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당 선언 - 전국의 할매여 단결하여 일내자
권오자 외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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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당 선언의 의미는


블랙코메디 같은 이 책의 제목이 할매당 선언이다. 할매라고 부르면 차별이라는데, 이들은 스스로 할매라고 부르면서 전국의 할매여 단결하여 일내자고, 서울, 경기, 충청, 경상남북도 이른바 기호와 영남, 지리적으로 한반도 허리 근처다. 다섯 분이 글을 썼다. 글발은 다들 한 번씩 글을 써본 솜씨들이다.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염두에 둔 글들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신세 한탄 속에서 삼천포로 빠지기에 십상인데, 


70년대 한국 사회의 공업화 과정에서 젠더역할론, 남성은 경제사회 활동, 여성은 전업주부로 육아와 교육 그리고 돌봄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으로, 지금이야 재생산이라는 항목으로 돌봄을 톺아보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그런 시대를 다양한 직업과 활동 영역에서 쌓은 경험, 그 속에서 여성의 지위에 관해 할매들은 할 말이 많다. 불합리,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이 아닌 여성의 사회적 임무와 역할로 치부되면서 중심에서 밀려나게 되는 가부장 중심의 남성 우월사회 대한민국을 뜯어고치자고, 불평등이 묵인되고 차별이 미덕인 양 포장됐던 그 시절은, 아, 옛날이여로 돌려놓자는 의지의 찬 할매들이 나섰다, 100세 시대를 노래하면서 정작 노인들에 관한 권익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사회를 뜯어고치자고, 


전하는 메시지, 헌법개정 “노인의 권리” 명문화, 이른바 인권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 문제


70대의 권오자를 비롯한 할매들의 인생 경험이 묻어난다. 세상을 향한 노년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신세 한탄이나 과거에는 그랬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수 유도제가 아니라 이렇게 살아 온 노년의 여성들이 사회에 요구하는 것, 이른바 “헌법개정”이다. 이를 위해서 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며, 대국민 선언을 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다. 그리고 이들 할매들은 주체적으로 나섰다. 세상의 주인공은 우리며, 그 안에는 할매도 들어있다고, 용도와 기능이 다 해 폐품이 되는 게 노년이 아니며, 할매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부터 우리 인생도,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굴레, 왜곡된 젠더상, 세상은 넓지만, 여성이 갈 곳은 그리 넓지도 않은 곳, 


사회적 이슈를 담아, 세상에 고하노라


권오자 할매, 평생 철물점 이른바 만물상회의 실질적 주인장으로 입성 좋고 노름 외에는 특별한 재주가 없는 팔자 늘어진 남편과 자식들 그리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건사해야 하는 진짜 팍팍한 인생, 좋게 말하면 자영업 이른바 사장이다. 주체적인 여성, 내 팔자가 그렇지 뭐에서 내 팔자는 내 하기 나름으로 전환되고, 서현숙 할매의 손주 돌봄 이야기 또한 눈물 나는 현실이다. 경제사회 활동의 장에서 은퇴는 곧 육아 독박이라는 또 다른 현실 지옥의 문으로 들어서게 되니, 할매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헌법개정 운동본부


가사와 돌봄노동의 정당한 사회적 평가 요구, 졸혼이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일본의 황혼이혼 사유, 내조의 반생, 이제 나도 은퇴하여 나만을 위해 살련다는 독립선언이란 의미로 해석되기도, 자 보자.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노력 의무규정을 이렇게 바꾼다. 전업주부의 은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전업주부 은퇴 신청서를 작성하여 동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하면 연금처럼 남편과 자식의 수입 50%를 받는다. 


실현할 수 있다. 전업주부에게 주는 건 용돈이 아니다. 며느리가 제 자식 돌봐줬다고 주는 용돈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요. 사회적 품앗이다. 가족이란 개념과 정의를 다른 차원에서 정립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족은 서로 돌보는 품앗이 문화를 바탕으로 서로 배려하고 사랑을 주는 곳이다. 내리사랑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노인들을 짐짝처럼 여기는 현실 풍토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그렇게도 무서워하고 신경이 쓰이는 “돈”으로의 가치환산을 통해서 공적 돌봄 청구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할매당선언은 한국 사회의 인권의식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돼야!


100세 시대, 어중간하게 부모니까, 가족이니까 이건 의무니까가 아니라, 사회복지 영역 등 사회적 돌봄 주체가 국가이며, 국민은 납세의무가 있고, 복지 처우를 받거나 요구할 권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연령을 중심으로 하든 뭘 하든, 자녀에게 쏟아붓고 불안한 노후생활을 보내야 하는 여전히 착한 부모들, 이 노인들은 국가에 돌봄을 청구할 당연한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보장받고 보장해야 할 인권이었다면, 우리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셈이다. 


할매당 선언에 실린 헌법 수정조항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지난한 싸움의 서막이 열린듯하다. 이야기가 이야기로 끝나면,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할매당의 선언과 헌법개정운동을 지지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우리도 할매당의 당원이 될 테니


할매당은 할머니의 경상도 지역 방언, 사투리가 아니라, 상징적 표현이다. “할매”란 노자의 표현대로 여성이며, 모성이며, 자연이며 포용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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