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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평점 :
신생아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사 이야기
지은이 스텔라 황(황정숙)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신생아들을 돌보는 소아과 의사다. 미국대학 유학, 그리고 의대를 나와 의사가, 소아과, 그리고 신생아분과를 선택했고, 이런 이야기를 이 책<나는 죽음 앞에서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에 담았다. 한국 의사들의 집단행동, 의료보험체계 등 많은 이슈에 관한 미국 의료세계의 생각과 현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지은이는 예비의사의 그림자(144쪽)라는 주제의 글에 의사가 되려면 적어도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그의 생각을 적어두었다. “한국은 예전부터 성적에 따라 과를 정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 대부분이 의대에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속에는 좋은 의사가 되어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까지 의대입시반이라는 건 너무한 일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일을 업으로 삼겠다면, 적어도 누군가를 보살피고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147쪽).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한겨례21>2022~2023년 "여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연재했던 내용을 다듬고 정리한 것이다.
소아과, 신생아분과를 선택하다.
의대 3년 차 실습을 돌던 중, 소아과에 온통 무지갯빛,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해서 위기를 넘기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퇴원하기도 했다. 내과에서처럼 치유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있는 회색빛보다는 아이들을 택하기로, 소아과에서는 환자의 잘못으로 아프게 되거나 낫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나서, 혹은 부모의 잘못으로 또는 사회의 부족함으로 아픈 아기와 아이들이 대다수였기에. 소아과 레지던트과정을 마치고 전임의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아마 부제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에서 그의 깊은 생각이 엿보인다.
이 책 속에는 수많은 아기와 부모의 이름이 나온다. 쌍둥이, 난치, 불치병을 앓은 아기들, 이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지은이는 신생아중환자실 한구석에 운다. 또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해서 병원을 떠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의 맛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는 아기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이 바로 나라면? 이란 자기 검열, 자기 성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지은이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 출산을 경험했다. 엄마이기에 다른 엄마들이 겪었을 육아의 번아웃도 그들의 심경도 이해한다.
그러기에 아기부모들에게 더 공감하고 위안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교수가 되어서도 감독하는 수많은 시술과 치료 자체가 아기에게 고통이다. 무의미한 고통을 줄 수 없다. 내가 하는 시술과 치료가 끝내 죽음이거나 아기에게 고통만 남길 것 같다면 부모를 설득해 중단하려고 애쓴다. 이 자체가 누구에게나 고통이겠지만, 자신의 고통을 정확히 표현할 수도 그 고통의 이유와 끝을 알 수 없는 아기에게는, 더욱 그렇다.
소아과 의사들이 이런 생각으로 소아과를 택했을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현실은 소아과는 기피 과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지만,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 의사국가 자격시험에서는 필수과목성적이 좋아야 하니. 이런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미국 소아과 신생아 중환자실은 어떻게 돌아가나?
의료비가 비싸다는 미국에서도 신생아 중환자실의 아기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보험이 있다. 진단에 필요한 검사나 치료에 필요한 약, 시술, 수술에 대해 따라 인가를 받지 않고 치료할 자유도 조금 더 주어진다. 의료비용에 대한 염려 없이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신생아 중환자실을 ”병원의 발전소”라고 부를 정도다. 당연히 모든 과가 누려야 할 자유지만,
미국과 한국의 의료보험, ”미국, 응급과 생명은 우선 지키는 선택을“
환자를 대하는 태도, 한국의 의료보험이 최고라고 믿었다. 그런데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가족이 직접 물티슈 같은 준비물을 사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는 기저귀, 발진 크림 등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을 제공한다. 모유를 먹이는 엄마를 위해 음식을 제공하고 집에서도 젖을 짤 수 있도록 유축기도 빌려주는데, 대부분의 어린이병원 근처에는 로널드 맥도널드 재단에서 환자 부모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숙소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가 있다.
신생아 중환자 수술을 하는데 든 병원비용만 200만 달러(28억 원)였는데, 부모는 수입이 많지 않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병원에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병원이 정부에서 받은 돈은 실제 비용의 반의반도 안 된다. 수술 결정을 내린 의사가 병원에 재정적인 피해를 준 셈인데, 누구도 비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극빈자라면 차나 기름이 없다면, 병원에서 택시비나 주유비를 제공한다. 이런 사실은 신생아 중환자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보험이 없거나 치료비를 낼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응급치료와 생명에 꼭 필요한 치료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치료나 수술을 포기하는 때도 있다. 미국(민간보험방식)과 한국(사회보험방식)의 비교는 차원이 다르기에 어렵지만, 현실은 놓고 보자면.
스텔라 황은 이 책 곳곳에 조심스럽게 한국 의료 사정을 논하고 있다. 한국이 최고라고 믿었던 의료보험이지만, 여기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음을, 의사가 되는 날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쉬이 잊히는 현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지만, 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사시IN의 장일호 기자의 추천사가 기억에 남는다.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지은이의 선한 영향력이 한국 의료사회에도 널리 퍼지기를 기대하면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