를 대체할 주민자치회가 지방자치 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국 지자체에서 시범 사업을 하고 있고, 주민자치회 설치와 운영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은 삭제됐다. 주민이 조례제정과 개정안을 낼 수 있게 됐지만, 현실적으로 갈 길이 멀다. 제도적으로야 시골이든 도시든 주민의 참여민주주의라는 것을 의식하고는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아마 시골, 왜 도시보다 더 치열하게 정치적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적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협의 실행기구다. 그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 기본이다. 주민이 주체인 모임이다. 우리 마을, 동네에 이런 게 필요하고, 모꼬지와 축전은 이렇게 하자고 자발적으로 나서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인데, 뭐가 불편한지 주민자치회를 법안에서 빼버렸단 말인가, 앙 없는 붕어빵?, 


군내버스 운전노동자에게 듣다


농어촌 인구 10퍼센트만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책임지면서 불편과 불만의 대상이 되어 욕받이까지 담당하는 버스 운전노동자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를 소개(쪽수가 없어서 2부6)한다. 실제로 일어는 현실 그대로다. 도시의 시내버스 운전노동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지은이 2부 7에 사람도 휠체어도 다닐 수 없는 길, 보행권을 바란다는 소제목의 글에 이렇게 썼다. 보도 위의 놓여있는 대형화분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볼거리겠지만, 이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장애물일 뿐, 누구의 시좌로 이런 장애물을 보도에 올려놓았을까, 주마간산의 시골 풍경을 즐기는 관광객을 위해서. 이곳에도 사람이 사는데, 그들의 이동권을 방해하는 것은 도대체가.


영광군수 보궐선거가 끝났다. 진보정당 후보는 지금 사용연장이 쟁점이 된 한수원의 한빛원자력발전소(3개, 총6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영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위에서 봤던 지방자치단체와 유지들, 군번영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환경보호는 그림의 떡, 군수 후보자 중 누구라도 원전 사용연장 반대 견해를 입에 담는 순간, 탈락의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선거의 최대 리스크다.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순간 증발하고 만다. 진보건, 보수건 간에.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임을. 정치와 행정, 주민의 이동권과 돌봄 등의 지역복지만 들먹여도 눈에 보이는 장애가 넘쳐난다. 이 책은 시골살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이 와야 할 곳이 시골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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