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예찬 - 위대한 사상가들의 실패에 대한 통찰
코스티카 브라다탄 지음, 채효정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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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우리를 겸손하고 주의 깊은 사람으로 만드는 스승이자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열쇠


세상에는 실패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만이 존재한다. 김석욱의 책<나의 실패에 축배들 들어라>(북랩, 2020), 책 제목에서 뭔가가 엿보인다. 실패는 중요하다. 현실이기 때문에 왜 내가 실패했는가보다는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계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나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즉,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 도전하라는 말이다. 이 책<실패예찬>은 “성공 예찬”의 다른 표현이다. 지은이 코스티카 브라다탄은 이 책에서 지금은 어둡지만 언젠가는 찬란할 실패에 관한 4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위의 김석욱의 책의 끝에 사무엘 베케트의 아포리즘을 인용하고 있는데, 자 보자

“또 실패했는가? 괜찮다. 다시 실행하라. 그리고 더 나은 실패를 해라” 

더 나은 실패란 말의 의미는 더 심하게 실패하기란 말이다. 아주 심하게 실패예찬은 실패 자체를 위한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서 비롯된 겸손과 실패가 가져오는 치유 과정에 관한 것이다. 


성공과 실패에 관한 다양한 생각, “실패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패를 인식하고 이를 길들여 우리의 길라잡이로 삼을 수 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노리는 바도 바로 “길라잡이”다. 실패의 원은 동심원을 그리면서 바깥에서 안으로 움직이면서 물리적, 정치적,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옮겨간다. 


이 책의 구성은 4장으로 돼 있고, 1장 타락한 세상, 2장 정치적 실패의 폐허 속에서, 민주주의의 취약성, 민주주의는 신들만의 것, 실패가 선택사항이 아닐 때 등을 다룬다. 3장 위너와 루저(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위너나라의 루저, 루저나라에 위너와 실패에 관한 진지한 연습 등을 담았다. 4장 궁극의 실패에서는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 나온다. 우리는 실패하도록 설계되었다. 미시마, 다자이 등 일본의 문학자와 철학자가 등장한다.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고 빛과 그림자처럼 한 쌍을 이룬다. 빛을 보다는 말, 어둠 혹은 그림자로 살았다는 말은 오로지 실패자로서의 모습이란 말은 아니지만, 그 안 또한 복잡다단하기에, 그저 상대적 개념으로만 보련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즉 실패의 심리학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한두 번 실패하다 보면, 왜 그랬는지를 시나브로 이해하게 된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잭 웰치는 불도저 기업가다. 그에게 실패란 단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으니까, 


고사성어 속에서 실패를 열쇳말로 찾아보면, 성공과 실패는 사람에게 달려있고, 실패 자체는 무섭지 않다. 무서운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권토중래” 실패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있는 법(병가상사), 성공도 실패도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성공도 때로는 실패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를 성공의 재해석이라 할 수도 있겠다.


성공을 문장 앞에 두면 어떻게 달라질까, 


지은이는 성공을 위한 발판이 실패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자기기만이라고 한다. 이른바 자기계발 유의 실패와 성공 이야기의 플롯이라는 말인데, 실패라는 낱말만 놓고 보면, “진짜 실패”와 “가짜 실패” 진짜 실패는 치유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가짜 실패는 치유가 아닌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진짜 실패는 사무엘 베케트의 “더 심하게 실패하기”를 의미한다. 실패를 어물쩍 넘기고 거기서 도망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 실패를 직시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실패요. 제대로 실패하기다. 


제대로 실패하기, 즉 실패의 통찰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겸손이며, 겸손해짐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네 가지 해석, 사회적 정치적 생물학적 심적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실패로 끝나버린 삶과 실패를 극복한 삶이 갈린다. 우리 삶이 완전한 실패였고, 아무 의미가 없고, 고통스러워할 가치도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때 그 자리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 삶을 끝내려는 사람 또 한 거의 없다. 이는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패로 점철된 삶이지만 나아갈 길을 망치지는 않았다는 것을 자각한 때문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세네카 등 유명한 철학자이든 세상이 이름 석자를 남기지 못한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삶의 이야기가 있다. 그 누구와 비교하여 내 삶은 실패라고 생각하는지, 그 전제가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닌지, 성공이 모든 것을 보상해주지 않듯, 실패가 모든 것을 앗아가지는 않는다. 실패가 남긴 것이 바로 내가 얻은 것이다. 


성공이란 낱말을 열쇳말로 다뤘더라면 아마도 이런 생각은 쉽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실패는 성공의 한 면일 수도 있다. 다만, 실패를 덮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파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실패”라는 표현과 관념 혹은 인식은 다시 정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패예찬"은 실패의 통찰과 성공의 재해석을 통해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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