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임미정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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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제자리 찾기

 

임미정의 소설집 『퍼즐 맞추기』는 딱 들어맞는 조각을 잃어버려 들어갈 곳을 찾지 못해 뭔가 어설프고 불안한 이방인의 삶을 일곱 편의 소설에서 좇아간다. <#한국어 수업#샨샨>과 <필라멘트>, 표제작 <퍼즐 맞추기> <다섯 번째 타이어> <첫 배달> <빨간구두> 그리고 <잉여인간>이다. 시공간, 인간, 인공지능 로봇이든 동심원을 그리면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인간군상과 기계 인간은 이들 마음속은 원의 중심에서 튕겨 나가는 관성같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원심력을 느낀다. 중심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할수록 밀어나는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힘을.

 

이방인이라는 느낌, 정치, 경제, 문화 따위의 우리 사회를 이루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밖으로 밀려나,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 현대 사회의 특징인 파편화, 각자도생의 흐름이다. 블랙홀처럼 주변의 것들을 다 빨아들이거나 용광로처럼 다 녹여버려 쇠라는 물질로 토해내지도, 샐러드 볼처럼 이것저것 조화롭게 섞여 보기 좋은 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한국어 수업#샨샨> 속 인물 진유, 중국 땅을 벗어나 중국어 강사로 한국에 온다. 강사라는 것도 한국말을 잘하는 중국교포에게 치이고 밀리고,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마사지 시술소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서투른 한국말 때문에 또 쫓겨나는데. 언어가 서툴면 그 사회에 제대로 섞이지 못할까?,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2023),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한국으로 온 탈북민 한영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관광통역안내사 일을 하게 되면서 겪는 각박하고 차가운 한국 사회를 그린다. 누구든 ‘코리아 드림’ 찾아 한국에 온 이들이 느끼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벽, 자세히 본 벽면은 복잡한 층을 이룬다 인맥층 쌓여있고, 한국 청년들의 취업난이란 색깔이 덧칠해져 있다. 이 짧은 소설 속에는 중국사회의 혼란,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 질서, 가난한 부모, 출세와 돈이 가치 중심으로 파고들고 열심히 살아가는 인민들은 중심 원 밖으로 밀려 나가는 변화를 보여준다.

 

<필라멘트>와 <다섯 번째 타이어>의 인물들 전자의 김기욤,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사이, 이른바 중동이라는 땅 어딘가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그곳 사람인 엄마, 갑자기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아보카도라고. 하도 말하고 싶어서 그 집 벽 속에 들어산다는 혼령이 기욤에게 말을 건넨다. 자신의 분노를 삼키다 조현병을 앓게 된다. 후자의 현수는 사내 왕따에 항의한다. 노랑 팻말을 들고 일인 시위를 한다. 자신의 신장을 떼어 준 아내 유경에게도. 한 개 남은 신장이라도 떼어줄까라며, 세상에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토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아둔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표제작 <퍼즐 맞추기> 등장인물 준, 민욱과 화자인 나,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의 청년기라고 해야 할까, 민욱과 준 사이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으로 다리는 다친 준과 눈높이가 같아졌다고 생각하는 나, 글쎄다 이들 마음속에 그것은 무엇일가, 민욱은 왜 준을 때리고, 이를 말려야 하는 나는 왜 방관했을까, 그리고 한쪽 다리가 짧아진 준을 보면서 느끼는 마음, 이제 평등하다?, 내 내면에 자리한 또 다른 나는 도대체 누구지,

 

<첫 배달>에 나오는 은둔형 외톨이 4명의 이야기, 그들은 한 가게에 일하면서 닉네임을 부르며 가면을 쓰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나를 규정하는 이름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캐릭터의 이름으로, 민낯보다는 누구나 쓰고 사는 단지 자신들이 모를 뿐인 가면을 쓴다는, 꽤 흥미로운 접근, 관계를 형성하고 배려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원래 지녔던 인간의 이타심 회복이자 자신의 부활이다. 누군가로부터 규정된 삶과 힘든 싸움에 지쳐 자신의 방에 틀어박히는 피난 전술에서 이제는 공격 전술로 전환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

 

<빨간 구두> 엄마가 아닌 여성의 분투기, 착한 딸, 헌신하는 주부 인영은 자신을 찾기 위해 내딛는 한 걸음이 아이가 걸음마를 처음 배울 때 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다. 열심히 공부에 매달리고 어렵게 잡은 대학이란 직장 근처로 집을 옮기기까지 하면서. 이를 힘들어한 남편과 딸들이 인영 곁을 떠나더라도…. 그런데 명퇴 요구를 받는다. 과연 자신의 선택은 옳았을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아니 세상에서 여성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당연한 질서요. 엄마라는 자리는 누군가를 위해서, 조금희『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행복한작업실, 2024)에서 두 번 살라면 못살 엄마라는 삶.

 

<잉여인간> 휴머노이드 리아, 인간과 같은 수준인 인공일반지능(AGI),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 자리를 차지하지만, 이 또한 잠시, 더 첨단의 고기능장착 로봇이 등장하면 리아는 인간처럼 밀려날 수밖에….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배제되고, 단절된 상황은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 나 만날 수 있는 환경이다. 같은 눈높이로 봐야 하고, 같은 맛을 느껴야 하는 사회에서 내 눈높이와 느끼는 맛의 포인트가 다르면 이방인, 국외자다. 우리 안에 둘 수 없는 우리 밖 영역의 사람이다.

 

작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했지만, 이는 사람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같은 계급 계층이면서도 그들보다 우월해야 한다. 돈이든 차든 하다못해 자식이 다니는 학교든 그 무엇이라도 말이다. 상대적 차별과 소외와 배제는 ‘이방인’이다.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말이다. 23년 교수신문에 난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장자의 말로, 이익을 보면 도덕을 잊는다)”의 세상, 각자도생의 시대에 동심원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주변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회적 지위건 직업이든 관계없이, 이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은 1950년 미국 사회를 표현한 『고독한 군중』(동서문화사, 2016)의 저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말하는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고독한 군중의 또 다른 표현이 이방인이자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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