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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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지은이 클레어 혼은 <재생산의 유토피아>는 인공자궁으로 출산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법적 질문을 세상에 던진다.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성과 남성, 그리고 여성 안에서도 임신에 관한 생각이 다 같지는 않으니, 자못 흥미로운 주제일 수밖에, 저출생초고령화사회에서는 꽤 큰 이슈이며, 이에 관한 찬반론 또한 거대한 담론이 될 것이다. 


지은이는 체외에서 어디까지 배아를 기를 것인지는 이제 열린 질문이 됐다고 말한다. 2021.5.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의 연구자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7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공자궁에서 길러낸 쥐배아, 모든 형태를 다 갖춘 태아 상태로 길러내는 데 성공했다고. 실험실에서 동물 배아를 태아 상태로 길러낸 것이다. 과학기술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이 책은 6장 구성이며 1장에서 온실, 화초, 인공자궁을, 2장에서 인공 위탁모, 3장 멋진 신세계로 향햐는 체외발생, 4장. 어머니 기계, 5장. 임신중지의 해법, 6장 생물학적 폭정이란 소제목으로 재생산은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담고 있다. 


인공자궁이라는 발상


성별과 무관하게 누구나 만삭까지 태아를 임신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꽤 오래전으로 기억하는 영화 “트윈스” 서로 생김새가 너무나 다른 이란성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남자가 임신한다면 도대체 어떤 기제로 임신을 하게 된 걸까, 자궁도 없는데, 아이는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인가,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 책은 인공자궁이 등장하는 사회적 맥락만 혁신적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상적인 세계라면 부분 인공자궁(이른바 인큐베이터, 미숙아, 조속아 등의 성장기간 동안 생명을 보호하는 장치)은 임신한 사람들 모두가 접근할 수 있고, 이들과 함께 너무 일찍 태어난 아기의 건강과 생명을 구하는 수단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젠더와 무관하게 모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가족을 구성하는 도구로 체외 발생 기술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체외발생의 담론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명유지 장치(인공자궁)에서 길러낸 아이들은 아이의 모습이 아닌 성인의 모습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왜 체외발생을 다루게 됐는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산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단순한 그 무엇을 넘어 영화 “데몰리션맨”처럼, 성접촉을 비위생적으로 심지어는 야만적이라는 인식, 하지만 현실로 이런 기술이 불러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들(동전의 양면처럼), 기존의 불평등이 악화되고, 인권의 진보가 저해될 위험에 처하게 됐는지를 톺아본다. 아울러 부정적인 평가의 대척에는 인공자궁이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긍정론...


인공자궁과 체외발생에 관한 생각들


임신에서 태아의 출산까지 “재상산” 노동의 젠더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한 인공자궁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인공자궁은 성별에 관계없이 부모에게 허락되는 법정유급휴가 휴직의 대체재일 수 없고,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거나, 보편적인 무상 교육의 대체재일수도 없다. 임신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한부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임신의 신체적, 정서적 위험과 돌봄 노동의 평가절하가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임신을 탈젠더화하는 데에는 임신을 자동화하는 수단이 필요치 않다.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 법적, 사회적 관행들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산장려에서 산아제한으로 다시 출산장려, 출생률을 어떻게 높여 사회를 유지시킬 것인가하는 과제, 이제는 국운이 걸린 인구절벽론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체외발생과 인공자궁에 관한 논의, 인공자궁에서 태어난 아이가 성장해서 인공자궁을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체외발생이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술이 되고 재생산에 관련된 자신의 삶을 통제하게 해주는 또 다른 도구가 되려면 임신이 문제가 되지 않는 곳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임신과 출산, 임신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고통, 현실적으로 임신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할 사회적 차별, 이와는 반대로 거시적으로는 인구절벽의 회피, 탈출책으로 떠오르는 출생률 높이기, 


공동육아의 논의도 태아출생 이후의 이야기다. 재생산을 노동력의 재생산으로 등치시키는 탈인구절벽론의 논리 역시도 찬성할 수 없다. 재생산 정의가 실현된 세상에서는 임신한 사람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대신 지지하나는데 인공자궁이 이용될 수 있을까? 여전히 꼬꼬무다. 


재생산의 유토피아는 우리 사회의 제도와 규범, 문화와 가치 등 전방위적으로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주제다. 명확히 옳고 그름도 없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미국의 재판 사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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