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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평점 :
수술에서 진정한 영웅은 환자들이다
이 책의 지은이 신경외과의 페터 바이코치는 독일 베를린 자선병원 신경외과 의국장으로 환자들의 질병과 싸우는 분투기다. 마치 미국의 의학 드라마 <하우스>, 진단의학이라는 분야에서 어떻게 질환의 원인을 찾아내는지, 이 드라마의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는 의사라기보다는 탐정에 가깝다. 흔히 신경외과 의사가 이루어낸 일을 가리켜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수술에서 영웅은 환자들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감정은 두려움이지만, 이미 알았거나 알 수 있으면 두려움이 아니라 담담할 뿐이다.
지은이는 미지의 우주와도 같은 복잡한 중추 신경망이 인간의 몸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손상이나 질환에 대해 적절히 치료했음에도 환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인간의 신체의 본능적인 회복력인지 살고자 하는 정신적 의지인지, 이 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사람은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영영 살아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살 가망이 아주 낮다고 진단했지만, 살아나서 오랫동안 살기도 한다. 이를 두고 신의 영역이라 치부하기에는 미심쩍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뇌의 신비
35세의 싱어송라이터 팸 레이놀즈 사례, 뇌에 커다란 동맥류가 부풀어 올라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은 저체온성 심장정지, 의학적으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즉, 체온을 떨어뜨려 심장을 멈추게 하여 뇌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도록 하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 사례의 핵심은 레이놀즈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마취상태로 눈도 가려져 있고, 귀도 막힌 상태다. 그런데 수술실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한다. 뇌 활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이를 마치 본 듯이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뇌의 신비?
뇌의 언어 영역은 두 언어 영역만이 아니다
보통, 언어를 담당하는 뇌는 좌뇌 쪽에 있고 브로카와 베르니케의 두 영역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자는 프랑스 외과의사 브로카의 이름을 딴 것으로 언어 발음을 하는 운동언어영역이며, 후자는 독일 신경외과 의사 베르니케가 발견, 언어의 뜻과 의미를 이해하는 감각 언어 영역으로 어느 한 곳의 기능이 떨어지면 언어 구사의 곤란을 겪는데, 말을 잘하지만, 의미가 통하지 않는 베르니케의 손상과 실어증을 겪거나 말이 어눌하고 문장 구성에 어려움을 겪지만, 언어에 대한 이해는 온전한 편인 브로커영역의 손상, 그런데 실제 여전히 신비로운 뇌, 이 책에서 소개하는 토마스 피히트의 연구로 뇌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조직과정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본적인 언어 처리 방법의 존재는 분명하다. 하지만, 두 언어 영역이 모든 언어기능을 담당한다는 주장은 힘을 잃는다. 두 영역 외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다양한 중추와 네트워크가 의미와 문장에 따라 그때그때 언어 조직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영역은 섬유 다발을 통해 서로 결합, 시각 중추, 청각 중추처럼 상호협력 아래서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이 책은 다양한 증상의 뇌 신경 의학 영역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 이른바 사례를 소개하는데, 우리가 아는 적어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낼 수 있는 상식 수준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이야기들이다.
뇌신경의학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것은 의사와 환자의 상호협력뿐
지은이는 수술 외에 치료법도 찾는다. 환자에게 수술의 장, 단점을 설명한다. 어떤 사람에게서도 중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내 환자들이 홀로 그 길을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내 처지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내가 당신의 어머니라도 저에게 수술을 권하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환자를 대한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뇌의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며, 광활한 우주다. 1밀리미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공간에서 삶과 죽음이 갈리기도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많은 생명을 살려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정복해야 할 산들이 많다. 1밀리미터의 공간의 신의 영역인가?,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인명 존중이라는 생명 존중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늘 지켜야 한다는 의사자의 철학, 의료행위 진단이나 수술 등 모든 행위는 위임이다.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는 것이다. 수술 등 치료를 통해서 생명을 건지기도, 때로는 죽음에 이를 수도, 하지만, 꼭 살려내야 하는 도급계약은 아니기에 의사는 현대 의학에서 가능한 의료기술과 양심에 따라 환자의 생명을 대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