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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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노동이란 ”콘셉트“ 소설집

 

정성문 작가의 단편소설집<욕망의 배 페스카마>에는 한국사회의 변화가 신자본주의 질서로 전환되면서 겪어보지도 못한 직업의 변화, 노동의 가치, 각자도생, 계급 간의 갈등보다는 계급 안에서의 경쟁과 차별, 혐오를 담은 각자도생의 시대의 초상을 팔방으로 보여준다. 사방, 팔방으로 8개 작품을 통해 취업, 직장 폭력, 사내 불륜, 구조조정, 가혹한 노동환경, 일자리와 노동의 현실을 드러내려는 콘셉트 소설이다. 주인공은 달라도 모두가 같은 처지에 놓여있음을, 세상은 그 어느 곳도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는 편안한 곳이 아님을,

 

 

표제작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1996년 8월에 남태평양에서 참치잡이 조업 중이던 페스카마 15호에서 일어난 선상 반란을 그린 것이다. 변화하는 중국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조선족들, 교사와 농사꾼으로, 선장은 그들을 노예라고 부른다. 먹여주면 일하고, 성과가 없으면 두들겨 패고, 장에 슬은 구더기 보듯, 이 사건은 건드리지 않은 벌이 쏠까 하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60~80년대까지 인력 송출국 한국에서 이제는 외국인노동자를 들여오는 수입국(송입국)으로, 준비도 되지 않은 환경에서 그저 일손만을. 오로지 존재하는 물신, “돈” 지상주의 아래 인간의 얼굴을 대신한 화폐 속 인물만이.

 

변화하는 세상, 소외되는 이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있다? IMF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잡아먹힌 것이다. 일자리 또한 시대 흐름에 따라, 월급쟁이들이 마지막 사다리의 계단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위에 있던 사람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고 대신 그 자리에 오르지만, 그 역시 또 떨어지는 처지(“카메라맨), 정치적 색깔이 다른 3대 백수의 초상을 그린 ”패밀리 비즈니스“ 창업 대신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고, 블루칼라 검은 개가 아니라 다행일까, 직장갑질에 끽소리 못하고 오로지 온몸으로 받아내야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하얀개“의 생존의 몸부림과 갈등, 골목상권까지 다 먹어버리려는 포식자들 가운데서도 희망과 여유를 찾는 ”통차이“, 내 돈은 내 돈이고, 네 돈도 내 돈이라는 논리의 ”부부젤라“,

 

달리는 기차도 점점 빨라져 한 번 낙오되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KTX, SRT 급의 속도로 가는 피로 사회 한국. 그 마지막 정점은 같은 노동자들까지 서로를 혐오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욕망의 배 페스카마, 헬조선은 육지 건 바다 건 ”욕망”을 실은 페스카마호가 떠다닌다.

 

이 소설집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묻는 "사회파 소설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라이프 라인(생명줄)을 이어주는 그림자 노동을 하던 필수노동자 군이 밝은 곳으로 그 몸을 드러내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비상시국이 지나가면, 사회적 관심 또한 그들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높은 고층아파트 지천으로 들어선 게 집이건만 내 한 몸 눕힐 곳 없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노동을 하는 사람,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간, 일하는 자,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세상임을...작가의 이어지는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는 어떤 세상을 그리고 있을까? 기대된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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