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 있는 힘껏 산다는 것, 최선을 다해 죽는다는 것
진 마모레오.조해나 슈넬러 지음, 김희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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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내 죽음에 동의

 

이 말의 여운은 길다. 또한 복잡하다. 한 사람의 삶을 마무리 과정에서 직면한 문제는 생애 전체에 걸쳐 해결해야 할 문제임 깨닫게 됐다고 지은이 진 마모레오는 고백한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것을 우리 형법에서는 죄로 규정하지 않지만, 자살 교사와 자살방조는 죄다. 동기를 따지지 않기에 환자가 간절히 죽음을 원해 의사가 선의로 치사약을 처방해도 예외 없이 처벌된다.

 

일본 영화 <플랜 75> “75세 이상은 안락사”, 정부가 75세 이상의 국민의 안락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정책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2025년 한국, 65세 이상 국민이 인구구성비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가는데, 며칠 전,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가 93세로 동반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뉴스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내 의지로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것은 권리인가?,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불치의 환자에 대하여,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안락사’라 하고,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 한다. 환자가 음식을 계속해서 자신의 의지로 거부한 경우, 일정 기간 금식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면 존엄사라 할 수 있겠다. “안락사”“존엄사”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 규정(2018. 2월에 시행된 “연명의료 결정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이 엄격해서, 살 가망이 없는 남편의 산소호흡기를 자의적으로 뗀 아내는 살인죄, 이를 말리지 못한 의사는 살인방조죄다. 암묵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자살”의 사회적 의미다. 자살이란 일반적 의미는 종교적, 사회적으로든 부정적이다. 그래서 과로사 중, 자신의 목숨을 해한 경우는 ‘과로 자살’이라고 한다. 이는 산재라는 명확한 성격 규정도 있지만, 그저 사회에서 말하는 자살과 구분하려는 의도도 포함돼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자살이라 할 수 있는가?. 이미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고, 이 선택 또한 정상적인 판단 기능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게 아니라면 산업재해다(일본 나고야 고등법원(2003.7.8, 도요타노동기준감독서 사건, 도요타 자동차 중간관리직 사원 사건과 같은 재판소에서 같은 회사 2021.9.16. 판결 사건 등이 있다). 결과적으로 남겨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겪는, 혹은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는 사회가 껴안고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이런 자살 유형과는 또 결이 다른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그 선택의 길을 사회가 열어주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존엄사의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소풍”, 나문희와 김영옥 배우가 나온다. 노인들끼리의 돌봄을 하는 현실과 엄혹한 상황을 보여준다.

 

조력사와 안락사, 존엄사,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방법을 선택할 권리

 

소극적 안락사를 통상 존엄사라 하자. 식물인간 상태처럼 의식 없는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을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대표적으로는 2005년 미국 테리 샤이보 사건이 언급되는데 15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샤이보에게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적극적 안락사는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을 중단하는 소극적 행위를 넘어서 의사 등 타인이 치명적인 약을 처방하거나 주입함으로써 생명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조력사는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고통을 덜기 위해 의사에게서 치명적인 약, 주사를 처방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를 말한다. 환자가 극약처방 같은 의사의 도움을 받더라도 복용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안락사와 구분된다. 1942년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허용, 긴 찬반 논쟁 속에서 2006년에 연방대법원이 안락사를 인정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 책은 무대는 캐나다 의사인 지은이 진 마모레오가 조력사, 책에서는 의료 조력 사망(Medical Asistance in Dying: MAiD)이라 부른다. 2015.2 캐나다 연방대법원의 조력 사망 선택권을 개인의 권리로 인정했다. 당시에는 아무튼 조력사를 네 가지 조건 아래에서만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위중하고 치유 불가능한 의료상의 문제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첫째, 심각, 치료 불가는 질환이나 장애가 있을 것, 둘째, 신체 능력 회복 불능의 퇴행이 상당히 진행되어야 하고, 셋째, 환자가 가진 의료상의 문제가 지속적 심신의 고통을 일으켜 견딜 수 없고, 환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고통 완화할 수 없는 때, 넷째, 어느 정도 가까운 시일 내에 자연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RFND), 이중 가장 곤란한 것이 자연사 시기의 합리적인 예측이다. 2021년 퀘벡 고등법원이 이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 삭제를 명령했고, 연방의회에서 법안을 통과, 의료 조력 사망 자격요건에서 삭제됐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노령의 의사 마로레오는 거의 50년 동안을 가족 의료(가정의학)를 하다 제2의 인생으로 의료 조력 사망 전문의로 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초기 조력사 전문의로서 제도가 정착되어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를 거쳐 간 환자 “욜란다”와 “조”, “아이린”, “애슐리” 그리고 “실라” “소어”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은이 마모레오는 대단히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의사다. 환자들에게 그는 죽의 신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표정과 감정을 모두 중립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강한 자제력이 필요하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인도주의적이든 사람을 죽여서 그 사람을 평온한 상태로 되살려놓던 자신이 환자의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짐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기꺼이 죽음에 동의하는 환자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초고령사회 시대, 조력사는 우리 앞에 닥친 피할 수 없는 숙제임을 일깨워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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