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사회심리학 - 아동기 부정적 경험, ACE 생존자와 회복탄력성
미타니 하루요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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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회심리학


지은이 미타니 하루요(오사카대학 대학원 인간과학연구과 준교수, 이 책을 발표할 때는 류코쿠대학의 준교수였다가 2024년 모교로 돌아왔다)가 2023년 출간한 이 책<트라우마사회심리학>원제<ACEサバイバ?,子ども期の逆境に苦しむ人?>(치쿠마쇼보, 2023.5)는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 어릴 때(0세부터 18세 사이에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 경험) 의 부정적 경험의 머리글자로 ‘유해한 아동기 경험’으로도 표현한다. 학대, 방임, 가족의 정신질환이나 의존증, 친족 간의 폭력 등에 노출된 경험도 들어간다. 


지은이는 ACE와 Survivor 즉 생존자의 기록과 관련 최근 정보를 바탕으로 ACE 생존자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이의 제고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한국어판 제목<트라우마 사회심리학>이라, 꽤 있어 보이는 표현이지만, 이 제목이 지은이의 생각과 내용을 잘 드러내는 표현인지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도 없지 않다. 트라우마 중에서도 아동기 트라우마의 원인과 회복에 초점을 맞춰서 쓴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할 듯한데. 즉, 일반론에서 특수론으로 대상을 좁히고 깊이 파고들었음을 담아내는 제목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ACE와 그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후유증


이전에도 아동학대의 역사는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관점 즉 더 과학적이고 입체적, 통합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을 담고 있다. ACE가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치지 않고 ACE 생존자가 겪어야 할 고통은 진행형으로 어린 시절 그 당시 상처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당대의 삶과 미래는 물론 사회경제적 지위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까지도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ACE 생존자에 관한 여러 조사와 그 결과는 아동복지와 역학, 의료, 정신건강, 심리 등의 분야 속에서만 머물렀다. 정작 사회 모두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말이다. 


지은이는 7장에 걸쳐, ACE 연구와 현대 가족의 문제점을 지적(1장)하면서, ACE가 일으키는 질병과 이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등을 살피면서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2장에서 다룬다. 3~4장에서는 ACE 생존자의 될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태조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들여다본다. 5장에서는 ACE와 회복 탄력성, 즉 심신 회복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 회복 탄력성의 요인을 찾는다. 6장은 실제 ACE 생존자의 이야기를 싣는다. 이들이 회복 탄력성을 키우거나 저해하는 요인 또한 살핀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인 7장에서는 ACE 생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이들에게 우호적인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제안한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이 쓴 <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사랑의 집, 2022)에서 외상 장애와 회복단계를 통해서 20여 년 동안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지속 기제를 논하는데, 관계의 단절과 힘의 상실을 외상 경험의 핵심으로 파악하는데, 이 책 역시 이런 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특히 아동(0~18세)기의 유해한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ACE 연구를 통해 과거에 ACE를 많이 경험할수록 노년에 심장병, 당뇨병, 약물 남용, 자살 충동, 실업, 빈곤 등으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밝혀졌다.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평생에 걸쳐 몸과 마음이 상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 쉽다. 이 책은 ACE 생존자가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는 실태와 원인을 이해하고 평화로운 미래지향을 이야기한다. 


가족의 구성변화, 구조적 특성


가족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적이 최근 눈에 자주 띄는데, 이는 가족의 구조적 특성과 가치 인식 태도 변화에 기인한 듯하다. 특히 현대의 가족은 폐쇄적 집단이 되어가고 있어 ACE 생존자 문제를 논의할 때, 가족이라는 배경과 공간이 중요한데, 이의 구조적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남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가족과의 교류 시간이 많고 활동 범위가 넓다. 둘째, 가족 사이의 상호작용이 많고 본질에서 대립 구조가 존재한다. 셋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가치, 태도,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암묵적인 권리가 생긴다(위계). 넷째, 성별이 다르고 나이가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다섯째, 가족 구성원은 역할과 책임을 분담한다. 여섯째, 현대 가족은 사적 제도이며 사회적 통제 수준이 낮다. 일곱째, 자녀는 자신의 의지로 가족 구성원이 된 것이 아니다(선천성, 비결정성), 여덟째, 출산, 고령화, 실업 등의 변화를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족 사이에는 본질에서 갈등이 일어나기 쉽고, 폭력이나 방임이 있어도 외부 사회와 단절돼있어 피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현대 가족, 자본주의 질서 유지를 위한 가족 구성의 변화, 핵가족화


산업화, 도시화, 이른바 근대화 이전의 사회에서는 가족이 외부 사회에 개방돼있었다. 육아는 마을공동체가 함께, 아이들은 농촌, 어촌 등 거주지와 일터가 한 공간에 있는 생활환경에서 많은 어른의 관심을 받으며 자라나기에 가족과 외부 사회의 경계가 모호했다. 2차 대전 후 근대화의 흐름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론(남성은 일, 여성은 가족)이 일반화, 80년대 무렵부터는 돌봄의 여성화가….


몸과 마음의 변화, 사회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들


ACE가 자살미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를 비롯한 조기 음주, 알코올 의존증 등의 질환에도 쉽게 노출 이환되는 경향성을 보인다. 

ACE 점수가 0인 사람보다 4 이상인 사람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질환과 문제, 의학적 결과 수치로 허혈성 심장질환이 2.3 정도로 가장 높았다. 즉, 속이 썩을 대로 썩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또 심리 사회적 행동적 결과 수치에서도 위의 자살미수를 비롯하여 페닉 및 불안(공황장애), 심리적 고통 동반의 스트레스 등도. 일본의 ACE 조사에서도 이런 결과들과의 연관성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ACE와 관련된 일본의 대응 소개로 우리 제도 정비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2023년에 신설된 아동가정청은 ACE를 예방하려는 일본판 네우볼라의 실현 가능성을. ACE가 임신, 출산 후 우울증으로 고통받을 수 있음을, 바로 이런 맥락에서 ACE의 심각성은 성인의 트라우마와 또 다른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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