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강이엘 지음 / 렛츠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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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변해야 한다는 지은이, 남편이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기적, 너무 이기적이었을까, 기질이 다른 금성에서 온 여자와 화성에서 온 남자와 함께 사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인가, 도대체 가정이란 뭔가, 최근에 가족을 버린다. 가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시집의 “시”자만 들어도 울렁증이 도지는 사람들, 명절 때면 연내에 쌓였던 감정이 솟구치고, 폭발 일보 직전까지, 이들에게 가정은 뭔가, 뉴스를 타고 자주 들려오는 아동학대, 아이들 두들겨 패 죽인 엄마, 아동수당을 받아 어린아이를 집에 내버려 두고 놀러 다니는 부모들,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랴. 이런 가정이라면 차라리.


지은이는 그래도, 가정은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아이들이 있어서일까, 20대건 30대건 연애와 사랑에 불붙은 정열, 하지만 결혼은 현실, 아내의 뒤엉켜진 머리, 며칠 동안 혼자만 하는 육아에 시달려 잠이 부족한 아내 머리에서 나는 냄새도 삶의 향기로움으로 느껴진다면, 참으로 이상적이지. 일터에서 상사에게 까였는지, 어두운 인상으로 퇴근하는 남편, 일찍 왔네. 된장찌개 끓였어, 자기 좋아하는 채소 가득 넣고. 어느새 활짝 펴진 얼굴 미소, 가정은 아마도 이런 건가. 


지은이의 신앙고백처럼 이어지는 잔잔한 글, 범상, 혹은 심상치 않은 출생 배경과 성장기, 그리고 결혼 초년시절. 바람피우는 남편, 며느리를 못 마땅해하는 시어머니, 종교적 갈등(이단이라 생각되는 예전 신앙촌, 전도관을 믿으라는 시가 쪽과 이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며느리) 이제는 독립해서 사회경제 생활을 하는 아들 쌍둥이, 수십 년을 살아도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고 사는 남편,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사는 셈이다.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담을 술회하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하던 이유야 어쨌든 가정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데, 이를 동의, 부동의, 이의제기하는 사람은 얼마든 있다. 다만, 지은이 이야기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는 “가정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대목이 있으면 그렇다고 하면 된다. 


가정이란 무엇인가?


이디스 쉐퍼의<가정이란 무엇인가?>(생명의말씀사, 1995), 종교적 믿음을 바탕에 깔고 쓴 이 책에서는 11가지로 "가정"을 설명하는데 꽤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재로 가정은 변화하는 삶의 모빌이요, 다음으로 생태학적으로 균형잡힌 환경, 창조력의 산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중심지, 폭풍 속 은신처, 진리의 영원한 릴레이, 중요한 하나의 경제단위, 교육의 조정 기관, 추억의 박물관, 돌쩌귀와 자물쇠가 달린 문, 마지막 열 한번째로 혼합된 균형 따위로 정의될 수 있다는 말인데, 이 책 지은이는 가정을 이렇게 관념한 게 아닌가 싶다. 내 가정은 어디에 방점이 찍혀있나를 생각해보는 것도 유의미하겠다. 


하루에도 수십 쌍의 부부가 이혼 법정으로 향하는 한국 사회, 물론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혼인신고를 하는 수만큼 이혼신고를 하는 모양새, 20만 쌍의 혼인 중에 10만 쌍이 이혼하는 시대라고 하니까, 절반이 혼인했다가 갈라섰다는 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 흔한 성격 차이부터, 배우자의 유기, 질병에 걸리거나, 교도소에 갇히거나 아무튼 다양한 이유로 혼인을 더 지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진짜로 많아진 것인지, 이런 요인을 안고 있었던 잠재적 이혼대상 군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가 사회환경의 변화로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무튼 참지 않겠다. 나도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을 찾겠다는 말은 자주 들리게 됐지만 말이다. 


지은이는 가정은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 연유는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참고 견뎌야 하는 인간적인 갈등을 종교적 믿음을 통해 분노를 삭이고, 또 관계 설정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일련의 자기와의 싸움 이야기를 담담하게 글로 이야기한다. 그에게는 종교적 믿음이 자기 배려였고, 자기돌봄인 듯 보인다. 


지은이는 결코 이혼하는 가정을 향해 누구에게 책임을 묻거나, 양쪽 배우자에게 모두 참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이런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있답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유를 묻지 않고, “가정은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지킬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확신에 찬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혹시 "이혼할 생각이 드는 가? 그렇다면 이 책 어때, 읽고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테니...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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