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김태영 지음 / 담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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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여성의 성장 스토리

이 책<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의 지은이 김태영은 40대의 조선족 출신 여성이다. 중국의 개방정책, 한중수교 이후, 조정래의 소설<정글만리>의 배경처럼 한국기업의 중국 제조현장,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이들이 필요한 그때,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3년부터 경북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주민 여성의 고군분투기다. 당시, 가난을 벗어나고자 무조건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이른바 탈빈곤혼 러시, 농촌 총각은 혼인하기 힘들어지고 국제결혼 중매회사가 판을 치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다.

외국인 며느리, 아내, 엄마, 학생, 직장인

중국 땅에 사는 우리 동포의 국적은 “중국”이다. 한반도의 슬픈 역사 그림자 일제강점기에 강제든 자의든 먹고 살기 위해 간도로 떠났던 이들은 조선사람이라 하여 조선족이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옛 소련 땅으로 갔던 사람들은 고려인. 어찌 됐든 중국인 김태영은 20년을 중국인으로 중국 사회에서는 소수민족으로 한국에 와서는 외국인으로, 한국과 중국의 축구시합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왜 중국을 응원해 한국 사람이…. 전체주의다.

“태영아, 밖에서는 중국말 하지 마”, “왜?” “우리가 중국 사람인 거 알면 사람들이 무시해”라는 친정 오빠들의 자조 섞인 말(프롤로그 나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다에서)



아마도 지금도 우리 사회에 분위기는 그렇다. 백선흑혐(백인선호 흑인혐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동남아 출신 사람을 낮춰보는 경향성과 의심병 “외국인 포비아” 출신국에 따른 편견, 선입견의 장치에서 여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나”를 찾기 위한 여정

지은이는 이 책을 나를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라 말한다. 무너져도 다시, 쓰러져도 다시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내 앞길이 생겼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보이지 않던 내가 보였고 나를 사랑하게 됐다고,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고….

에세이는 20대를 거쳐, 30대, 40대, 20대에 낳은 딸은 성인이 됐고, 밀고 당기던 남편도 어느덧 순둥이가 됐고, 나는 날마다 운동도 일도, 1500여 세대 이상인 아파트의 경리로 한국의 보통사람처럼 산다. 중, 고 학력인정(검정고시)을 거쳐 방송통신대학 중문과를 나오기도, 공부에 대한 열정, 또래 여성이 대학에서 공부할 때, 아이 엄마로 생활해야 했던 지은이. 어쩜 “중국말을 그렇게 잘하세요”라는 말도 이제는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 있게 됐다. 이주민들이 겪는 불안, 낮춰보는 태도, 딸이 갓난쟁이였을 때, 병원 진료대기실에서 같은 또래의 아이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육아의 힘듦을 공유했을 때까지, 딱 거기까지가 인간적이고 이웃이며 동병상련을 함께 느꼈다. 지은이가 실은 나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라 밝히는 순간, 아이 엄마는 두 번 다시 눈길도 맞추려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뇌리에 꽂혔다.



이 이야기는 중국 출신 조선족 여성의 서사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이주민(국제결혼 배경이든 일자리를 찾아서 왔던, 유학을 왔던) 들이 일상적 경험이 녹아 들어있다. 자신이 열심히 살았음을 자랑하는 성공담이 아니라, 부모 잘못 만나, 어릴 때부터 학교 대신 공장에 가서 일해야 하나, 내가 좀 더 뭔가 갖췄더라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며, 외면하고 피하고 싶은 자신의 역사를 당당하게 마주 보면서 해보자, 다시 해보자, 까짓것 남들도 다하는데, 왜 나라고 못 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이 책 속에는 김태영의 20년이 담겨있다. 여성, 조선족, 이주민의 서사(일상, 육아와 가정, (평생) 교육과 일터에서의 자신까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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