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 나다움과 교사다움 그 사이에서
강은우 외 지음 / 에듀니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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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교사”라는 세계 


서울교사노동조합과 6명의 교사가 엮은 글 모음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는 우리가 몰랐던 교사 세계, 교사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현장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심경들이다. 누군가는 가슴 속에 묻어둔 초임 교사 시절의 혈기를, 또 누군가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집에서는 학령기의 자녀를 둔 학부모라는 처지에서 교사를 보기로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어정쩡한 처지, “교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라고, 말을 아낀다. 


강은우는 “교사인 나와 자연인인 나”라는 글 속에서 1년이라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라는 가정법으로.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란 자조섞인 한탄, 과거의 교사 지위와 학생, 학부모, 학교환경의 변화 속에서 교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능력 있고 결단력이 있는 부류라면 교직을 떠나 다른 전문직으로 이직을 생각하지 않을까, TV 시사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전직 교사 출신의 변호사처럼, 교사의 길을 두고 누군가는 천직이라 했다. 예전부터 교사란 그리 녹록한 월급쟁이도 고단한 육체노동자도 아닌데, 그는 글을 쓰겠다고 학교 밖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재밌을 수는 없지만 끈질기게 몰두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쏟아붓고 싶다고….



김미주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한다. 1~3막 그리고 피날레 퇴직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방향으로 학교라는 무대에서 그가 만났던 학생들의 이야기, 교사도 상처받는 사람이라고, 교사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교사는 직업일 뿐이라고, 하지만, 교직이든 성직이든, 법관이든 10년에 한 번씩, 그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야 할 계기가 온다. 평생 교직에 성직에 법관직에 머물 것인지를….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사회, 고립과 불안한 관계들 속에 사라진 화목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사회가 원하는 “교사상”은 세 번째 이야기의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루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기간제 교사 시절, 월급형 교사, 나에게 교사란, 아픈 교사들, 교사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이렇게 고민하는 건, 교사라는 직업이 여느 직업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교사 생활의 전부는 월급 아닌가요” 교사 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리는 질문, 청년층들의 생각이 딱히 잘못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그렇다는 것도 아닌, 지금의 교사들, 이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교직에 현장에 남아있는 이유는 뭘까, “나에게 교사란” 젠더문제였다. 여성이 많은 다른 직장과 견주어도 비교적 남녀평등의 분위기, 여성이 많은 직장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할 수 있다고….


교사 생활 27년의 우여곡절, 요즘은 교사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를 꾸준히 접하는데. 학교 환경변화가 가져온 당황한 에피소드(사건)들, 건강할래야 할 수 없는 사정들. 이른바 학부모(헬리콥터 혹은 몬스터 페어런트) 문제다. 교사의 학생생활지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아동의 “정서학대”라고 주장하면서도 아동학대 신고를 원치 않는다. 그러더라도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관리자는 신고 의무가 있다고 직접 신고를 했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와도 관련 있는 이야기다. 교권을 보호한다. 학생 인권을 보호한다. 보호법익의 충돌인가?


교사라는 세계는 학령기의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을 맡는다는 직업의 성격상, 절대 낮지 않은 수준의 인권의식이 필요하다. 가정의 양육과 학교의 교육이 같은 맥락인가? 유미소는 교사라는 옷이 나를 아프게 만들고 좌절하게 만든다면 얼른 벗어버리는 결단도 괜찮겠다고 한다. 





나다움과 교사다움의 사이에서 


이 교사들의 글은 교권이니 학생 인권이니 하는 이데올로기 국면으로 문제를 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질서, 각자도생의 시대, “교사상”,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인지, 아니면 늘 대항 관계를 유지하는 가까이도 멀리도 이른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가, 


이야기의 끝은 씁쓸하다. 교사라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사회 전체구조와 교사노조, 교원노조라는 관계성, 고립된 불안, 생존의 불안인지 존중에 대한 불안인지. 경제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사회의 화목은 제각각, 학교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그렇다. 


이 책은 직업으로서 교사라는 관점에서 교사의 삶을 보는 듯하다. 여전히 관계 문제에 모두 고민한다. 교사로서 나와 자연인으로서 나라는 정체성을 어느 한쪽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강은우의 이야기가 아마도 교사 세계의 현주소일 듯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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