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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조례 - 교실 밖의 정치학
강우창.안이삭.이은진 엮음 / 버니온더문 / 2023년 12월
평점 :
교실 밖 실험 정치학
이 책<우리가 만든 조례>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시민정치리빙랩’ 수업 결과물이다. 리빙랩은 이론 중심 강의에서 배운 이론과 지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학의 쓸모와 한계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정치학은 사회적 갈등의 제도적 해결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여기서는 조례를 주제로 하는 데 조례 제정은 새로운 관점에서 정치학 지식과 이론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조례의 구성은 4부이며, 수업에 참여한 9팀 중 6팀이 기록이 여기에 담겨있다. 1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닌, 주체로서의 청소년’이란 주제로 동대문구 쉼터 퇴소 아동의 사후관리를 위한 가정방문 심리지원제도 신설에 관한 조례와 성북구 자립 준비 청년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를, 2부 ‘우리의 문제, 우리 손으로’ 에서는 성북구 대학생 주거비 조례, 3부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서는 서울특별시 시각장애인 일상생활 접근권 지원조례와 노원구 노인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4부, ‘더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에서는 성북고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가 담겨있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같은 중대 재해(중대 사회재난)를 계기로 다중운집 행사 등의 안전관리를 위한 조례 등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조례는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인식, 이를 실천하고 구체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하고 손질하는 것이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이기도 한데, 아쉽게도 만드는 게 장땡이라는 사고에 치우쳐, 이른바 ‘보고 베끼기’ 조례가 범람한다.
아무튼 이들 학생의 수고는 청소년 인권과 보호받을 권리와 자립 지원, 대학생(청년)의 주거비 지원, 장애인의 권리, 노인의 생존권, 그리고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등,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하고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에 관한 것들이다. 수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고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지금 이곳에 발을 딛고 세상 둘러보기
지역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관련 주제에 관한 배경정보와 조사 혹은 대상자치구의 실태와 특성을 파악하고, 왜 이런 조례가 필요한지(필요성),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한 후에 실제 조례안을 작성하는 과정까지, 이들의 지도교수인 편저자 강우창교수와 대학원생이 함께했다. 이른바 현장 조사를 거쳐서 조례안 만들기다. 참여 학생들의 문제의식, 선행연구 살펴보기, 해당 구의 의원인터뷰 등을 통해, 전반을 이해한 후에 조례 현황을 분석한 후, 조례안을 만든다.
살포시 조례란 무엇인가 알아두기
조례는 자치단체의 자치법규로 헌법(제117조)과 법률(지방자치법 제28조, 조례)에 명시된 권한에 따라 제정하는 규정(규칙과 지침)으로 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여기에도 구체적인 한계가 있다. 조례는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따라서 임의로 권리 제한, 의무 부과, 벌칙을 정하지 못한다). 조례와 규칙의 입법한계는 시, 군, 자치구(기초자치단체)의 조례는 시, 도(광역자치단체)의 조례나 규칙을 위반할 수 없다. 아무튼 상위법을 위반금지 원칙과 법률로 위임한 위임조례와 임의조례가 있다.
주민도 조례를 만들 수 있어
주민청구에 의한 조례 제?개정, 폐지(지방자치법 제15조 제1항) 조례는 시, 군, 구와 지자체 의원만이 아니라 주민도 가능한데 19세 이상으로 해당 자치단체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사람과 이주민영주체류자격(영주권)취득일 후 3년이 넘은 사람으로 해당 자치단체에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있는 사람, 시, 군, 구는 주민 총수의 1/50~1/20까지, 즉, 100분의 2의 청구인이 있으면 조례 제정 청구가 가능하다. 인구 50만의 도시는 1만명의 청구인, 100만의 동시는 1만5천 명의 청구인이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아무튼 조례 제정 청구대상이 될 수 없는 것만 기억해두자, 첫째로 법령위반사항, 둘째, 지방세, 사용료, 수수료, 부담금의 부과, 징수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 셋째로 자주 거론되는 예를 들면 시내버스의 공영제 요구와 함께 시청 내 운영 담당 기관 등을 설치하거나, 조직변경 등을 요구하는 사항과 공공시설을 설치 반대사항, 쓰레기매립장 설치 반대 등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현실, 우리 사회 그리고 문제의식
“동대문구 쉼터 퇴소 아동의 사후관리를 위한 가정방문 심리지원 지도 제도 신설에 관한 조례” 속에 담긴 문제의식 현행 피해 아동 보호 체제는 퇴소 후 재학대 발생 때 피해 아동에 대한 정보 공유와 이후 사례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 아동의 개인정보보호라는 걸림돌, 인권 보호가 우선인가 개인정보가 우선인가 하는 가치 우선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보편원리에 따른 개인 보호가 적용된다.
우선 이것이 기준으로 작용하기에, 피해 아동의 정보를 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사이의 전화 통화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에 학생들은 해결 대안으로 가정방문 심리지원제도, 즉 아동학대 피해 가정에 직접 방문해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학대 예방을 위한 활동 및 이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책으로는 홈케어 플래너 서포터즈 사업 등이 있지만.
이 책은 지방의원은 물로 정책지원관들도 눈여겨 봐야 할 중요한 아이디어뱅크다. 어떤 시각으로 현상을 보는지, 어떻게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접근하는지, 이들의 내놓은 해결 대안 혹은 방안은 어떻게 구상했는지를 살펴보면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현행 제도 전체 틀에서 보면 이들의 제안이 다소 거칠고 현실 가능성 유무와 제대로 기능할까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하지만, 핵심은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해결 가능성을 열어가는 데 있다. 이런 유의 현장 이야기 그리고 보고서들이 자주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출판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