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 - 우리 모두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지연 지음 / 보아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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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 끝으로 내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


이지연 작가의 리얼리티 심리 소설, 간단하게 말하면 심리 상담소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심리상담 관찰과 묘사가 마치 상담 사례연구처럼 다가온다. 심리상담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로와 한국 사회에 넘쳐나는 상담소들, 실제 상담 관련 자격증은 민간자격이다. 국가 자격으로는 임상심리사(1, 2급)와 청소년상담사(1~3급)이고, 대학원과정에서 상담심리, 교육심리, 아동심리, 심리학을 공부하고 각 학회에서 전문상담사, 심리상담사 등 자격부여와 그 관리를 하고 있다. 실제 상담소를 여는 데는 별도 제한이 없어서 우후죽순으로….


이 소설의 무대는 마음서가 상담소이며, 주인공은 이 상담소 소장 김윤경을 모델로 삼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는 “돈”, 출세와 성공의 척도는 돈과 유명세, 돈 있는 유명인이면서 그 분위의 권위자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속물 같은 소릴랑 장식장에 넣어두시고, 진짜배기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상처 입은 영혼과 만남은 늘 자선이나 재능기부일 수는 없다. 현실로 상담소를 꾸려나가기 위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겹치는데, 작가는 이런 현실도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 윤경은 상담으로 돈을 많이 벌 생각도, 미디어에 얼굴을 내비치면서 연예인처럼 활동을 마음도 유명인이 되고픈 욕망도 없다. 그저 간단한 사례 상담을 몇 차례 해주고 수입을 올린 경영마인드도 포기한 지 오래다. 


이 소설에서는 상담업계의 구조와 임상심리와 상담심리 사이의 거리 또한…. 읽다 보면 상담이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마음의 드리운 검은 그림자,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청소년,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청년과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어른아이, 돈과 결혼한 여자,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남자, 그리고 거울을 보지 않는 상담사, 소설 속 상담소 소장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의 내면세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 혼란을 다루는데, 읽다 보면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다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무엇이 정상이고 또 무엇이 비정상인지조차 헷갈린다. 애초부터 정상과 비정상이란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 다수와 소수의 어느 쪽이 기준이 되는 것 또한 그렇다. 개인이 갖는 고유성, 특수성,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 세상의 모호한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고 예단하며 틀에 끼워 맞추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사람들은 제각각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이 소설을 “리얼리티 심리 소설”이라 이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상담소를 찾는 이들의 입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톺아본다. 가족, 가정이란 무엇이며,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보호자의 배려, 집안의 체면이나 가문의 뼈대보다는 살아 숨 쉬는 한 사람이 고루한 질서 속에서 질식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인 타당한 것인지, 사슬과 억압, 금기를 뚫고 나오려는 노력은 반항으로 비치고, 문제아로 학교건, 사회건 모두 이상한 성격과 행동을 하는 부적응자로 몰아간다. 한 인간의 내면에 갈등은 관심과 배려, 애착 형성, 정체성의 혼란, 혼인하고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한 가치, 사회적 역할의 서투름….


모두가 규격품처럼 같은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 자체가 폭력임을, 사람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이 소설은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도대체 사람들이 무엇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톺아보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무렵에 한국개발연구원은 저출산 대책에 관한 국민 의견조사를 했다. 저출산의 심각함은 응답자의 95퍼센트 이상이 느끼고 있다고, 저출산의 원인으로 많이 들고 있는 것이 가치관의 변화와 주거, 일과 가정, 이른바 워라벨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이 대답 속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 돌봄, 욜로, 각자도생, 혼밥, 혼술, 1인 가구, 한마디로 모두가 고립된 외로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현상 또한 사회적 이슈 감이다. 애써 감추려는 이야기를 작가는 애써 끄집어내어 모두에게 내가, 내 가족이 내 주변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묻는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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