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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절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평점 :
일곱 시절
작가 루이즈 글릭, 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2023년 타계, 한림원은 한림원은 “글릭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목소리로 개인의 실존을 보편적으로 나타냈다”(한계레신문 2020.10,08기사)고, 아울러 “고통스러운 가족관계를 잔인할 정도로 정면으로 다뤄, 시적인 장식이 없이 솔직하고 비타협적인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도 함께 전했다.
일곱 시절(The Seven Ages, 2001)에 실린 시는 44편이다.
표제작, 일곱 시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첫 번째 꿈에, 그 세상이 나타났다.
소금, 쓰디쓴 것, 금지된 것, 달콤한 것
내 두 번째 꿈에 나는 내려갔다.
나는 인간이었고, 나는 그걸 볼 수 없었다.
나라는 야수를”
"꿈속에서 지구가 내게 주어졌다.
꿈속에서 나는 그걸 가졌다."
몽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생의 일곱 시기를 말한다. 태중의 아이의 꿈에 쓴 것과 단 것, 두 가지 맛은 태초의 맛인가, 인생은 쓰지만 달기도 하다는 함축, 그리고 내 두 번 째 꿈에 나는 내려갔다. 자궁을 빠져나온 듯, 우주에서 지구를 찾아온 듯,
“나는 숲속에 숨었다.
들판이 벌거벗을 때까지 들판에서 일을 했다. .... 심지어 나는 몇 번 사랑도 했다 역겨운 인간의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다가 먹고 살기 위해, 살기 위해 먹을 것을, 그리고 사랑도 인간의 방식으로, 짐승에서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지구에 내려앉아 일을 하고, 사랑도 하면서, 삶의 고됨과 행복,
우주에서 그가 지구를 찾은 외계인이든, 지구상에서 태어난 인간이든, 결국 암흑 속 같은 어미의 자궁벽에서 태동하던 생명이 세상에 나와 겪는 생로병사의 길을 비켜갈 수는 없듯, 삶의 궤적으로 그리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인생, 내 삶의 이야기다.
이 시를 쓸 때 시인의 나이 쉰, 일곱 시절 중 이미 다섯 시절을 보냈다. 나머지 두 시절, 두 시대는 시인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미래를 그렸을까, 젊은 날의 괴로움, 결혼이라는 사건과 생의 기쁨과 환희였다가 저물어가는 왠지 모를 낯섦.
엄마와 아이
”우린 모두 몽상가다: 우리가 누군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꿈을 꾼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가족이라는 기계: 어두운 털, 어미라는 몸의 숲들.
어머니라는 기계: 그녀 안의 하얀 도시
그리고 그 이전에는 지구와 물...
그리고 그 이전에 베일에 싸인 세상. “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하는 원시의 무의식처럼 우리는 늘 꿈을 꾼다.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가족이란 인연으로 어미라는 몸의 숲들 속에서 나는 태어났다. 우주의 혼돈 카오스에서 질서의 코스모스로 이렇게 가족은 만들어지고, 그 안에 어머니라는 기계는 아이의 눈길이 멈추는 하얀 도시, 생명과 희망의 빛이 보이는 그런 하얀 도시. 아니, 가족이라는 기계는 어두운 털, 음습한 곳에 피어난 어둠 그 속에서 보이는 어미라는 몸의 숲, 피난처, 안식처다. 생명의 탄생 이전의 지구와 물, 그 이전의 어두움….
루이즈 글릭의 두 편의 시만 봐도 노벨문학상 선정이유가 적확하게 보인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일곱 시절은 인간의 삶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포들, 그리고 내 차례, 어미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 크면서 세상 물정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겪는 고통과 갈등, 그리고 사랑과 행복, 이제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 반백의 나이가 되어, 그윽한 눈길로 미래를 바라본다. 과거의 삶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 때로는 어둡기도 밝기도, 인생이란 그런 거라고 말하는 듯.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