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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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소설<사냥이 끝나고>

 

안톤 체호프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알려진 <사냥이 끝나고>는 1884년 8부터 다음 해 6월까지 10개월 동안 노보스트 드냐 신문에 연재됐다. 작가는 2년 후 단편소설집<황혼>으로 푸시킨 상을 받으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은 1880년 4월의 어느 날, 신문사로 편집장을 찾아온 작가 지망생 이반 페트로비치 카믜셰프, 40대쯤으로 보이는 키 크고 건장하며 게다가 잘생긴 미남자로 5년 동안 예심판사로 일했다는 이 남자가 내민 소설 원고<사냥이 끝나고>는 글쓰기가 전혀 안 된 사람이 쓴 글이었지만, 내용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편집을 거치면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뺀다면.

 

편집장은 카믜셰프 소설을 읽는 순간, 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끔찍한 비밀을 알아버린 듯하다. 그의 소설은 신문에 실리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끝부분에 밝힌다는 말로 시작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편집장은 신문연재를 하지 않기로 했을까? 그의 소설은 독창적이며, 매우 특징적이며, 이른바 쉬 제네리스(독특하다)라고 할만한 점이다. 이 문장은 어마어마한 역설이다. 왜 편집장은 이렇게 생각했을까. 왜 독창적, 특징적, 독특한 소설이었을까? 글쓰기도 제대로 못 한 사람의 글이, 그는 소설 속에 무엇을 숨겨놓은 것일까,

 

이 소설은 카믜셰프가 한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보낸 소설 원고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밝히는 형식으로, 소설 속에 소설이 존재하는 셈이다. 내용을 적어놓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결말을 통해 다시 현실로 되돌아와 독자에게 묻는다. 이 소설을 쓴 카믜셰프에게 편집장이 질문하는 형태로, 이를 통해 소설 내용이 카믜셰프 자신의 이야기임을 의심, 아니 확신한다.

 

그리고 범인이 소설을 쓴 당사자임을, 왜 카믜셰프는 편집장에게 소설을 연재해달라고 했을까, 8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일기를, 스스로 자백하는 게 어려운 것인가,

 

편집장은 카믜셰프에게 이 소설에는 진짜 악당이 빠져있다고 말하며, 누가 진범인가? “당신이 범인입니다” 이미 소설 속에서 꼬리를 밟혔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당신들이(편집장은 이 사냥이 카믜셰프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집사에게 그의 새아내를 죽였다는 살인죄의 누명을 뒤집어씌운 죗값을, 누군가는 받아야 할 것이라고,

 

편집장은 집사의 아들이 모스크바에 있음을 알고, 그에게 이미 몰락해 비렁뱅이가 된 백작, 그에게 동냥할 기회를 주겠노라고, 그것이 그들 중 한 사람을 벌하는 것이라고,

 

카믜셰프의 소설<사냥이 끝나고>가 신문에 실리지 못한 이유는 그 신문사가 폐간됐기 때문이다. 편집장에게 그 소설은 흥미로웠지만, 필명으로 낼 것이고, 논픽션이 아닌 말 그대로 픽션이기에 누구도 이 소설이 실제 일어났던 범죄의 일기라고는 눈치채지 못할 것이기에. 소설 속의 소설<사냥이 끝나고>은 19세기 말, 흥청망청한 타락한 귀족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속물근성이 낱낱이 밝히는데, 산림관리인, 집사, 하인, 그리고 귀족 백작을 어슬렁거리는 예심판사, 산이 관리인의 젊고 아름다운 딸은 늙은 집사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고, 이 결혼 후에 카믜셰프와 불륜, 그리고 죽음, 범인은 누구인가? 이 죽음이 사냥인가?

 

안톤 체호프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는 희귀성과 1880년대의 러시아의 상황, 귀족과 그 귀족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당대의 환경을 엿볼 수 있다. 의외로 말이다. 소설 본편에 등장하는 예심판사와 검사보, 치안판사 등 다소 우리의 체계와는 다른 개념 때문에 다소 읽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왜 살인의 공범들이 그 사실을 소설로 썼을까?, 그리고 그 의도가 들통나자 왜 카믜셰프는 불같이 화를 냈을까? 누군가에게 알려지지 않아야하지만, 이런 사실을 터놓지 않으면, 무거운 양심의 짐을 벗어던질 수 없어서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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