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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본 - 왕좌의 난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8월
평점 :
누가 세손인가, 왕좌의 게임
드라마 작가 서자영의 역사소설 <국본 왕좌의 난>은 한국 역사드라마 단골 메뉴인 조선왕조 속 인물 중 세조와 한명회의 자식과 손자 즉 후손들의 이야기다. 물론 수양도 명회도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계유정난 후 20년, 조선 풍수, 세종의 묏자리는 장자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는 곳이다. 문종의 장자이며 적통이었던 “단종” 그리고 수양의 장자 도원군과 세자 죽음, 후사를 누구로 할 것인가,
조선 도성 안에 있던 흥인사에서 시작된 인연, 1453년 음력 10월 10일, 수양은 끝내 단종을 왕좌에서 끌어낼 결심을, 북방의 4군 6진 개척의 백두산 호랑이 김종서를 향한 칼끝, 거사의 그 날 김종서의 아들 김승규의 아내 윤 씨(선덕)와 수양의 아들 도원군의 아내 윤 씨(윤덕)가 각각 사내아이를 낳는다. 전자는 김종서의 손자 순우이고, 후자는 수양의 손자 현(賢)이다. 이 기구한 운명이 왕좌의 게임의 서막이다. 자식이란 인연법에 얽힌 도율스님은 이미 사미시절에 갓난아이를 구하여 자식의 자리에 들였다. 그의 이름은 철이고, 성장해서는 김종서에게 맡긴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다. 그 자식이 정란의 있던 날 갓난아이를 안고 피범벅인 야차의 모습으로 도율을 찾는다. 이 역시 인연이다.
같은 날 태어난 두 아이, 누가 세조의 손자이고, 누가 김종서의 손자란 말인가, 두 어미는 자매다. 세조의 며느리가 된 윤씨 집안의 막내딸과 김종서의 며느리가 된 큰딸, 용모는 닮았지만, 성격은 달랐다. 도율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조가 손자에게 현이란 이름을 내리자, 기르던 아이에게 현(賢)을 파자하여 신우(臣友) 현을 평생 모셔야 할 운명이란 뜻의 이름을 짓는다.
명회의 첫째 딸, 혜주와 신우, 흥인사에서 손자가 태어나던 날, 그가 보냈던 군사들은 다 죽고, 승려들은 눈가림한 채 광에 갇혀있는데, 산모가 있던 그곳에 놓인 편지 한 장 “김종서의 손자를 놓아두고 수양 네 손자를 데려간다.”라고, 이를 본 수양과 명회는 충격을 받는다. 20년이 지났고, 세자가 죽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본, 왕세손을 정하지 못한다.
왕좌의 게임
절에서 자란 철이 그랬듯, 신우도 이제 세상에 나가야 한다. 김종서의 손자로서 그의 가문의 복권을 위해, 아니 천륜을 저버린 수양을 징치하고 김씨 세상을 열기 위해 소설의 묘미는 후반부, 김종서의 따르던 이들은 20년 전 두 아이가 태어난 날, 계유정난의 날, 수양의 손자 현 앞에 놓여있던 편지의 내용을 세상에 공개한다. 장안 곳곳에 수양이 손자라고 키우고 있는 왕자는 김종서의 손자라는 취지의 방을 붙여놓는데, 이 파놓은 함정에 명회가 걸려들고, 신우를 향한 사모의 정을 키워가는 혜주에게는 중전이 될 기회라며, 신우가 수양의 손자라고 넌지시 암시를 하는데….
결국, 역사는 한명회의 작업으로 후일 성종이 되는 현의 동생 혈, 즉 자을산군이 국본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짐작만 할 뿐이다. 왕자교육을 받은 을산군이 명회와는 생각이 달랐던 것인가, 다루기 쉬운 어른 자을산군에게 혜주의 동생 현주를 보내 중전으로 삼고, 그의 장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함이었을까,
소설은 수양이 천륜을 거스르는 결정 때문에 평생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그리고 의심증으로 첫째 아들을 잃고, 둘째마저 먼저 보낸 것이 그의 죄업 때문인 듯 여기는데, 그 틈을 파고드는 명회의 지략, 하지만, 한명회의 출중함은 그가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많은 정보를 얻고 분석할 수 있었던 때문이지 결코 뛰어난 지략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국본 왕좌의 난은 수양에게 보여주기 위한 한 편의 연극이었다. 제아무리 왕손이며 충신이라 하더라도 권력 앞에서는 늘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김 씨의 조선을 만들기보다는 수양의 행동이 잘못됨을. 왕이 될 재목, 즉 택현을 하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자, 이것이 나의 진짜 복수다. 네 핏줄을 의심하며 고통 속에서 산 세월이 어떻더냐"는 외침.
이 소설은 몰입도가 좋다. 2대에 걸친 갓난아이를 길러야 했던 도율도 실은 장안에서 꽤 이름값을 하던 양반가였던 모양이다. 어떤 사유로 출가를 하게 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대 불교는 양반이어야 하고 도첩을 사서 홍은사라는 절에서 승려행세라는 것만으로도 꽤 인정받는 그런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태종의 둘째 아들 효령대군은 원각사 창건과 절행사 등을 열었다는 이유로 세종조까지 조정 대신들의 비판을 받은 듯하다.
작가의 완전한 상상력으로 엮어낸 “택현” 즉, 누가 수양의 손자인지를 가려낼 왕좌의 게임에서 “현”과 “신우”(월명군으로 부른다)를 놓고 시험을 하는데 왜구를 어떻게 물리치는지, 명의 사신을 어찌 대하는지, 중국과 일본 동북아 한반도 정세를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의 세력에 관한 태도를. 여기서 수양이 기운이 보이고, 때로는 성군의 기운이 보이는 등, 두 사람 모두에게 왕의 자질이 있음을.
소설의 삼박자가
소설 속의 양념이자 반전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역성혁명으로 가느냐 마느냐의 결정적인 순간에 신우는 내가 거짓으로 왕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과 결단,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도율의 말대로 현(賢), 즉 월산군을 모셔야 할 신우는 과연 어떤 운명을 선택할 것인가? 김종서의 가문은 복권될 것인가, 혜주와 신우, 두 사람의 사랑 결말은 꽤 흥미로운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