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 않은 타자 - 사건으로 보는 중동의 정치와 사회
엄한진 지음 / 씨아이알(CIR)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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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 않은 타자


이 책은 북아프리카 이슬람주의를 연구한 지은이는 보편적 언어로 중동세계의 보편적인 모습을 조명한다. 사이트의 유명한 저서 <오리엔탈리즘>이란 색안경으로 중동세계를 본다면, 문화인류학 혹은 인류학적 분석을 하든, 민족주의, 이슬람론으로 분석을 하든, 특수성이라는 성격만 강조될 뿐이다. 지은이는 보편성에 착목하여, 이슬람이란 종교의 틀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들 세계의 정치와 사회를 톺아보려 한다. 꽤 참신한 방법론인 듯하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에서 쟁점이 된 여러 주제는 중동에서도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인간의 보편성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슬람이라는 단단한 껍질에 쌓인 세계를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 또 서양의 가치와 윤리를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결코 과학적이지 못하다. 역지사지, 당사자의 처지가 되어 보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다르지 않은 타자>는 곧 다를바가 없다는 말이다. 서구가 만들어 낸 중동이라는 허상, 고집스럽고, 이슬람이란 종교가 다스리는 국가(신정체제)또한 서구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바로 이런데서 생겨난 사고가 "오리엔탈리즘"이다. 실제 중동과 그들이 만들어 낸 중동,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보편성 또한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 책은 그 어느 쪽도 아닌 “보편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기본적인 시각과 접근 방법으로 6장으로 나눠서 살펴본다. 우선 서론 격인 1장과 정치·군사적인 상황의 배경이 되는 사회 현실을 2, 3장에서, 전쟁과 혁명을 4~6장까지 싣고 있다. 이 책에서는 팔레스타인은 다루지 않는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담은 월간지에서 팔레스타인은 국내의 지원단체가 전담해서 다뤘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 튀니지를 다른 국가나 지역보다 많이 다뤘던 것은 당시의 이란과 미국 갈등, 히잡, 아랍의 봄 등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던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중동 지역의 소수자와 이주민 문제는 종교와 종족에 의해 가려져 있기에 외부에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룬 이란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꽤 중요하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는 이란의 수도에서 따온 것일 정도로 한때 우리에게 석유를 제공하던 국가이며, 기아차의 프라이드 라인을 가져가 생산할 정도로 한국과의 경제 관계가 돈독했던 적도 있다. 미국의 금수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란은 아랍인가?, 


이란은 페르시아다. 언어 또한 이란어가 별도로 있으니, 우리에게 비친 이미지 혹은 외부세계가 이란을 어떻게 보고 있나, 주된 이미지는 고립된 폐쇄적인 국가의 이미지다. 30년 이상 지속한 경제제재가 사회를 질식시키고 있으며, 이란을 둘러싼 미군기지 역시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그 수가 많다. 이란은 이슬람과 기독교사회로 양분될 때도 제3의 지대로서 그 위상이며, 이슬람 사상을 발전시킨 곳이기도 하다. 이란은 미국과 소련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외교 관계를 유지했다. 또한, 서구 열강의 간섭을 받았던 적은 있었지만, 식민지가 되지는 않았다. 고립의 이미지 속에 감춰진 이란은 꽤 독특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또 한편으로는 혁명의 나라 이란이란 고립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도 있다. 


자 그러면 예외적인 이란과 보편적인 이란은 어떻게 다를까, 이란을 특별한 나라로 여기게 만든 것들, 신정체제, 최고 지도자, 히잡, 도덕 경찰 등 이슬람과 관련된 용어나 핵 개발, 석유 등이 그렇다. 상황이 이렇게 엄격하게 통제돼 여성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성이 주도하는 미시권력에 대한 투쟁을 눈여겨 봐야 한다. 신정체제 이후 강제한 히잡 착용 의무화에 반발하는 여성들의 저항은 이란 혁명의 대의와 체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체제 차원의 운동이란 점이다. 아랍과는 또 다른 그 무엇이 존재한다. 


청년, 여성, 이주민


중동 지역의 빈곤과 불평등 현상의 중심에는 “청년, 여성, 이주민”이 자리한다. 아랍의 봄은 청년 실업 문제와 고학력자들의 실업 문제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불우한 청년들이 이슬람주의를 표방한 저항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여성은 아랍세계에서 불평등의 상징이다. 신정체제를 강화하면서 성별 분리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일자리가 늘었다. 즉 재이슬람현상이 의료와 교육부문에서 여성이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불황과 신자유주의화로 공공부문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여성이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 이주민이 경제활동의 주요한 동력인 나라들도. 어쩌면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청년과 여성, 이주민의 삶의 모습은 한국의 그것과도 많이 닮아있기에 말이다. 


이 책은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에 일어나는 현상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지를. 결국, 전쟁은 제로섬게임이다. 이겨도 져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 즉 미해결과제만 쌓여갈 뿐이다. 


중동, 아랍이란 지역을 가리키는 낱말이 생략됐다면, 마치 한국 사회평론처럼 읽힐 수도 있을 듯하다. 중동세계를 보는 획일화 된 시각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에 터 잡아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의식, 무의식중에 서양의 잣대로 중동과 아랍인들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와는 뭔가 크게 다른 타자라 여겼던 중동세계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중동과 이슬람에 관한 오해와 왜곡된 시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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