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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ㅣ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평점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명탐정 셜록홈즈를 세상에 내놓은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은 1922년에 <해적과 푸른 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25년에는 <샤키 선장의 거래 & 해적 신화>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지만, 한국어판으로는 이번에 나온 것이다. 무려 100년 후에 말이다.
1887년 <주홍빛 연구>로 등장한 셜록홈즈의 천적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의 등장, 1891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에서 전쟁을 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모리어티의 논리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유효수요의 창출'이다. 셜록홈즈의 인기는 그라면 불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데까지 이른다. “명탐정 셜록 홈스는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료를 보기 전에 이론부터 세우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그럴 경우 사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만드는 대신 부지불식간에 이론에 부합하도록 사실을 비틀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 불황의 미스터리는 셜록 홈스가 풀어야 했던 난제들에 견줄 수 있다. 경제학자들도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이론부터 서둘러 세우는 우를 범하기 쉽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하자.”(이코노믹리뷰, "주태산 서평" 2014.10)
문학의 장르를 넘어, 그가 문제를 보는 방식과 해결방법이 사회 문제해결에 힌트를 주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서 실린 소설은 전반부에 선상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조셉하바쿡 제퍼슨의 성명서"를 비롯하여 6편의 이야기와 후반부 전설의 악명 높은 샤키 선장의 이야기는 "샤키선장: 세인트키츠의 총독이 집으로 돌아온 방법" 등 4편으로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선상 미스터리 단편 중 "조셉하바쿡 제프슨의 성명서"와 "작은 정사각형 상자"는 각각 "검은 돌"과 "전서구".
버려진 영국 배 '데이 그라티아'호가 '마리 셀레스트"호를 끌고 기지로 향했다. 이 배는 보스톤에서 포루투칼의 리스본으로 가던 중,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전쟁의 휘말린 흔적도 화물도 여성의 옷가지 몇 벌, 선박에 남아있는 평화로운 흔적, 온화한 날씨였을 것인데, 버려졌다. 사람들이 증발했다. 승객 3명, 저명한 폐결핵 전문의 하바쿡 제프슨 박사와 작가 J하튼, 뉴올리언즈 출신의 신사 세프티미우스 고랑이 타고 있었다. 아무튼, 이상한 경험을 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승객 중 한 명인 제프슨 박사가 겪은 불행한 항해, 누구도 그가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고 치부해버린 그의 후일담이다.
신문기사로 시작되는 소설은 제프슨이 어떤 인물인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지난 10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들은 그 미스터리가 해결되지 않았다. 몇 달 후 제대로 그때의 일을 말하거나 글로 남기거나 할 수없음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은 이야기를...
이 배는 대서양을 건너는 도중 승객이었던 고딩과 그 일행에 의해 어딘가의 섬에 원주민이 모여사는 곳으로 끌려갔던 제프슨 박사, 그는 그가 가진 가운데 구멍이 뚫린 납작한 검은 돌 때문에 원주민의 예언대로 나타난 사람이 된다. 그가 의사로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가 폐 일부가 손상됨을 알게되고, 휴양차 선택한 항해...
이상한 승객 고딩, 지난 미국에서 일어난 미해결 살인사건의 파일을 가지고 있었다. 고딩은 지난 20년 동안 적들을 죽였다고, 이제 무엇 때문에 죽은지도 모르는 죽음은 의미가 없다며, 적(백인)에게 경고메시지를 전할 메신저로그를 배에 태워보냈다. 이 곳 원주민들에게 제프슨은 하늘에서 내려왔든 바다를 건너왔든, 예언 실행자로 왔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믿게 할 참이었다. 고딩의 신비주의는 또 다른 제국건설의 바탕이 되겠지만,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는 말은 아마도 이 대목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아서 코난 도일의 이 소설이 던지는 의미는 흑백갈등을 피해 흑인들은 그들만의 낙원을 카나리아 제도 어느 곳에 마련해두었다고, 백인의 질서가 정상인 미국에서 흑인들의 반동과 반란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터부시 된, 당대의 사정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소설 또한 흥미롭다. "작은 정사각형 상자"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 뭔가 일어날 듯한, 배에 탄 사람들 모르게 가져온 작은 정사각형의 상자 안에 폭탄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이상한 두 사람은 전서구를 날려 얼마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지 시합을 했던 것이다. 샬록홈즈의 추리처럼 여러 가지 상상을 해가면서 그 정체를 밝히려는 데….
뭔가 터질 것 같은 전조를 바탕에 깔고,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소설, 그저 그런가, 결론은 아마도라는 생각자체가 통하지 않은 게 코날도일의 소설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셜록 홈즈가 등장하든 하지 않은 등장인물은 어느새 셜록홈즈의 아바타처럼, 이름만 셜록홈즈가 아닐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