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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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지은이 천경의 공부론에 눈길이 간다. 그가 공부에 매료된 이유에 공감하면서 책날개에 실려있는 문장을 곱씹어본다. 공부는 습관, 인격, 운명을, 끝내는 사람을 바꿔버리기까지, 어느 사상에 깊이 빠졌다는 말과는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아무튼 공부라는 것은 학문이든 기술이든 익힘을 말하는 게 보통 우리의 이해다.


지은이는 우선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를 어떤 존재로 만들어 갈 것인지, 세상의 잣대로 아닌 나만의 잣대로 재어 보라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3부 체재이며 1부에서는 푸코 철학의 총론 ‘통치성과 주체성’을 주제로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삶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돌봄이 필요함을 피력한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결단을…. 통치성과 자기 배려, 근대 영혼의 탄생을 유명한 감옥 파놉티콘을 들어서, 통치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권력과 주체의 윤리학을 논하고 있다. 2부에서는 실존의 미학<주체의 해석학> 읽기를, 자기 배려와 인식을 비롯하여 내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인간의 죽음 이후, 공부한다는 것, 꼰대들과 전향들과 개종을, 3부는 주체화의 기술들: 자기 돌봄 실천의 방법들, 분노 다스리기,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등을 언급한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삶의 주인공이다. 우주에는 인간만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의 무게에 인간이 새보다 덜 무겁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가, 모든 세상이 인간 중심이라는 즉, 세상의 중심이라는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지은이는 서양 철학자의 말고 동양사상, 그리고 불가의 말씀 등으로 겸허한 인간, 누가 누구를 통치한다는 생각, 이미 학습화된 무기력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질서를 당연한 법칙이나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일은 노예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표현은 달리하지만, 내 삶의 주체는 ‘나’이며, 내 삶의 주인공 또한 나라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남을 위해서 산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나 또한 이런 말을 듣고 산다. 남을 위해서 사는 것 자체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이 실은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라면, 남을 위해 사는 데 가치를 두는 것은 내 삶의 가치에서 맨 위에 놓는 층위 혹은 위계상 맨 꼭대기에 있다는 말이다. 이 책 또한 그런 삶을 지지하고 권장하는 듯하다. 


내 삶을 예술로 만들기


내 삶을 예술로 만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대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술, 어학사전에는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이라고, 또, 명사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한다. 내 삶이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것 자체가 예술이고, 여기에 이르는 주체는 바로 ‘나’이며 내가 주인공이다. 결국, 내 삶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운명 지워지고, 결정된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이라는 도화지에 백지에 어떻게 그리는가에 달려있음을 깨달으란 말이다. 실존하는 나, 허상 됨이 없는 나, 대상화된 나, 세상의 어느 한 틀을 구성하는 나사가 아니라 나는 나일 뿐이다. 몰개성을 요구하는 사회, 통치와 지배의 대상에서 벗어나 통치, 지배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나. 바로 이것이 내 삶을 예술로 만들기의 알맹이다. 


오늘 나에게 묻자. “잘 살고 계시는가?”라고


노년?, 늙은 나를 상상할 수 없고, 그 흉함을 거부하는 안티에이징은 나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늙는다는 것이 네거티브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헬레니즘, 로마 시대에는 노년은 영예로운 것이었다. 신체의 노쇠함과 지혜, 노년은 조언해주는 자이며 현자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틀탁, 꼰대라는 부정적 인식이다. 얼른 노년이 왔으면 하던 바람은 이제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살아있다는 게 민폐라는 식으로 변했다. 완전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추세, 경향이다. 자중자애하자. 자기 배려와 자기 돌봄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돌 속에 갇힌 나를 꺼내기 위해 망치와 정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를 깨는데 정을 대고 망치로 내리치는 아픔의 강도에 비례하여 돌 속에 갇힌 나는 구출되거나 해방되는 확률, 시간이 짧아진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의미이기도. 돌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데 고통이 따름을 이유로 돌 속이 편안함을 깨고 싶지 않다고, 돌 속이란 본디 고통스러운 것인데, 이미 역치 작용으로 익숙해졌다.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런들 저런들 나아질 전망이 없음이라고 자기 스스로 정해버리면 그것이 바로 돌 속에 갇히는 것이다. 


푸코의 철학을 지은이만의 말로 풀어내는 이 책, 천경의 푸코읽기는 푸코의 책에서 얻은 느낌과 이해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여러모로 혹은 입체적으로 푸코의 철학, 즉 실존의 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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