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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초대 교장의 회고록
댄 페더슨 지음, 이동훈 옮김 / 에니텔 / 2024년 4월
평점 :
탑건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 책<탑건: 초대 교장의 회고록>은 탑건 프로그램의 창시자 댄 페더슨 예비역 대령의 고군분투와 미국의 군대, 전쟁관까지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2022년에 나온 영화 “탑건 매버릭”의 주인공 톰 크루즈는 대령이다. 1987년 탑건에서는 야심만만한 대위였다. 30년이 지난 후에 대령이다. 조종사는 전투기를 몰면서 산다는 고집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영화 대사 내용 중, 장군이 돼도 벌써 됐을 텐데, 왜 아직도 대령인지를 아느냐는 심슨 장군(미국해군 항공군 사령관 겸 태평양함대 항공군사령관)의 질문(그는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당신 꼬락서니를 알라는 말이다)에 관한 답이 바로 이 책 <탑건>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나오는 훈련과정 또한 이 책에서 다루니….
이 책에 실린 내용은 1.“1956년 12월 사우스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시작돼, 22. “미국은 다음 전쟁에서 또 지고 말 것인가(역사는 F-35와 함께 반복될 것인가)?”까지 22개의 에피소드로 짜여져있다. 시간적으로 1956년에서 1982년까지다. 69년 시작된 탑건 프로젝트에서 베트남 종전까지가 주요 내용이다.
지은이 페더슨은 1935년생이다. 1969년 3월 미라마 해군 항공 기지에서 탑건 프로그램을 만든 9명의 해군 장교 중 최선임자였다. 왜 <탑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게 됐을까?, 월남전에서 보여준 미 해군 항공대의 전쟁 수행 성과 때문이다. 세계 2차대전, 일본을 패퇴시키고, 한국전쟁 때는 하늘의 공포였던 미 해군 전투기들 적어도 10:1수준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군의 미그기가 2대 격추될 때, 미군 전투기도 1대가 잃어야 했을 만큼, 뭔가 잘못됐다. 이 졸전의 원인은 북베트남 전투기 조종사들의 탁월한 전투 운용능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미군 전투 조종사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전략 전술의 문제?, 아무튼, 이런 배경으로 전투기의 운용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가 <탑건>이다.
영화 <탑건>의 멋진 환상, 아이스맨으로 상징되는 전투 조종사들의 삶은 허구다. 미 해군 조종사의 삶은 매우 어렵다. 연습에 연습,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비행했는지, 얼마나 많은 전투기를 추락시켰는지는 중요치 않다. 항공모함에 착륙횟수가 대표 경력이 될 만큼, 늘 긴장해야 한다. 전투기는 한 번 실수는 바로 죽음이니,
이 책은 지은이의 29년 동안의 군 생활기록이다. 이 책 속에는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의 삶과 생각들을 담았다. 결코,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그저 충실함과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전사들일 뿐이다. 이들에게 명예란 무엇일까?, 지은이는 “미국은 값비싼 첨단 군사기술에만 의존하고, 사람의 중요성을 무시하다가 베트남에서 패전했다.”라는 말은 <탑건 매버릭>에서 정확히 나온다. 큰 비용을 투자해서 전투기 조종사를 기르는 것보다는 과학기술발달의 성과를 활용해서 무인기 개발과 전투력 향상에 투자할 때라는 또 다른 장군의 말을….
전쟁이든 군대든 첨단 기술과 무기보다는 "사람"이 우선
전쟁은 불가역이자 상대적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만약 이라크가 핵무장을 했다면 침략할 수 있었을까?, 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전쟁 억지력이 없으면, 늘 누군가의 침략을 걱정해야 한다. 무장력을 갖추고 있어야 평화와 그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1987년에 나온 영화<탑건>은 상업적 영화로서뿐만 아니라 당시 소련에 미 해군 항공전투력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선전수단이었다. 이른바 프로파간다였다. 영화제작진이나 군 당국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 영화는 전투기 조종사를 뽑는대도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으니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 지은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화주의자일 수도 있다. 이 책을 <탑건>스쿨 성공사례의 소개 정도로 이해하면 안 될 듯하다. <탑건>의 의미는 전쟁은 진영의 싸움이라는 틀로 비치는데, 전쟁에 동원된 이들은 사람이고, 그들은 우리의 이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 너머로 보이는 사람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지은이는 F-35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다. 26년 동안 개발기관 동안에 만들어 낸 최첨단 전투기가 제동용 갈고리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산소 공급체계도, 헬멧 기능도 형편없는 데다 가격까지 비싸다. 록히드 마틴의 배만 불리는 건 아닌지, F-35는 비행기가 아니라 펭귄이다. 날지 못하는 새 말이다. 이러다가 최신형 원자력 초대형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은 텅 빌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F-35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군산복합체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부패, 군대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이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투기와 이를 모는 조종사라는 직업에 관한 인식, 한국군의 전투기 도입(F-35)문제까지도 많은 정보가 실려있다.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군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옮긴이 이 동훈)은 월간 항공 등의 취재기자를 지내기도 한 전문가라서 일반 대중서로 내놓은 회고록이지만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섬세한 곳까지 지은이의 의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덧붙여 둔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