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산들 문학인 산문선 5
이즈미 세이이치 지음, 김영수 옮김 / 소명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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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편력, 등산에서 탐험으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향하는 시선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을 보낸 특이한 시대적 상황이 이 책의 지은이 이즈미 세이이치라는 “조선과 일본의” 문화인류학자는 수식어를 달게 해주었다.

한·중,일을 일컬어 동북아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만주도 몽골도 당연히 들어간다. 고산준령을 타고 넘으며,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 청년의 가슴에는 어떤 미래희망을 키웠을까 하는 궁금함이 일기도 한다. 1945년 이후 그는 도쿄대학으로 옮겨가는데 경성제대, 아무리 제국대학이라도 내지의 도쿄제국대학에서는 그저 변방 식민지출산일뿐이었다. 그의 사고는 ‘조선’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압박이 오히려 학문적으로 자유를 찾아 훨훨 안데스를 찾기도, 땅을 파고, 미지의 동굴 속으로 드나들 때의 긴장감과 호기심이 해방을 가져다주었는지도. 그가 남긴 사진 중 가장 편안하게 웃는 모습은 양주의 무당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1935년 제주에서 무당의 굿판을 본 후, 그는 전공이었던 국문학에서 사회학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그의 학문적 흔적은 제주도를 지나, 브라질에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브라질은 가난한 일본 농민들의 농업이민의 고단한 흔적을 찾는다. 그 자신도 조선이 편한 일본의 이방인이었고, 고향을 떠난 브라질의 일본인도 이방인이었다.

이 책 <머나먼 산들>은 1967년 8월부터 1970년 6월까지 산악잡지 <알프>에 연재된 것이다. 이 작업이 끝난 후 50대 중반으로 나이로 죽었다. 산과 산의 연장으로서 탐험을 축으로 하여 하나의 인생을 살았다. 산을 좋아하는 지은이의 ‘산’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의 인생 내력을 보면 이 책은 그 내면세계의 머나먼 산 즉, 희망의 봉우리들을 이야기한다. 왜 그는 산을 찾았을까, 권력과 차별도 통하지 않는 곳, 누구에게나 열린 산, 하지만 누구나 다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 자신을 돌아보고, 참고 견뎌내는 힘의 원천은 산을 오르면서 길렀던 그의 내공이다.

책의 흐름은 산과 알게 되다를 시작으로 스포츠 알피니즘의 싹틀, 북조선의 산들, 제주도와 남조선의 산들, 그리고 등산에서 탐험으로, 중국을 헤매며 조사연구를 하고, 태평양전쟁을 겪으면서 서뉴기니 탐험을, 일본에서 6년, 남미의 일본인 연구 이른바 니케이진(일본계)를 대상으로 했다, 안데스, 또다시 일본에서 2년,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회귀.

지은이는 등산에서 탐험으로,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그는 제2의 고향인 조선과 한국, 그리고 졸업논문 “제주도” 조사연구를 다시 손질해 <한국으로의 “무도회의 수첩”>이란 책을 썼다고. 그의 탐험 여정을 들여다보면, 피압박민족과 고향을 떠난 사람들, 문화인류학적 관심의 초점은 그곳에 가 있다. 제주를 찾고, 그곳에서 무당을 만나 사회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조선의 산들 속에 행간에서 그는 무엇을 읽어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특히, 1920~30년대 브라질 농업이민자들의 후예들의 삶 속에서 일본어, 일본문화와 풍습은 어떻게 변형되고, 이들의 사고체계는 또 어떻게 변했는가,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세월이 흘러 1990년 초, 중반 일본 사회는 불황에 3D업종 기피, 니트족 등 다양한 사회문화의 변화와 함께 이른바 모자란 일손을 남미 농업이민의 후손들로 채웠다. 니케이진(일본계)정주자로, 결국 이들 역시 이방인이요, 일본 사회의 차별 그리고 토사구팽을 경험한다. 마치 지은이 자신이 경험했던 식민지 경성 출신의 차별감을.

이 책은 산에 관한 이야기에서 탐험으로 이어지는 지은이의 편력사이기도 하지만, 이주, 국경 너머 일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해를 위해서는 그의 생각과 눈이 필요한 시대다. 읽다 보니 아주 귀중한 정보가 들어있음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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