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정국의 풍경 -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신복룡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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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지은이 신복룡 선생은 원로 정치학자. 주된 연구 분야는 정치사상사로, 구체적으로 구한말의 동학과 전봉준의 일생에 몰두해있다. 1985년 40 나이에 미국 유학을 계기로 현대사로 눈길을 돌렸다. 해방정국의 자료 1만 5천여 쪽을 복사하여 돌아온 후, 2001년 <한국분단사연구:1943~1953>, 대한민국 광복군이 설립되고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한국전쟁의 정전까지를 담아냈다. 


이후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이<주간 조선>에 연재했던 글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룬다. 좌, 우로부터 보수신문에 기생하는 사람으로, 우파 쪽에서는 빨갱이라고, 오도 가도 못 하는 사면초가의 상태가 됐다. 아무튼, 이 책은 2017년 학교를 떠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해방정국사를 정리한 역사와 절반의 구술사로 엮어냈다. 노학자는 주간 조선에 연재하려고 2016년부터 썼던 원고를 2024년 광복절을 앞두고 마무리했다. 실로 9년 동안을, 자신이 세상에 내놓는 마지막 책이자, 지금까지 속 시원하게 자기 생각을 떨어놓을 수 없었던 여러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쓴 글이다. 이 책은 3판으로 중앙북스에서 펴냈다.


신복룡 선생은 이 책의 곳곳에 좌우 어느 쪽으로부터도 자신의 주장과 견해가 지지받지 못함을 답답하게 여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눈에 띈다. 선생은 6.25 전쟁이라는 용어에 민감하다. 3년 동안의 전쟁을 발발 일을 기준으로 이름 붙이는 예는 없다. “한국전쟁”이란 표현이 적합하고, 국내에서 벌어진 전쟁이라 내전이라는 부른다고, 전 성신여대 교수로 통일부 장관인 김영호(87년 녹두비평사건으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이후, 뉴라이트로 전향)는 그의 책<한국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두레, 1998, 성신여대출판사에서 2006. 다시 출간)에서 한국전쟁이 미, 소 냉전의 소산이었지 김일성의 결심이 아니었고, 김일성은 서울만 점령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남한 전역을 공산화하려 했다고 하여, 신복룡의 내전설 즉, 김일성의 개전 의지에 따른 전쟁이었다는 논리보다는 한국전쟁이라는 거대한 미, 소 냉전 구도 속에서 김일성은 한낱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일성에게 더 강한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겠냐고….


 와다 하루키는 한국전쟁의 개전 의지는 김일성의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썼다(<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남상구,조윤수 역, 청아출판사,2023), 현상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기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 책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전 6권, 한길사, 2004년 25주년 재출간, 한국의 근현대사연구 발전과 역사관에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송건호, 백기완, 강만길, 최장집, 김윤식 등이 저술에 참여했다) 중 1~3권 해방 3년사(1948년 정부 수립)와 4권 해방 8년사(한국전쟁 종전까지)에서 언급된 내용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해방정국, 한국전쟁을 살펴보고 있어, 결이 다르다. 곳곳에 인용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아포리즘과 사상, 이것이 어떻게 미군지휘부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다룬 총 32장에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있다. 




신복룡의 정치사상사적 인식, 이른바 역사적 인식


그는 영국의 역사학자 스트래치의 글에서 영향받은 바가 크다고 적었다. “역사가의 첫 번째 필요조건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여기에 “우리에게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가면서, 촘스키의 말처럼 “가진 무리가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과 재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놈 촘스키<지식인의 자격>(황소걸음, 2024)에게 지나지 않는가, 해방에서 한국전쟁의 정전(휴전)까지 10년 동안 수백만의 사람이 죽었지만, 이들의 주검 앞에 이데올로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선행연구를 애써 보려 하지 않는 이유는 선입견이 생기기에 그렇다고, 달리 말하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며,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조건과 관념의 틀에서 문제를 보게 되면 마치 베이컨이 지적했던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책은 자료를 토대로 한 역사연구와 구술사가 함께 실려있다. 인물탐구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유념해서 정독해야 할 부분으로는 1장 해방, ‘망국의 책임을 묻지 않는 역사’다. 조선의 ‘중화주의’도그마, 서양인이 지적하는 ‘부패’ 김영호(통일부 장관)가 왜곡하는 우리 역사, 자학 사관과 반일종족주의 낙성대파 등 뉴라이트적 접근과는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38도선은 누가 그었나


30대의 영관급 장교들이 그었다는 딘 러스키 국무장관의 말을 신복룡 선생은 허풍이라고 규정한다. 미국이 공개한 자료 속에서 러스키 헛소리를 깨버리는데, 당시 미국과 소련은 일본을 두고 바다를 북과 남으로 나눠서 담당하기로 했던 합의가 있었기에, 우리 동해 쪽에서 서해 쪽으로 쭉 그어 내려오다가 38도로 그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근거 자료를 찾아 하나하나 답을 해주고 있는 매주 흥미롭고 귀중한 자료다. 





아마도 이 책의 압권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한국전쟁의 참전(미, 소 등)에 영향을 끼친 인물연구다. 어떤 장군이 무슨 결정에 관여했는지, 당시의 해군성, 전쟁성, 국무장관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등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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