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사용한 조작의 역사 -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숫자들
앙투안 울루-가르시아.티에리 모제네 지음, 정수민 옮김 / 북스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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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순사기, 가짜뉴스, 탈진실의 원천으로

 

우리가 숫자를 전혀 이해하기 못했기에 숫자의 힘은 더 존경받고 있다는 볼테르의 아포리즘으로 시작하는 이 책<숫자를 사용한 조작의 역사>은 정치이론에 사용되는 수학 연구자 앙투안 울루 가르시아와 작가 티에리 모제네가 썼다. 통계를 “새빨간 거짓말”이라 부르는 식의 책들과 같은 맥락으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총리였던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고, 볼테르 역시 조작되거나 잘못 해석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만 숫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으니, 때때로 대의를 모두를 위한 선량한 거짓말 또는 사기에 동원되는 숫자, 신문 기사에 나오는 숫자, 편집의 마술을 부리면, 나쁜 것도 형편없는 것도 긍정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탈바꿈하니, 과학에서 통계나 숫자를 가지고 사기 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 책은 10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숫자” 위험한 관계, 마키아벨리 계산, 국가가 요구하는 숫자, 평균인에서 제거 대상으로, 죄수의 방정식, 지표통치 등 낯설지 않은 주제들이다.

 

피타고라스- 모든 것은 숫자다

 

귀족에 봉사하는 숫자, 피타고라스가 꿈꾼 이상 도시는 철학, 수학, 정치로 구성된다고, 모든 것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으니, 그의 숫자는 모든 것이 수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수에 따라 형성된다고, 아무튼 그는 수학과 정치를 연결한 최초의 철학자였다.

 

마키아벨리의 계산법

 

지은이는 폰 노이만의 “게임이론”의 원류는 마키아벨리라고 본다. 도시국가들 사이에 주도권쟁탈전에 항상 적들보다 한발 앞서가려면 전략을 잘 짜야 하는데, 적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좁히면서 두 진영이 대결하는 힘의 메커니즘을 수치화했다. 인간성을 배제한 그의 수학적 모델은 용기, 공정함, 사랑과 희생이란 모든 것을 배제했다. 이른바 정치의 3대원칙을 잘 수행한 것이다.

 

게리맨더링의 사고도 역시 숫자놀음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용어다.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승리가 보장되는 선거구획정을 말한다.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숫자란 의미다. 선거구획정이 위험한 조작인가, 정치적 선택인가?,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보다 낮은 총득표수를 얻고서도 승리한 이유는 다수결의 함정에 있었다. 아니다. 우리가 단순 다수결제에 익숙한 탓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총득표수가 아니라 주 단위로 몇 개 주에서 승리했냐를 따지는 것이기에 그렇다.

 

숫자와 정치라는 열쇳말만 두고 보자면,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권력남용 혐의가 2심에서 48가지 혐의없음 ‘무죄’ 선고됐다. 이른바 사법부의 권력 지향, 해바라기파 정치 판사를 구분하는 기준을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직업), 재산, 출신학교 등을 검색어로 해서 분류, 수치화하면 어떨까, 아마도 “유전무죄” 원칙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런 면에서는 숫자란 확실하고도 명확하다. 이른바 경향성을 밝히는 데는 말이다. 지금 국회의원 비례대표의석수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도 숫자다. 여기에 숨겨진 권력의 메커니즘이 보일까?

 

오염을 줄이려면 오염을 늘리면 된다(희한한 법칙)

 

목적을 가진 통계지표는 그 자체로 속임수다. 디젤게이트 사건, 폭스바겐의 엔진 오염 발생 수치 조작은 고객에는 비용을 줄여주고, 검사 당국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엔진이니 양쪽 모두 만족한 결과다. 그 반대도 있다. EU 산하 공동연구센터는 2018.7.자동차제조업체들이 발표한 CO2의 배출량이 실제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왜 수치를 높였을까? 여기에 동원된 굿 아이디어는 “역설”이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 CO2 배출량을 줄이라고 요구하기에 목표 수치에 쉽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치를 부풀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100을 배출하면 80까지 줄어야 하지만, 110을 배출한다고 하면 90까지 줄이면 되는 것이어서 목표치가 20에서 10으로 낮아진다, 그럼 비용도 당연히 줄어드니까,

 

의견을 수치화해 여론을 바꾸자 "탈진실"

 

미국의 정치판 “아스트로터핑” 1980년대 중반 텍사스 상원의원 로이드 벤슨 앞으로 수백 통의 편지를 날아든 것이다. 이 편지는 보험 회사가 이익을 지키려고 로비, 조작한 것으로 벤슨은 텍사스 사람이라면 잔디와 아스트로 터프의 차이점을 알고 있다고 해서 생겨난 용어가 바로 아스트로터핑이다. 존재하지 않는 대중의 활동을 가장해 다수의 의견처럼 만들어내는 관행이란 뜻이다.

 

탄소발자국 감소, 생태학적 성과, 지표 조작으로 안 될 때는 처음부터 수치를 날조한다. SNS 팔로우 수 늘리기, 좋아요 엄청많이 만들기는 수 천 개의 가짜 프로필을 만들어 ‘좋아요’를 누르면 그만이다. 국정원의 유명한 ‘댓글 조작’처럼, 신문사들 또한 유가부수 조작을 통해 몸집 부풀리기를 한다. ABC 협회에 등록된 신문사는 발행 부수를 공개해야 하는데, 마구 찍어내, 유가율이 90%, 80% 이렇게 수치를 보고하고, 절반 이상을 폐지로 동남아에 수출, 과일 싸개 종이로 한국 신문이, 신문이 물건을 돌돌 말아 싸주는 포장지로. 책 출판도 그러하다.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는 몇만 부가 팔려야 할까? 역시 숫자에 눈이 가는데 이 역시 마케팅기법일 뿐, 정작 스테디셀러처럼 꾸준히 인기를 얻은 책은 숫자에서 제외, 이걸 신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에는 대형 서점 온·오프라인을 통해 책 내용은 뒤로하고 요즘 이게 핫하고,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사보는 수밖에, 정보홍수 시대에 진짜 깜깜이는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자 무대를 바꿔보자. 신문의 광고성 기사란에는 침소봉대, 부풀리기에 동원되는 것이 여론조사, 설문조사 등 그럴싸한 포장을 씌워서 내보내는 데 역시, 숫자가 붙고, 퍼센트에 어쩌고저쩌고하면 믿을 수밖에... 바로 숫자와 정치, 볼테르가 예리하게 당대의 세태를 지적했듯이 숫자를 이해를 못 하면 무조건 존경할 수밖에.

 

진실을 가리는 교묘한 숫자는 기원전 6세기 한 수학자로부터 시작됐다. 어떤 목적을 가진 통계라면 절반은 털고 보자는 생각이, 하지만 정작 자신에 관한 일이라면 백 퍼센트 신뢰하는 심리 현상, 그 맨바닥에는 숫자가 있다. 숫자 놀음만 잘해도 인간을 98%짜리 유인원처럼 다룰 수 있게 되니. 이 얼마나 기막힌 무기인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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