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마틴 울프 지음, 고한석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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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했던 첫마디는 세계 질서의 변화와 자유민주주의 후퇴, 전체주의의 부활, 독재정권의 출현을 우려했다. 지은이 마틴 울프 역시 그렇게 현재를 그렇게 진단한다. 세계 5개 나라의 위험한 지도자들로 트럼프와 푸틴, 시진핑과 인도의 모디, 브라질의 보우소나루도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제적 실패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흔들어 놓았고, 정치적 실패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 책의 기조는 과유불급이다. 무엇이든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운영을 안정적인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없게 됐다. 그 이유는 첫째로 경제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이 기대하는 안전과 번영을 더는 가져다줄 수 없게 됐고, 이런 증상은 엘리트에 대한 신뢰상실이다. 둘째로는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부상, 셋째는 탈진실 즉, 진실이란 개념에 관한 믿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민들 사이에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토론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1944년의 칼 폴라니가 쓴 책<거대한 전환>(길, 2009)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전환에서 인간이 진정한 자유시장 체제 아래에서 오래 머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 40년 동안 일어난 일들은 폴라니의 전망한 대로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원리와 작동방식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자유적 민주주의“라 불렀던 민주주의를 정치학자 래리 다이아몬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시민으로서 시민 활동에 적극 참여, 모든 시민의 시민적 권리와 인권의 동등한 보호,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법치주의라는 네 가지 요소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라고 했다. 이 요소는 민주주의를 자유주의적으로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시민’을 강조한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시민이 아닌 사람의 정치적 권리를 배제한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누가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식이지만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를 정의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시민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어야 하고, 동료 시민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용인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즉 본질에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패배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정당들 사이의 권력 경쟁이다.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합성어로 시장 자본주의를 말하며, 지난 70년 세월 동안 시장경제 형태다. 정치적 삶처럼 경제적 삶에서도 국가의 강제로부터 자유와 자신의 노동력을 포함해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법치주의에 따라야 한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는 이런 핵심가치를 공유하며, 정치적 경제적 삶에서 인간의 주체적 행위가 가지는 가치와 정당성에 관한 믿음이다. 


이 책은 이런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적 시장경제가 왜 왜곡되고 방향을 상실했는지를 따져본다. 4부 체재이며, 1부에서는 정치, 경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와의 관계를 이론과 역사 측면에서 분석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약탈식 자본주의와 선동적 정치가 밀접하게 연결된 결과,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살펴본다. 3부에서는 포용적인 경제와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개혁의 과제들, 뉴 뉴딜을 논한다. 4부에서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들의 활성화된 동맹이 자신을 방어하고 핵심가치를 높이는 국제 평화와 번영, 기후 위기 등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를, 결론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취약한 성과가 포퓰리즘과 폭정의 물결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보호하는 것이 엘리트들의 책임이라는 핵심문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적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은 지위의 평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공 문제에 대해 발언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시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소유한 것을 사고팔 권리가 있다. 이것이 적정, 정당, 공정하게 이루어져야만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 균형이 무너지면 불평등이 생기고, 그 자리에 제로섬의 논리가.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는 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여러 장치, 법치주의, 정치(선거 등)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의 의미는


현재의 미국, 무엇이 문제인가, 아니 문제는 어떻게 발생했고, 그 현상은 무엇인가는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으로 압축된다. 그는 그저 그런 경제성과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고통스러운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 바로 트럼프다. 그는 늪을 메우겠다고 했지만, 사람들의 예상대로 더 끔찍한 수렁을 만들어버렸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을 지은이는 많은 자료의 인용과 고대 철학자들의 사고방식을 빌려 현대 민주주의 문제를 지적하고, 또 대안을 말한다. 결국, 소수의 엘리트가 망쳐놓은 시스템의 복구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라고, 이제는 엘리트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상정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는 미시적, 구간 별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계속 왜곡돼왔다. 이는 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여기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경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바탕에 깔려있다.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 금권정치라는 것들이 바로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더 암울한 전망은 아무런 정치적 비전도 갖지 못하고 능력도 없는 트럼프 같은 선동정치가들을 리더로 선택한 시민들, 결국 시민들이 미국을 독재정치판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현상”에 관한 정치, 경제적인 분석이기도 하여 꽤 흥미롭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의미이며, 이를 특히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라는 또 하나의 짝이 있기에 그렇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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