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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연 - 어느 청년 연구자의 빈곤의 도시 표류기
탁장한 지음 / 필요한책 / 2024년 5월
평점 :
어느 청년연구자의 빈곤의 도시 표류기
이 책<서울의 심연(深淵)>의 지은이 탁장한은 2019년부터 5년 동안 쪽방촌, 쪽방 거주자, 일선 지원기관 들을 참여관찰하다 2022~2023년 동안 몸으로 서울의 또 다른 세계 “쪽방촌”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그곳에서 잠을 자고 먹고, 놀고 부대끼고, 싸우기도하고, 화해하면서 말 그대로 주민으로 살아온 다섯 계절의 경험을 녹여낸다. 이른바 르포르타주 “쪽방촌 표류기”기 바로 이 책이다. 기자정신과 연구자의 탐구심을…. 실제 책상에서 자료를 통해서 본 쪽방촌 사람들, 이들에 관한 이론과 담론을 분석하는 이론 편인 전작<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의 후속편으로 마치 조지 오웰이 북잉글랜드 탄광 노동자의 삶을 다룬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한겨레출판사, 2023)처럼, 연구자의 관점과 생활 속 경험자의 시간 사이의 틈새, 빈곤의 도사에는 쌓인 해악과 이익이 복잡미묘하게 얽히고설킨 그래서 또 다른 세계 “쪽방촌”은 난해했다. 연구실에서 생각했던 쪽방촌 세계와 발 딛고 사는 쪽방촌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말 그대로 심연(深淵)헤어나오기 힘든 깊은 곳, 깊은 연못이었다.
이런 참여관찰에서 직접적인 체험으로, 느낀 것들은 결이 다르다. 절실해서 쪽방촌을 찾아든 게 아니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지은이가 이 연구의 의의와 한계에서 밝혔듯이 쪽방촌을 다루는 연구나 언론은 특정 기관에 친화적인 거주자로 연구 대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와 한정이 존재한다. 따라서 방영되거나 학계에 보고 등 자료가 공개될 때, 현실이 왜곡될 위험성이 높다. 아무리 제한, 한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보이는 것만이 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설득하기에는 힘이 부족하기에. 1,000여 명의 주민, 이 중 200명(20%)의 구술이 쪽방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80%의 구술대상자가 남아있다는 점은 과제다.
이 책의 흐름은 쪽방촌에 산다는 것에서 입주를 시작으로 돈을, 사회복지 시설, 쪽방 상담소, 사회운동 단체, 사랑방, 종교 기관, 개신교 교회, 수난의 공간, 대안을 위한 제안을 통해서 참여기관들과 거주민 200명의 구술을 정리 분석한 가운데, 이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이며, 우려하는 것, 등을 그리고 홈리스(노숙인)등과 함께 펼치는 빈민주거 운동 등과의 접점들 속에서 이들의 하는 사업, 부탄가스, 종이컵, 한우,한돈의 공동구매와 저렴 판매, 마을잔치, 청소, 무연고 장례, 법률상담, 병원 동행, 선반지기 활동(선반 달아주기 등), 소액금융, 식당 식도락 운영(1,000원짜리 밥 공동체), 이사 협동, 연대활동, 주거권 투쟁(쪽방 퇴거 반대 시위 등), 이 작은 세상이 뿔뿔이 흩어진 모래알처럼 살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주체적으로 주민이 돼가는 과정, 의식의 변화 등, 다양한 정보가 함께 사람은 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를.
쪽방촌은 양면성이 극도로 강한 지역
쪽방촌으로 밀려들 수밖에 없는 불평등 구조, 경쟁대열에서 탈락한 이들에게는 두 번 다시 탈 기회는 원천봉쇄되고, 빈곤의 뫼비우스 띠에 올라탄 순간 롤러코스터처럼 울렁거림은 심신 모두를 피폐하게 만드는데, 한 번 쪽방촌으로 들어가면 개미지옥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인가, 탈쪽방을 위한 사회적 지원과 맞춤형 계획은 거주자들의 선택권을 늘리며 그들이 마주한 빈곤의 실질적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는가, 그 밖의 대안이나 정책은?, 탈쪽방 혹은 쪽방에서 삶을 지원하는 기관들의 비전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지은이는 판자촌의 불도저식 해체와 같은 빈민 주거사를 쪽방촌에서 거듭하지 않으려면 국가는 쪽방의 불법화와 세입자 주거권이 미묘하게 연동됨을 이해하고 탈쪽방이 더는 갈 곳 없는 거주의 추방을 뜻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지은이는 지금까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가장 경계하는 자기 회의, 잠재적 한계는 부분 인용을 통해 세입자 주거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의 쪽방촌 철거와 해체 담론에 여기에서 오랜 관찰 등이 오용되거나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아주 귀중한 연구자료를 함께 읽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공유해준 지은이에게 거듭 감사를 드린다. 각 지역의 광역 도심의 쪽방들 또한 이와 같은 처지일 듯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본질에서는 별반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