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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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톨랑의 유령


오르톨랑, 잔인하지만 프랑스 영혼을 담은 멸종위기종 촉새 요리라는 데, 거위나 오리의 간덩이를 키워 음식 재료로 쓰는 푸아그라 또한, 인간의 잔인성을 드러내는 끝판인가 싶기도 하다. 


작가 이우연의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은 “혼자”에 관한 글이다. 동시에 혼자일 수 없는 것들이 혼자 이상을 원하는 장소에 관한 글이다. 비현실, 악몽, 잔인하게 태어난 유령들의 목소리, 청소 도구함 속에 갇힌, 피해자, 돌아오지 않는 가해 악동들, 


이 소설집을 채우는 글들은 작가가 미학, 심리학을 공부한 데서 오는 그 무엇인가, 비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몽상인 듯하지만, 인간의 심리 속을 헤엄치듯이 다니며, 뭔가를 찾고 이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한다. 갇혀있던 그 공간과 장소에서 밖으로 혹은 위로, 자그만 촉새가 재미있다는 듯 흥미롭다는 듯, 마치 메추리와 참새구이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 과정은 잔인해서 마치 예술적으로 비치는 건 아닌가, 


소설집은 2장으로, 1장은 “교실 속의 미로는 새들의 우주를 닮았다.”, 2장 “그녀는 TV 앞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여자를 꿈꾸었다”로, 갇힌 공간 청소 도구함, 미로, 조종실, 교실, 다락방, 서커스장, 동아리실, 우주, 고래의 배 속, 유원지 따위 장소와 공간 속 이야기다. 소름 돋치는 서커스장과 고래의 뱃속 이야기, 


서커스장, 잔인한 반복의 굴레, 탈출하지 못한 것들


서커스에서 일했던 아버지는 폭죽 소리에 귀가 먹고 말았다. 어떤 때보다 관중들은 아버지의 퍼포먼스에 열광하고 흥분해서 환호를 지르는 순간, 서커스장 뒤쪽에서는 평소 죽은 고기만 먹던 사자가 아버지보다 한참 키 작은 엄마의 머리를 먹어버렸다. 나는 사자의 배 속에서 배를 가르고 세상에 나왔다. 내 엄마는 누구일까, 내게 배가 뚫린 짐승, 

“사자가 저의 죄를 감내하고 숨죽이는 오랜 세월. 사람이 짐승을 도축하고 사육하고, 겁간하고 젖을 짜고 새끼를 놓고 질겅이고 버리고 사랑하고 겁간시키고 젖을 짜고 새끼를 먹이는 그 오랜 시간. 사자는 죄를 먹이며 먹히며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난 그의 죄를 기생충처럼 파먹고 바깥으로 나왔어요.”


서커스장이라는 공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은 그 옛날 인간과 동물의 벌이던 채집경제에서 재배, 목축 정주 경제가 되면서 식량을 얻기 위한 반복과정, 한 생명이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목숨을 거두는 행동, 아이누족은 곰사냥을 할 때, 어쩔 수 없는 공존을 위해 곰의 생명을 거둘 때, 그 정령이나마 평안한 곳으로 가라고, 제를 지냈듯, 예의라는 게 있었다. 시나브로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는 인간은 생명의 존중도 가치도 모든 것이 그저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한 양, 생각하고 또 행동하고 굳어지고 양식이 되고 문화가 돼버린 것이다. 사자는 순치된 자연의 반란이다. 잠들어있는 야생 본능의 발현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잔인한 사치를 입맛을 위해 멸종되어가는 오르톨랑처럼, 또, 수많은 장소, 공간을 떠도는 유령처럼.


꽤 어렵게 느껴지는 소설들, 하지만 짧은 글 속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우리가 왜라는 말보다는 그런 일은 왜 일어났을까? 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작가 이우연의 작품은 세계가 오래되어 너덜너덜한 나무 문에 질러진 빗장 사이로 새어드는 빛처럼 다가온다. 한 줄기 빛이, 그 빛을 따라 작가가 이끄는 유령의 세계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그런 세계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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