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최이로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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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혼주의자, 연애도 졸업?

 

최이로 에세이, 책 날개에 적힌 필명 “이로”에 관한 설명, 어찌하여 일본어에서 빌렸을 꼬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자신만의 색과 또 다른 의미 ‘위로’를 함께 드러내기 위함이라, 한자면 어떻고 일본어면 어떠하리, 자기만의 색으로 또 나와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는 건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으니.

 

작가는 잠정적 비혼주의입니다.라고 말한다. 요즘은 혼인이 인생의 ‘관혼상제’라는 통과의례에서 성인이 되는 관례(남 20세, 여 15세)다음에 오는 단계다. 누군든 ‘혼인’은 당연하게 여겨져, ‘아직 미혼’이라는 관용구가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미혼과 비혼으로, 또 잠재적, 잠정적 비혼으로 분화해가면서 개념도 혼란스럽다. 남녀든 어린이와 어른, 노인이든 관계라는 것은 제각각이다. 아내와 남편, 여보, 당신으로 부부가 되는 건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관념됐다. 그저 관성적인 연애 후, 혼인, 그리고 자녀의 출생과 육아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는 세대(30년을 1세대로)에서 세대로 넘어가면서 문화든 전통이든 생겨나고 굳어지거나 변하게 마련이다. 졸혼 또한 그런 맥락이다.

 

한 때 한국 월드컵대표팀을 4강까지 이끈 히딩크 감독, 그는 아내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다. 배우자나 부인, 파트너라는 말 대신에 ‘여자친구’라는 표현을, 그래서 법률혼이나 사실혼이냐는 우스운 농담도 회자한 적이 있다. 조금 시간을 뒤로 돌려보면 인간중심의 심리학과 실존철학자로 알려진 에리히 프롬과 페미니스트의 초창기 인물인 <제2의 성>(을유문화사, 2021)의 지은이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아무런 법적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함께 살았다. 남편과 아내로, 학문의 동지로, 아무튼 혼인사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작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니 본론으로 되돌아가 보자.

 

“혼자”라는 건 모든 걸 극복할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

 

혼자면 외롭지 않아. 글쎄다 뭘 기준 삼아 외롭다. 또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걸까?, 외로움은 결여, 결핍이고, 내면의 불안이다. 인간의 본능이 무리를 지어사는 군집 동물이라 하고, 남녀가 끌리는 건 당연하며, 사회에 나와 어엿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3가지(직장, 결혼, 자녀)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제 이런 말은 박제화돼가는 중이다. 머지않아 민속박물관 한쪽에 인간세 인류의 생활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혼자 무언가를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는 작가의 표현은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린디 엘킨스탠턴이란 유명과학자의 자서전<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흐름출판, 2023)의 부제 차별과 편견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이 부제 역시 엘킨스탠턴의 이야기를 짤막하면서도 적확, 강렬하게 표현한다. 여성이 장식이든 시대, 80년대의 MIT에서 여대생은 그저 남성중심사회를 장식해주는 꽃에 불과해, 꼭 성적으로 입학을 허가한 것은 아니라는 차별과 편견 속의 대학사회.

 

시대가,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그저 여성들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는 데 불과하다. 무슨 혁명적 변화도, 개벽 천지, 신세계가 열린 것도 아니다. 그저 늘 그렇게 있었던 것들이 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작가는 연애라는 열쇳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랑과 이별, 이별 방식은 사별도, 양다리 걸치다가 떠난 경우도,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할 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도, 작가에게는 이런 과정들이 관혼상제처럼 인생의 통과의례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성장통은 청소년기의 신체적 변화만이 아니라 늙어 죽는 그 날까지 겪는 통증이다.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성이든 동성이든 왠지 보고 싶고 자주 만나고, 딱히 오늘부터 하루다 연애하는 거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제목과 달리 연애를 안 하겠다고 다짐한 선언서가 아니다. 비혼주의자를 위한 에세이도 아니다. 작가는 열쇳말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건강하고 행복한 연애를 하자고 하는 말이다. 헤어지고 울고불고하는 연애는 이제 졸업, 그런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연애’라는 늘 가슴 뛰는 낱말, 관계에서 이해로 진화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어두운 감정들, 잘 떨고 일어서자, 어차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고, 내가 누구한테 인정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면 굳이 인정에 목말라할 필요가 있나? 내가 흐릴 때는 세상도 흐려 보이고, 내가 맑고 밝을 때는 또한 세상도 맑고 밝게 보이니. 자중자애하자. 이 책의 제목은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로 적혀있지만, "저, 연애 제대로 해보겠습니다"로 바꿔 읽어야 할 듯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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